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최근 공휴일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27일)부터 대체공휴일이 새롭게 적용되었다. 3일간의 귀중한 연휴를 누군가는 휴식으로, 누군가는 나들이로 여유롭게 보냈겠지만, 연휴도 불사하고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수확철을 맞이한 매실 농가 사람들이다. 매실은 여름으로 접어드는 5월 말부터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매실의 40%가량을 생산하는 전남지역에서는 올해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청매실이, 6월 15일부터 7월 초까지 남고 매실이 출하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매실의 작황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전남지역을 기준으로 2019년에는 매화가 3주가량 일찍 개화하고 복숭아씨살이좀벌의 활동 기간이 길어져 매실 피해 면적이 전년보다 2배나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강풍과 저온으로 인한 피해로 매실 생산량이 3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역시 가뭄과 냉해로 매실 생산량이 평년 수준을 밑돌았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현실이다.

사람이 어찌 하늘을 이기겠는가. 그러나 하늘을 마음대로 조절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늘을 가까이하면 날씨를 예측하고 재해에 대비할 수는 있는 법이다. 기상청은 매실 농가의 기상재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해충 방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광양시 농업기술센터와 손잡고 매실 재배 환경에 맞춘 기상융합서비스를 개발하였다. 매실 맞춤형 기상융합서비스는 복숭아씨살이좀벌 방제 적기 예측정보, 서리·가뭄·강풍 등 기상재해 예측정보, 기상 상황에 따른 야외작업자 안전 정보와 같이 매실의 생육 단계별 작업 시기 판단에 도움이 되는 기상융합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농가에 무척 유용한 정보이지만, 앞으로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달라진 위험기상의 패턴을 반영하고 더 긴 기간에 대해 더욱 상세하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5년간 기상 예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은 매실 기상융합정보를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개선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였다. 이에 기상청은 올해 최신 기상 예측 기술과 머신러닝 기법, 씨살이좀벌 방제 관련 연구 결과 등을 활용하여 매실 기상융합서비스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방제, 서리, 가뭄, 강풍, 작업 안전 등 5개 종류의 매실 재배 영향지수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정확도를 높이고, 지역과 품종에 따른 매실의 생육 시기 편차를 반영하기 위해 대표 품종을 중심으로 고도별로 매실 영향지수를 세분화할 예정이다. 또한 매실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운영하여 실사용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매실 영향지수가 위험 수준으로 예상될 때는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개선된 매실 맞춤형 기상융합서비스는 광양시의 매실 산업 지원 정책을 지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상재해로 인한 매실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매실 생산량을 높이고 매실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증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실 맞춤형 기상융합서비스가 매실 농가와 하늘을 이어주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메신저가 될 수 있도록 기상청은 정확도와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