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노경수 광주대학교 교수

최근 한 조사결과를 보면, 전세사기의 54%는 전세 계약과 매매 계약을 함께 진행하는 이른바 ‘동시 진행’으로 나타났다. 신축빌라 전세 계약 후 임대인이 바뀌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25%로 그 뒤를 이었고, 임대인이 재산을 숨기고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진행한 경우가 10%였다. ‘동시 진행’과 전세 계약 후 임대인 변경은 전세사기에 가담한 사람들의 구성을 볼 때 대체로 유사한 사기수법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동산 갭투자는 세입자의 전세금과 집값 시세의 차액만큼 본인이 투자해서 일정기간 지난 후 집값이 상승하면 이를 통해 재산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전세사기수법인 ‘동시 진행’은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르고 게다가 이익도 남긴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년 후에는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피해가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동시 진행’은 먼저 분양이 잘 되지 않은 신축 빌라의 건축주에 분양 컨설팅업자가 접근해서 건축주가 내놓은 분양가격이 예를 들어 3억 원이라면 이보다 비싼 3억5천만 원에 팔아줄테니 차액 5천만 원은 수수료로 가져가겠다고 제안한다.

손해볼 것 없는 제안에 건축주가 승낙하면 컨설팅 업자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놓는다. 시세보다 높은 전세가를 만들 수 있는 주요 원인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제도이다. 먼저 신축 빌라의 경우는 이전 매매 등을 통한 시세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컨설팅 업자는 감정평가사를 통해 집값을 시세보다 부풀릴 수 있다. 얼마 전까지 HUG는 전셋값이 공시가의 150%(현재 126%로 변경) 이내까지 전세대출보증을 해주었다. 가령 공시가가 1억5천만 원이면 전셋값 2억2천만 원 정도까지 보증 가입이 허용되었다. 문제는 빌라의 공시가에 150%를 적용하면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의 경우에 빌라 자체도 시세가 들쑥날쑥인데다가 신축일 경우에는 매매자료가 없어 시세를 알 수 없고, 번듯한 신축빌라에 전세대출도 충분해서 계약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는 빌라 명의를 건축주에서 ‘바지 사장’으로 넘긴다. 계약 만료 시점인 2년 뒤에는 시세가 주변 빌라에 맞춰서 형성되기 때문에 같은 가격으로 전세를 내놓기 어렵다. 그래서 컨설팅 업자는 명의에 대한 수수료 제시이나 적은 투자금에 따른 시세차익 등을 내세워 ‘바지 사장’을 끌어들여 명의를 넘긴다. 이들은 대부분 무주택자로 노숙자이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초보 투자자들이다. 게다가 ‘바지 사장’ 명의만 확보해 컨설팅 업체에 돈을 받고 넘기는 전문업체도 있다.

반면, 인천 등 지역에 2천709채 주택을 거느린 ‘건축왕’의 경우는 ‘동시 진행’과 다른 수법이다. 건축왕은 전세계약을 하면서 이미 근저당이 잡힌 신축 빌라를 문제가 없다는 듯 홍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과정에서 임차인들이 근저당에 대해 우려하면 “건물주가 부자다”, “공인중개사에서 하면 문제가 없다”며 속이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전세사기’라기보다는 ‘부동산 사업 실패’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왕’의 전세사기와 연관된 세입자는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세입자들은 은행의 근저당권 설정 사실을 인지하고도 후순위로 전세계약을 하였기 때문에 경매 배당금으로 구제받기 어렵다. 하지만 ‘동시 진행’의 경우에는 신축 빌라이고 건축주가 건축투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에 선순위의 근저당이 없어서 경매 후에 선순위로 전세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구제와 방지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서 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다행히 광주·전남지역에는 전세사기 사건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의 하락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의 우려가 크다. 2년 전 임대차 3법 시행 시점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상당히 올려서 계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더 침체되기 전에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에 대해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한도(LTV)를 완화해 주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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