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전 광전노협 의장)

 

장재영(전 광전노협 의장)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7년 만에 광화문 인근 커피숍에 왔다.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서울을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다. 눈앞에 광화문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남도의 바다를 지킨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한국의 상징, 광화문. 예전의 16차선 도로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통 공간으로 거듭나 있었다. 추레해진 건물과 한국 전쟁도 버틴 한옥으로 즐비했던 청진동 해장국 골목은 하늘을 가리는 마천루들이 넓게 병풍을 치고 있었다. 광화문을 호위하던 대로변 빌딩은 최신식으로 탈바꿈 중이었다. 옛 조선의 수도 한양의 궁궐 주변은 낙후한 이미지를 벗고 이제 다시 선진 한국의 중심지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역시 한양은 한양이다.

시선을 조금 더 돌리니 파도치는 역동적인 서울시청이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 더 옮겨 남도 쪽을 바라보니 찌뿌연 하늘이다. 비가 어느새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남도의 미래인가 하는 엄습함이 든다. 이슈는 있는데 되는 것은 없는 남도. 남도는 너무 느리다. 매번 고치고 고친다. 모든 것이 정치의 산물이니 사람이 바뀔 때마다 차별화다. 그래서 2년 마다 고치고 고친다. 행정가도 고치고 정치가도 고친다. 지역 정권은 바뀌지 않으니 대충 고쳐도 뒤탈은 별로 없다. 고치면 될 뿐이다. 되지 않을 뿐 일은 하고 있으니 고쳐도 부담이 없다. 오히려 윗사람은 좋아한다. 자신을 위해 고치고 있으니…. 그 사이 남도가 도태되도 그 나름의 핑계가 충분하니 책임질 일은 없다. 정치의 힘으로 남도를 발전시키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정치적이지 않은 것만 제대로 된다.

남도가 정체되는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IT 분야에 근무하기 때문에 판교를 자주 간다. 천지개벽이다. 우리는 그때 혁신도시 이전이 한창이었다. 혁신도시 이전으로 인해 이전 기관 종사자는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 부의 축적과 양질의 정주 여건만을 놓친 것이 아니다. 존재 이유와 미래도 잃어버렸다. 지역을 선도해야 할 혁신도시가 처음 그 모습 그대로다. 변한 것이 없다. 이전기관과 지역의 괴리 현상도 그대로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지 알았는데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 지역의 이슈인 광주공항 문제도 쓰레기 발전소 문제도 그대로다. 지역 소멸을 외치고 그걸 기회 삼아 지역에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도 그대로다. 500년 조선의 수도 서울의 꼿꼿함도 변화를 통해 새로운 옷을 모두 갈아입었는데 남도는 그대로다.

현재 선거가 한창이다. 유력 후보 모두 혁신도시에 거점을 마련했다. 그러나 혁신도시의 민심은 차갑다. 혁신도시 이전직원 관점에서는 사실 그들은 이방인에 불과하다. 보부상이 5일 마다 온다면 후보는 2년 마다 온다는 것 정도가 차이다. 보부상은 고을 주민에 대한 이해라도 높지만 후보들은 혁신도시나 이전기관 종사자에 대한 이해조차 없다. 선거에 나온 후보 중 누가 혁신도시를 알고 혁신도시 사용 설명서를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대책 없는 공약만 남발하는 이러한 현실에서 혁신도시가 왜 남도에 있어야 하는지를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후보가 얼마나 있을까.

이제 남은 건 남도의 자멸이다. 현재 남도에서 광산구를 제외하고는 소멸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의미 있는 자구책이 전무하다. 자멸인 것이다. 정치권은 지방 소멸을 선거에 악용만 하고, 행정은 예산 확보에 활용만 한다. 필자도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온다. 돈을 벌어야 아이도 키울 수 있다. 남도에 이런 곳이 얼마나 있을까. 혁신도시 하나로 남도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굴러온 떡인 혁신도시 하나 잘 키우지 못하면서 남도 소멸을 막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케이크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재료만 좋은 걸 쓴다고 명품 케이크가 되진 않는다. 재료값만 아깝다. 알아야 하고, 행해야 한다. 그것도 치열하게. 남도 소멸의 다른 이름인 자멸을 막기 위해서는 남도의 행정과 정치가 분발해야 한다. 답은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 것이다. 남도가 자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지역의 정치와 행정이 하기 나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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