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미(더 심플 대표이사)

 

오경미 더 심플 대표이사
오경미 더 심플 대표이사

최고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모이는 곳, 일하기에 최적의 근무 조건, 업계매출 1위 등 인테리어 플랫폼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꿈의 직장이라는 오늘의 집이다.

몇년 전, 어느 칼럼을 읽고 오늘의 집은 과연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사람들이 자신만의 사색의 공간을 원한다. 둘째, 1인 가구세대의 증가로 집꾸미기세대 출현. 셋째, 공간에 나만의 취향을 찾는 사람들의 증가. 넷째, 자신만의 경제적·시간적 자유를 찾는 사람들의 몰입공간, 즉 나만의 아지트에 대한 열망, 그리고 핵심은 이쁘고 취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아지트가 외부에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스타벅스, 동네맛집, 근교 담양, 장성의 커피숍, 이런 곳을 돌고돌아 집에 돌아오면 다시 우울감은 더 크게 찾아온다. 이는 편도체 안정, 전전두피질 활성화와 유관하다. 아지트를 찾아 헤매는 아지트 유목민들…

이를 알고 난 뒤 나는 집안에 아지트를 만들었다. 역설적이게 가장 힘든 시기에 나는 행복함을 느꼈다. 독자들께 자신의 집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집안에 아지트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창문을 열고 환기한다. 환기는 공기청정기로는 대체할 수 없다. 되도록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환기해 보라.

집안에 0.3평 정도의 공간을 탐색하고 잡동사니와 1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을 비운다. 내 지인은 김치냉장고를 빼고 그 공간에 아지트를 만들어서 책상과 작은 조명, 그리고 펜 1개와 노트 1권을 두었다. 꼭 1개만을 두라. 그래야 더 소중하고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그녀는 몰입의 시간을 통해서 생전 처음으로 상품을 2개 개발했다. 1개는 출시해서 판매 중이고, 1개의 아이템은 출시 예정이다.

잡동사니를 비우고 청소로 더러움을 제거한다. 걸레 한 장과 쓰레기봉투, 비움박스로 충분하다. 사용시한을 마친 물건들은 “굿바이 안녕, 고마웠어”라고 인사하고, 사진찍고 배출해 보라. 이 과정에서 사람은 탈피를 하게 된다고 한다. 몸을 작게 움츠렸다가 탈피 후에 몇 배로 커진다. 삶의 발전이 있고 과거에 연연하지않으며 우울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욕구대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볶은 소금으로 플러스자장을 만든다. 소금을 볶아서 물기를 제거하고 식혀서 청소를 마친 곳에 뿌리면 끝이다. 여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로마오일 1~2방울을 가미하길 추천한다.

우리 선조들도 예로부터 소금은 더러움과 부정을 없앤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작업은 볶은 소금이 중요하다기보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하는 실천력이다. 백번 말해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과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해보는 사람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깨끗해진 0.3평을 꾸며보라. 대신 반드시 바닥에 자신이 좋아하는 모양(5만 원대의 사각·원형)의 러그 깔기를 추천한다. 여기는 내 아지트라고 영역을 표시하면 마음의 안정을 받고 다른 가족의 방해를 피할 수 있다.

다음엔 작은 책상과 조명을 두고 일기나 책, 좋아하는 볼펜를 두고 목표나 꿈을 벽에 붙여두고 늘 보며 시각화한다. 가능하면 의자가 필요없는 좌식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그 공간에 이름을 붙인다. ‘은서의 성공공간’, ‘은서의 힐링공간’, ‘은서 작가의 글쓰기 공간’ 등등… 시인 김춘수는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공간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도 삶에 지친 우리에게 꽃이 되어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아지트는 홀로와 함께 고독과 활기, 어둠과 밝음이다. 바로 역설이다. 피터 플랭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 혼자만의 공간’이라는 챕터를 통해서 “나는 한번에 5분 정도 혼자 고독을 즐기는 흔치않은 행운을 누리게 됐다” 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나의 집, 즉 공간을 보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피터 플랭크, 그의 아지트는 몇 개의 나무와 기둥 몇 개, 나뭇가지를 엮어서 세운 임시천막 옆 배수관으로. 통하는 구멍, 그 구멍을 막는 나무 뚜껑 위였다. 배수로구멍을 막는 나무뚜껑위가 혼자만의 공간, 즉 아지트였다니….

서울대학교 행복심리연구소 최인철 교수는 자신이 쓴 책에서 “행복은 가벼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살아가는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인간이 가장 행복감을 느낄 때는 가족과 여행할 때와 아지트에 모여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것. 둘 다 공통점이 계급이나 서열, 격식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다. 나만의 정갈한 아지트에서 마음과 영혼이 연결되는 느낌을 올 여름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의 목적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복잡한 세상,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함의 힘,그리고 나를 돌보는 작은 아지트….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