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제 (남도일보 대기자)

 

김갑제 남도일보 대기자
김갑제 남도일보 대기자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영국의 위대한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태어날 때부터 대단한 천재였다. 학자들은 그의 지능지수(IQ)가160을 훌쩍 넘었으리라 추측한다.

밀의 교육은 철학자인 아버지에 의해서 주로 이뤄졌고, 지극히 엄격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잘못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생들 말고는 같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밀은 세 살 때 그리스어 배우기 시작해서 다섯 살 때 이미 그리스어의 고전들을 독파했다. 여섯 살 때는 기하학과 대수를 익혔고 ,일곱 살 때 플라톤을 원서로 읽었다. 여덟 살 라틴어를 공부했고, 열 살 때 아이작 뉴턴의 저서를 공부했고 그리스어로 고전을 읽어냈으며 열두 살에는 경제학 서적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이솝 우화들, 크세노폰이 쓴 ‘퀴로스’왕의 아시아 원정기 ‘헤로도토스의(역사)를 그리스어로 읽었고 영어 문헌으로는 대단히 많은 분량의 역사책들을 읽었다. 10대 때 남들이 평생 할 공부를 이미 끝냈던 것이다.

그러나 전인교육(全人敎育)을 받지 못한 밀은 20살이 되면서 결국 정신적으로 탈이 나게 된다. 신경쇠약에 빠져서 젊은 시절의 많은 시간을 헛헛함과 무력감에 보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시시해져버린 탓일 거다

그는 자서전 제5장에서 “보통 아이처럼 자랐다면 자연히 발달하기 마련인 여러 감정들을 억누르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면서 몸과 마음에 병이 들었다”라고 했다.

우울증 등으로 홍역을 치룬 그는 마르몽텔의 ‘어느 아버지의 회상’과 월리엄 워즈워스의 시에서 위안을 찾아 정서 능력이 회복되면서 병을 이겨냈다. 밀은 다양한 시(詩)와, 문학 작품을 읽으며 둔해진 감성을 틔워 시련기를 극복했던 것이다.

밀은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 발달 등 조화로운 교육으로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갖춘 인간을 육성하려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저 문학과 사학과 철학만을 집중적으로 학습 받으면서 정신건강을 잃어버렸다. 안타까운 밀의 청소년기. 소위 1류 대학의 진학을 위해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매달려야 하는 지금의 공부 잘하고 똑똑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과 처지가 무엇이 다를까?

세기의 천재는 자신이 받은 어린 날 교육에 대해 한마디로 낭비‘라고 결론지었다.“많은 분량의 지식을 주입받은 대부분의 소년 청년은 정신능력이 강화되기 보다는 오히려 많은 지식 때문에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지게 되고, 남들을 따라 할 줄 밖에 모르는 앵무새가 되기 쉬우며, 남들이 만든 길 위해서만 자신의 지식을 써먹는 경우가 많다” 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의과대학 진학을 위해 특별 사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에게 19세기 천재 소년 밀의 일생은 현실만을 위한 우리의 교육이 정말 옳은 것인지. 꼭 이 길 밖에 없는 것인지를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더욱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성’ ‘감성’ ‘품성’에 무게 중심을 싣고는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작금의 우리 교육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 시킨다.

교육문제가 세간을 흔들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 꼭 가르쳐야 할 기본 교육은 세 가지다는 점을 천명하고 싶다. 우선 ‘정신을 키우는 예술’,그것을 담아 낼 수 있는 ‘몸을 키우는 체육’,그리고 ‘올바른 인성’교육이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성 품성 인성교육은 고대 동양사상에서도 입증된다. 2천 5백 74년 전의 공자는 “어린아이에게 최우선적으로 가르칠 것은 지능이 아니라 인격이라 했다. 인격이란 지혜를 넘어 선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미숙한 채 살아가지만 인격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자는 시(詩)와 예(禮) 그리고 음악교육을 최고의 교육으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교육은 음악으로써 완성된다고 가르쳤다. 공자는 “예와 음악이 있으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화평하게 하고 예는 사람의 마음을 절도 있게 한다. 음악은 마음을 다스리고 예는 몸을 다스리는 덕목이다. 이 둘이 함께해야한다”고 설파했다..

그래야 수양의 목적이자 결과인 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음악을 항상 곁에 두고 연마해 극진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마음이 다스려진다. 조화롭고 곧고 자애롭고 신실한 마음이 풍성하게 생겨나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다.

전인교육은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부터라도 초 중등교육 과정에 감성과 품성을 키우는 음악과 체육 그리고 인성을 키우는 다양한 교육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해야 한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과정 전체를 해부하여 새로운 교육체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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