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호(목포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전동호 목포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전라도 천년사가 표류하며 해로를 못 찾고 있다. 표절, 식민사관, 일본서기 임나(任那)일본부와 지명 차용, 고조선 호남 강역(疆域) 여부 등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2018년 전라도 천년을 기념하며 광주, 전남·북이 24억 원을 들이고, 편찬위원 21명 등 총 600여 명이 참여했다. 34권 2만여 쪽을 2022년 말 완성했지만 아직 내놓진 못하고 있다.

전라도 천년사의 논란은 정설과 이설로 구분하는데도 있다.

핵심 논쟁에서 제외된 주장과 설(說)을 별책으로 한 것이다. 이 또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역사는 객관적이어야 하는데도, 어쩔 수 없는 주관이 개입된다는 이유다. 이렇게 다수는 공인된 역사가 되고, 아니면 유사사학으로 남게 된다. 주류와 비주류, 승자의 독식과도 같다.

모든 역사는 현재 시각으로 해석되는 현대사라 했다. 과거는 직접 가볼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부가 다 담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웃나라 사료를 들여다보게 된다. 280년 삼국지 위서 동이전과 432년 후한서, 720년 일본서기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서로를 비교하다보면 사실관계와 기년(紀年)의 차이가 보일 때도 있다. 이럴 때 사관(史官), 집필진의 추정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바로 인용되는 건 아니다. 치열한 논쟁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전라도 천년사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못한 결론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 역사 앞에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면 더 늘려야 한다. 한 개인의 표해록, 일기, 야록과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천년사는 전라감영이 있던 전북연구원서 주관했다. 여러 자료를 체계 있게 정리하고 하나로 묶는 편찬(編纂)으로 출발했다. 없는 것을 발굴하고 연구해서 비정(比定)을 더하는 집필(執筆)과는 다른 개념이다. 영어 compilation과 writing의 차이다. 1795년 정조가 간행한 ‘이충무공전서’ 14권 8책 또한 편찬이었다.

전라도는 1018년 고려 8대왕 현종 8년에 명명됐다. 전주와 나주에서 딴 명칭으로, 조선 8도 중 처음이었다. 이후, 1896년에 남북으로 나뉘고, 1946년 제주도와 1986년 광주광역시가 분가하며, 한 집안 네 가족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호남으로는 하나가 되고 있다. 기록이 만든 역사다.

우리나라 현존 역사서는 1천여 년에 불과하다. 1146년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가장 오래됐다. 그리고 1281년 일연(속명 전건명)이 삼국유사를 쓴다. 삼국사기는 신라와 유교 위주다 보니 빠트린 역사가 많다며 단군신화를 기록한다. 오늘날 반만년 역사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를 문제 삼는 단체들이 있다. 국가 주도의 정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국사기 이전 역사서가 없었을까도 의문이다. 413년에 광개토대왕비가 세워질 만큼, 삼국과 삼한이 다들 문자를 사용했을 텐데도 남겨진 기록이 없다. 중국은 땅속 죽간, 중동에선 쿰란동굴 성경으로도 나타나는데,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없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없애진 않았을까를 의심하게 된다. 그냥 혹여, 추측일 뿐이다.

단군기원은 우리 민족의 출발이요, 개천절의 뿌리다. 기원전 2333년이다. 1909년 벌교사람 나철이 시작했다. 1485년 동국통감과 같은 견해다. 그런데도 이를 부정하며 기원전 7~8세기로 격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군이 신은 아니고 중국 요순임금처럼 신화 속 인물인데도,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면 너는 어디서 왔는가를 또 묻게 된다.

우리 고대사는 중국과 일본 사료에도 들어있다. ‘마한재서 유54국(馬韓在西, 有五十四國), 405년 백제 왕인이 천자문을 가져왔고 548년 고구려의 임나침공을 백제왕에게 알렸다’는 등 많지만, 일본서기는 왜곡 과장이 많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순한문체인 것으로 보아, 660년 멸망한 백제유민 자신들의 기록일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다.

전라도 천년사에는 상고시대까지 오천년 역사가 담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될까? 맺힌 논쟁은 풀어야 한다. 비교 가능하게 도표화하고, 필요 의견을 실명으로 추가하는 대안 등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인문, 지리, 풍습 등이 포함된 전라도 사기(史記)가 되게 하는 업그레이드 목표까지…모든 판단과 선택은 오직 전라도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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