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김은성 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몇 해 전, 군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한 드라마를 뒤늦게 시청하게 되었다. 군필자들이 무용담처럼 펼쳐놓는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들었던 게 전부인 소위 ‘군대 이야기’의 이면을 화면으로 직접 마주하고 보니 장면들이 지날 때마다 ‘실제 가능한 이야기’인지 되묻게 되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정과 입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들의 ‘범법행위’가 이해만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작은 관심과 바윗돌 사이에서 샘솟는 물방울 크기 만한 용기가 그들의 행동을 잠재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아쉬움이 함께 했다.

진한 여운을 남겼던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차는 부대 내에서 이유 없는 괴롭힘으로 분노에 휩싸인 병사의 ‘이유 있는 복수’로 시작해 결국 그 칼날과 총자루가 스스로를 겨누는 씁쓸함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한없이 맑고 순수했던 한 청년이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살기어린 눈빛을 지니는 데에 괴롭히는 사람 외에도 방관했던 주변인들 모두가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잔상이 되어 한참이나 필자의 머릿속을 떠돌았다.

분노(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는 일반적으로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다. 흔한 감정이지만, 원초적이고 강렬한 감정이다 보니 어떤 인간이라도 때로 심한 경우는 분노를 통제하기 힘들다. 인간의 본능이기에 최대한 줄이거나 드러내지 말며 스스로 잘 다스려야 된다고 가르치고 배우지만 특정 사람에게 분노가 발생하고 이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거의 대부분 증오의 감정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팬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을 제때 분출하지 못해 ‘묻지마 폭행’이나 ‘층간소음 살인사건’ 등의 이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일명 ‘분노 범죄’를 많이 일으킨다. 이와같이 폭발적인 분노 반응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분노조절장애’라고 한다. 이상적인 사회적 상황에서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조절이 어려운 감정적 반응,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폭발적 반응,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분노조절장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며 가족, 직장, 친구 관계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이 감정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순 없다. 단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에 있어서 개인에 따라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도, 고도로 세련된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니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좋다.

높은 기온과 습도, 지속되는 장맛비에 작은 일에도 심하게 흥분하고 상대에 대한 공격이 유발되기 쉬운 요즘이다. 분노가 솟아 오를 때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숫자 세기 ②분노에 반 응하는 방법 바꾸기 ③진정된 후 분노 표현하기 ④생각한 뒤 말하기 ⑤구체적으로 표현하기 ⑥가능한 해결책 확인하기 ⑦ 운동하기 ⑧자리 피하기 ⑨거울 보기 ⑩도움 청하기 등이 그것이다.

드라마의 대사 중 피해 병사가 순간 가해자로 바뀌게 되는 그 찰나에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죠”라며 자신을 괴롭혔던 동료 병사를 살해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 때, 뭐라도 하려던 시도가 위와 같은 방법 중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그 사람은 스스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지 않아도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단지 드라마속 상황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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