박수민(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대출’을 검색하면 바로 무수히 많은 광고물이 쏟아진다. 포털사이트의 광고비 책정 기준에 따라 가장 많은 광고비를 내는 업체가 상단에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대출 중개플랫폼은 말 그대로 대출이 가능한 업체들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놓은 플랫폼이다. 보통 상단에는 등록된 업체들을 지역별로 분류한 숫자가 나와 있고 하단에는 작은 사각형 내 등록 업체들의 핵심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최근 등록 업체에는 NEW라는 표식도 붙여준다. 무수히 많은 업체 중 돋보일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신불자/연체자/무직자 가능’, ‘주부환영’,‘만 21세 이상 OK’와 같은 문구들은 일반적으로 소득이 불안정하며 신용이 높지 않아 기존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는 이들을 향한 메시지다. ‘신용무관’에 무서류 무방문으로 가능하다는 이들은 자선 업체인가? 도대체 어떤 조건으로 대출을 해 준다는 것일까? 혹시 불법인 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을 향한 ‘친구처럼 편안하게 상담’해 준다는 메시지부터 그것조차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일단 전화부터’ 해보라고 한다.

문구 하나하나의 신박함에 놀랍고, 이들의 메시지가 대출이라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대부업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해당 플랫폼들은 등록된 대부업체들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법에서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현장에서 상담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대출 중개플랫폼을 통해 내구제대출과 같은 불법 금융을 이용한 숫자가 적지 않음을 확인했고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들로 개인들의 정보가 연결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출 중개 플랫폼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이 의심이 아닌 현실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과 경기도청, 경찰청, 금융보안원이 경기도에 등록된 대부중개업체 7곳에 대해 합동점검을 한 결과 온라인 대부 중개플랫폼 업체들의 불법영업 상황을 적발했다. A 대부 중개는 약 2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개인신용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건당 1천 원~5천 원에 판매했는데 개인들의 주소, 연락처, 가족 관계, 부동산 현황뿐만 아니라 대출, 연체 이력, 신용점수와 같은 정보들이다. B,C 대부 중개는 등록 대부업자 광고만 안전하다고 홍보하였으나 실제로는 일부 불법 사금융업자 광고를 게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A는 신용정보법 위반 혐위로 수사 의뢰 조치했고, B,C는 영업 정지 3개월 및 과태료 200만 원 부과 처분 예정이라고 정부 당국은 발표했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신용이 없고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도 24시간 상담을 통해 대출해 주겠다던 대출 중개플랫폼들은 소비자들을 유입시킬 때는 포털사이트 가장 상단에 홍보했으나 불법이 적발된 뒤에는 A,B,C이라는 알파벳 뒤에 숨겨졌다. 이들의 이름은 200만 원 과태료와 3개월 정지 후 다시 광고를 통해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불법은 그들이 대출하는 방식처럼 너무 쉽고 빠르게 지워진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로 팔린 줄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혹 그들에게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안내 문자는 전송되었을까?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포털사이트에 대출을 검색했을 때 햇살론과 같은 정부 정책자금은 광고 글에 뒤덮여 찾기 어렵다. 정확하게 정부 정책 이름을 넣어야만 확인할 수 있다. 신용이 낮고, 소득이 불안정한 이들에게 노출되는 정보가 왜 불법 금융정보가 먼저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불법사금융 근절 목적으로 긴급생계비 대출 정책을 만들기 전에 안전한 금융 정보 대신 불법이 쉽게 노출되고 있는 온라인 환경 개선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대부 중개플랫폼 합동 점검 이후, 불법 행위로 인한 서민 취약계층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도자료 마지막에 적힌 ‘노력’이라는 문구가 기대되지 않는 이유는 매년 반복해서 기재되어 있는 ‘노력’에 비해 불법사금융 업자들의 ‘노력’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친구처럼 상담’, ‘우선 전화부터’라는 말을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의 홍보 문구에서 보고 싶은 것은 내 욕심일까? 불법 사금융 근절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노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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