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노경수 광주대학교 교수

전국적으로 고금리에 경제 침체까지 겹치면서 상가 임대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광주 최고의 상권을 대표하는 충장로1가 입구 상점들이 상당기간이 지났는데도 썰렁하게 비어있는 상태로 남아있다. 동네 상권이나 심지어 하남산단 내 상가에서도 ‘임대’ 안내문이 붙거나 빈 가게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상가 시장을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와 중대형 상가(3층 이상, 연면적 330㎡ 초과), 그리고 상가를 지어 분양하는 집합 상가로 나누어 분기마다 분석한다. 이 자료에는 각 지역 대표 상권을 표본조사한 공실률도 포함되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전국 6.9%, 광주 평균 8.1%인데 전남대 17.1%, 금남로·충장로 15.4% 순으로 높다.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도 역시 전국 13,5%, 광주 평균 16.9%인데 전남대 45,5%, 금남로·충장로 29.9% 순으로 높다. 집합상가의 공실률은 전국 9.3%, 광주 평균 6.8%인데 금남로·충장로 19.0%, 송정지구 10.8% 순으로 높다.

광주 공실률 평균은 세 유형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충장로의 경우에는 전국의 2배를 웃돌고 있다. 전남대 후문 인근 상가는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빈 점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호남에서 가장 큰 대학가인 전남대 상권의 쇠락은 금남로·충장로보다 더 심각하다. 또 금남로·충장로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15∼17%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급격히 늘어나 열 개 중에서 세 개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광주의 상가 임대시장은 높은 공실로 인한 지속적인 임대료 하락과 전반적인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낮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한때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됐던 건물주들이 “겨우 숨만 쉬고 지낸다”고 하소연을 쏟아낸다.

상가 공실이 늘어나는 원인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수요측면에서는 팬데믹 동안 온라인 상거래(배달)가 보편적으로 확대되는 소매 유통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공실이 늘어나는 원인이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시민들의 소비 심리 위축도 공실률 증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최소임금의 급등으로 불어난 인건비 탓에 종업원을 쓰는 가게에서는 도저히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상가 임대시장에 과잉 공급된 물량도 공실률을 높이고 임대료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업지역에서 도시정비(재개발)사업이나 주상복합건물 신축 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상업용도에 대한 최소 연면적 확보 비율 규정도 상가 공급 증가에 기여한 것 같다. 그리고 외곽에서 개발되는 도시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상가가 상업용지뿐만 아니라 근린생활시설용지, 심지어 단독주택용지, 아파트 상가 등에서 공급되고 있다. 특히 나주 혁신도시에서 상가 과잉공급은 지금도 큰 문제로 남아있다.

수요진작을 위해 상권구역에서 구매한 금액의 최대 10%까지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필요하다. 지난 20일 광주시가 소상공인(골목상권) 특례 보증 대출 상환을 1년 연장하는 정책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하지만 세수가 확보되지 않아 중앙정부의 국고는 비어있고, 지방재정도 역시 악화되어 상가임대시장에 지원해 줄 여력은 없어 보인다.

기존 택지개발사업지구나 정비사업지구에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지역에서는 상업용지에서 용도 변경을 완화하는 방안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이러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인구 및 주변 상거래 환경을 고려한 상권영향평가제의 도입도 과다한 상업용지 공급을 막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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