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사)로그人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이사

건강해서? Yes! 맛있어서? Yes, Yes!! 최근 MZ세대에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열풍’이 불고 있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하다(Healthy)와 기쁨(Pleasure)이 합쳐진 단어로 건강관리에 즐거움을 부여해 지속가능한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바야흐로 ‘제로(Zero) 음료’ 열풍 시대다. 편의점이나 마트 음료 매대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버전의 제로 음료가 더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의 몇 종만 놓여있던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어딘가 심심하고 맛없다는 평으로 외면받아 왔던 게 제로 음료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제로 열풍이 불게 됐을까?

‘제로 칼로리 음료’란 고열량인 설탕으로 냈던 단맛을 인공감미료로 대체한 다이어트 음료를 말한다. 제로 칼로리의 단맛이 내는 대체당의 성분으로는 사카린나트륨,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이 있다. 이 대체당은 설탕의 감미도를 1로 가정했을 때 설탕보다 수백 배 더 달다. 고로, 극미량만 첨가해도 설탕과 비슷한 강도의 단맛을 내면서 동시에 체내에 소화 흡수가 되지 않아 칼로리도 낮다. 물론, 완전히 칼로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0ml당 4kcal 미만의 극히 미미한 양일 경우 식품위생법상 0kcal로 표기가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에서 소비되는 전체 탄산음료 매출 중 제로 탄산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기준으로 무려 24.9%에 이른다고 한다. 전체 3조8천160억 원 중 9천5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3년 만에 매출이 거의 5배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성장 속도라고 볼 수 있다. 제로 음료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말인데, 아무래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것에 대한 반사 작용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성인 남녀 비만율은 2020년 기준으로 남성은 48%이고, 여성은 27%이다. 식품 섭취량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있어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은 피하기 힘든 성인병이다. 이러한 성인병이 설탕 섭취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일상에서 설탕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제로 음료가 주목받는 셈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이러한 설탕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설탕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장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을 포함한 약 85개국에서 설탕세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제로 음료가 한국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제로 음료의 유행이 단순히 건강에 대한 염려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제로 음료가 처음 등장하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제로 음료는 확실히 ‘맛있어’졌다. 대체당의 단맛을 두고 화하기도 하고, 청량하기도 해서 뒷맛이 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제조사는 여러 종류의 대체당을 배합해서 설탕에 가까운 단맛을 구현해야 한다. 예전과 비교해 쓸 수 있는 대체당의 종류가 늘었고, 또 기업들의 레시피도 시간이 흐르며 진화했기에, 우리는 지금처럼 맛도 좋고 칼로리도 없는 제로 음료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당뇨를 앓는 사람들에겐 구세주와도 같은 제로 음료라지만 그래도 맹신은 금물이다. 기본적으로 탄산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뼈를 구성하는 칼슘 흡수율이 저하되고 배설을 촉진해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다. 또, 체내에 소화 흡수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 속에는 대체당을 양분으로 삼는 미생물도 있기에 수많은 제로 음료 역시 소화기에 좋지만은 않다. 이러나저러나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비해 제로 음료의 위해성이 덜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물 대신 제로 음료를 마시는 등의 남용은 건강을 위해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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