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고문)

 

장재영 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고문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정책 구상이 발표된 지 20년, 국토부에 추진단이 설치되고 입지 선정이 완료된 지 18년, 빛가람 혁신도시의 첫 이전 기관인 우정사업정보센터가 이전한 지 10년이 지났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다. 필자는 토지 조성 당시부터 혁신도시와 함께했다. 2011년 노조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위원장 9년, 광전노협 의장 3년, 전국혁신도시노조협의회를 만들어 의장을 2년간 했다. 혁신도시에 많은 기억과 추억이 있다.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 정책이 추진된 지 20년이 되는 현 시점에 빛가람 혁신도시의 과거와 현실을 논의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인 것 같다.

현재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3만9천691명이 주소를 두고 있다. 나주 전체 인구의 33.8% 수준이다. 16개 이전기관에는 7천262명이 근무 중이다. 인구는 2014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다가 2021년부터는 현재 수준이다. 혁신도시는 새로 조성된 도시라 잘 정돈된 느낌이다. 특히 호수공원이 명품이다. 다만 아직도 정주환경 만족도가 낮다. 68점이다. 수용 인구도 목표 대비 80%밖에 되지 못한다. 혁신거점을 위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교육·문화 등의 정주여건 조성, 친환경 녹색 도시 정책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형 쓰레기를 태우는 나주 열병합 발전소 가동과 고질적인 악취도 한몫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혁신도시 건설은 초기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 낙후한 지역으로 수도권의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참고할 것도 거의 없었다. 다행히 이전은 예상과 달리 순조롭게 진행됐다. 당시의 중앙정부와 지자체 담당자의 노력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지역 이전에 반감을 가진 일부 직원들의 이탈도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동요와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이전기관과 직원 모두 서서히 혁신도시에 적응해 갔다. 처음엔 혁신도시도 허허벌판이었지만 살 곳도, 먹을 곳도, 놀 곳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지역에 아는 사람도 생기고 단골도 생겼다. 이렇든 저렇든 지금은 지역에서의 삶에 녹아내린 느낌이다.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많은 것을 양보한 이전기관 종사자의 희생이 가장 커다란 역할을 했다.

지금 시점에서 빛가람 혁신도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성공한 도시일까.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47점 정도를 주고 싶다. 나주에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구도, 세수도 많이 늘었다.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다만 혁신도시는 조성 목표를 달성했는가, 혁신도시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지역이 충분히 활용했는가, 지역과 이전기관이 상생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특히 아직도 지역과 이전기관이 따로국밥인 것은 아쉬움이 크다. 이전기관을 지역 물품만 사고, 봉사활동만 하는 곳 정도로 의식하는 지역의 좁은 마인드는 개선해야 한다. 지역을 일만하고 잠만 자는 곳으로 인식하는 이전기관 직원의 의식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혁신도시는 이전 목표인 지역의 성장 거점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혁신도시가 어떻게 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면 정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이 그 경계 시점이다. 이전도 마무리됐고, 중앙도, 지역도, 혁신도시도 모두 서로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혁신도시는 정치의 산물이다. 따라서 혁신도시의 발전은 정치와 선거에 많이 의지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혁신도시는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사골이 됐다. 앞으로도 양심 없는 정치인들은 혁신도시 2차 이전과 정주 여건 개선을 외치겠지만 그들의 주장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전기관이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까. 결론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전기관이 지역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정치권이나 예산 당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나,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정도도 나쁘진 않으니 이대로 살아야 할까. 그러기에는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혁신도시 홀로 오롯이 지역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해 4만 명을 위해 고속철을 운영할 수 있을까. 혁신도시의 정체는 공멸을 의미할 뿐이다. 희망을 찾아보자. 현실은 냉혹하지만 지역과 혁신도시의 많은 이해 당사자가 힘을 합쳐 혁신도시가 다시 한번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 그게 혁신도시 조성 취지이고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이 이전한 이유다. 혁신도시가 지역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보자. 그래도 혁신도시는 지역의 희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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