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노경수 광주대학교 교수
노경수 광주대학교 교수

오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올 때 멀리 무등산이 보이기 시작하면 대부분 “집에 다 왔구나. 이제 편안히 쉴 수 있구나” 하는 포근한 느낌을 갖는다. 또 일상에서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동네 높은 곳에 올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곤 한다. 바로 그러한 곳이 그 도시의 상징인 랜드마크이다.

요즘 아파트 분양광고에 “○○의 新랜드마크”, “랜드마크의 시작” 등 랜드마크라는 단어가 생뚱맞게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분양하는 아파트가 그 지역에서 최고층이면서 대표적인 최고 명품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국토교통부의 ‘토지이용 용어사전’(2016)에서는 랜드마크의 의미를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특이성 있는 시설이나 건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도시에서 랜드마크는 시각적·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식별성이 높고 시민들의 조망 기회가 많은 인공물 또는 자연물이다. 특히 랜드마크는 역사성, 상징성, 기념성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시민들이 도시 내에서 길을 찾고 도시의 생김새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서울의 랜드마크로는 서울타워(남산타워), 광화문, 서울역, 여의도 63빌딩 등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우리나라 최고층 건물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인지되고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아파트 분양광고에 등장하는 “랜드마크”를 보면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멀고, 다만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된 고급 브랜드라는 것을 알리려는 과장된 의미일 따름이다.

도시에서 키가 큰 랜드마크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내려다보기 위해 올라가는 장소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도시를 보다 높은 곳에 올라 눈 아래 펼쳐진 자신의 도시를 바라보고 싶어한다. 그곳에 올라서면 도시의 파노라믹한 모습이 시원스럽고 장대하게 전개된다. 관광객 또한 그곳에 올라감으로써 그 도시의 전반적인 모습을 인지하고 지리공간을 파악할 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멀리 있는 랜드마크를 바라보면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게 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광주 랜드마크의 1순위는 모두가 인정하듯이 무등산이다. 무등산 아래 시가지를 살펴보자면 일제강점기 경우는 광주천 건너에 위치한 사직공원의 전망대가 대표적으로 시내와 무등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적합한 위치이다. 1950년대 중반에 완공된 조선대 본관 7층 건물은 당시 전라도에서 가장 높은 층수로서 광주의 기념사진에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지만 금남로에 입지한 7층의 광주관광호텔을 비롯해 전일빌딩, 그리고 장원봉, 팔각정 등도 시민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광주의 상징물들이다.

건물이 높고 크다고 해서 도시의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양동에 위치한 KDB생명빌딩은 금호생명보험의 사옥 용도로 1997년에 준공되었다. 광주 최초로 지상 30층, 100m를 넘어서는 고층건물이었으며, 당시에 놀랍게도 서울 이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만 그다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지상 48층, 최고높이 158.11m의 규모로 현재 광주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광천동 호반서밋 주상업무복합건물도 시민들의 기억 속에 랜드마크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가지를 둘러보면 구도심이든 신도심이든 건물 높이가 30층 가까이 비슷비슷한 고층아파트 건물군들로 빽빽히 둘러싸인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특징적인 도시이미지 요소가 미약한 광주 시가지에 도시의 이미지 형성과 함께 식별성 및 경관미 증대를 위해서는, 높이 300m 이상의 랜드마크를 세우는 구상도 필요하다. 그리고 각각 생활권에 주위보다 높은 야산, 건물, 시설물 등에 경관적으로 리듬감 있게 소규모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아이디어도 모아 볼 시점이다, 이러한 구상들이 실현된다면 광주 경관의 질은 더 나아지고, 도시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으며, 도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꿔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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