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노경수 광주대학교 교수

주택공급 방식 중 선분양제도는 197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면서부터 도입됐다. 이 규칙을 통해 주택건설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분양보증이 있을 경우 주택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 모집(선분양)을 할 수 있다. 즉,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건설사들의 자금력이 부족하고 금융시장도 발달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건설사들이 선분양 대금을 건설비용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해서 더 많은 주택을 짓도록 유도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2002년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함으로써 절대적인 주택 부족난이 해소되어 과거와 같은 대량 주택공급을 위한 건설지원정책의 필요성은 약화되었다. 또한 견본주택과 다른 마감재, 부실공사와 입주 연기 등 아파트 입주자의 불만이 터질 때마다 소비자의 주택 선택권을 제약하는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정부는 2004년 ‘아파트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공공부문부터 공동주택 후분양을 시행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 현재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5조에 따라 건설사가 선분양과 후분양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후분양제의 가장 큰 장점은 주택 품질을 확인한 후 계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도금 마련이 필요 없어 분양받은 자(수분양자)의 부담을 완화시켜준다. 기존의 전세금이나 매매대금으로 완납하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 단점은 주택건설사가 건설자금을 수분양자가 아닌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발생하여 분양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일반적인 주택시장 상황에서 선분양제는 건설 재원과 수요 확보라는 측면에서 주택건설사에게 유리하고, 후분양제는 다양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택수요자가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택 분양가와 주변 시세가격의 차이가 크거나 주택가격이 상승추세에 있을 경우, 즉 부동산 투기 붐이 형성될 때 건설기간 동안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적 수요자들은 후분양보다 선분양제를 선호한다.

광주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앙공원 1지구의 분양방식이 당초 선분양에 후분양으로 갔다가, 다시 선분양으로 되돌아 오면서 분양가격 상승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경우에 후분양 도입이 실수요자의 입장보다는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2019년 광주도시계획위원회가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사업 계획을 승인한 내용에 따르면 선분양, 총 2천370세대, 3.3㎡(평)당 평균 1천938만원으로 책정됐다. 2021년 고분양가 제한이라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사업시행자는 리스크가 많은 후분양방식으로 비켜갔다. 광주시의 변경 내용은 후분양, 비공원면적(아파트 대지면적) 7.85%에서 8.17% 증가, 2천370세대에서 2천772세대로 증가, 용적률 199.80%에서 214.33% 증가,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1천870만원이었다. 분양가격이 이전 가격보다 낮아진 것은 그 만큼 개발면적과 용적률을 완화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2024년 사업시행자가 수용한 평균 분양가는 선분양으로 3.3㎡(평)당 2천425만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분양가격만 낮아진다면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상관없다. 2019년 선분양 3.3㎡(평)당 1천938만원을 기준으로 사업성 확보를 위해 2021년 비공원면적, 세대수, 용적률 등을 완화했다. 그리고 2024년 다시 선분양으로 전환하면서 2천425만원으로 올렸다. 그간 토지보상비, 고금리, 건설자재가격 등으로 인한 상승 원인이 있겠지만, 이 가격이 건설원가보다는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 않았을까하는 의구심도 있다. 단기간에 분양가격이 치솟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잘 납득가지 않는다.

중앙공원 1지구 면적 중 8.17%만 아파트단지로 개발해서 그 이익금으로 나머지 토지를 매입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는 당초 계획이 무리였나? 어쨌든 민간자본 투자 유치 사업은 사회적 숙의과정을 통해 기본방향이 결정되면, 속전속결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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