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호(목포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전동호 목포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정치의 계절이다. 새해 총선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자신의 색깔과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많이 늘었다. 각종 단체의 주장과 공공홍보도 빠지지 않는다. 담벼락, 가로수, 건물 외벽에서 연일 흔들어댄다. 마치 자연이 하고픈 무슨 소리 같다. 언제부턴가 이보다 더한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좀 거슬리고 너무 하기는 하다.

정치를 하겠다는 그들이 고맙다. 열정이 대단하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하고 싶은 일이라며 새벽부터 길거리, 행사장, 시장에서 허리를 숙이는 날이 많아졌다. 일가친척과 사돈네 팔촌까지 찾고 형님, 아우님을 만들며 분초를 세는 일정이 계속된다. 정말 심신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 안쓰럽기도 하다.

정치를 하려면 먼저 자신을 알려야한다. 딱히 정도는 없다. 들판을 걷고 출판기념회를 열며 SNS가 가동된다. 한 표씩 얻는 거라며 몸가짐을 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언행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름이 나면 고난이 따른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어차피 거쳐야할 시간이고, 절제와 겸손을 더 배웠으니 됐다.

정치(政治)는 공생애(公生涯)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다. 예부터 자신과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정사 정(政)의 바를 정(正)과 채찍질 복( ), 다스릴 치(治)의 물 수(水)와 별 태(台)에 담긴 뜻이다. 생명의 원천인 물길이 막히지 않게 공급하면서, 적절히 분배하며 조정하라는 가르침이다. 그 주체가 되려면 선택을 받아야한다.

마음대로는 안 된다. 초년생은 더 어렵다. 이제껏 성실히 살았다며 과거는 현재 모습이고 미래 비전이 준비되어 있다 해도 잘 알아주지 않는다, 결국은 얼마나 대중의 눈과 귀에 들었느냐가 우선시된다. 번뜩이는 영감을 실천하는 추진력도 필요한데 답답할 때가 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하면서도, 때가 되면 또 반복된다. 우리가 뽑은 권력에 매번 힘들어하는 이유다.

권력은 헌법부터 지침까지 공무원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바르게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러질 못한다. 그 옆에서 공식, 비공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자리를 꿰찬 이들도 있다. 잠시 부여한 힘인데도 영원할 것처럼 한다. ‘너도 그렇게 당한다’는 그 끝을 알기나한지 모르겠다.

역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비춰볼 필요가 있다. 선출직은 더 필요하다. 나만의 궁전에 갇히지 않는 비책이다. 상대의 몸짓에 화답하고 소통하는 눈이 트이게 된다. 이리저리 부닥치더라도 엎어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길이 생긴다. 그래야만 경쟁을 극복하고 살만한 세상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정치는 이렇게 같이 사는 행위다.

분명 지금은 정치가 부족한 시대다. 해결책은 없을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니 어렵지만은 않다. 서로 만나면 된다. 그래야만 실마리가 풀린다. 다른 생각을 경청하다보면, 이해와 설득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유지냐, 변화개선이냐의 갈림길 위에 또 서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의 비밀을 꺼내면 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매일 정치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하고 지자체장이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 기업 대표가 회사와 종사원을 대변하고 한 가장이 집안을 잘 되게 하는, 이런 모든 활동이 바르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쁜 정치는 있을 수가 없다. 단지 사심이 얼마나 개입되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정치의 근본은 사람이다.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으뜸이 되고 싶으면 모든 이의 종이 되라고 했다. 겉보기 말보다는 내면을 담고, 조화를 해치며 군림하려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 변했어, 되기 전과는 달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려면 아예 나서지 않는 게 좋다. 굿 뉴스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희망이어야 한다. 내일로 가는 약속이 담겨야 한다. 만상의 활동을 흥행시켜야 한다. 그 뜻이 국가계획이 되게 하려면 ‘누가 해도 똑같아’로는 안 된다. 잘 보고 잘 찍어야 한다. 만학도의 돋보기처럼, 수험생의 해답처럼 해야 한다. 우리가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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