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호남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연수 호남대학교 교수

광주에 들어서면 우선 숨이 턱 막힌다. 고속버스를 타고 서광주 톨게이트를 지나면 만나는 가로 막힌 장벽 같은 아파트 단지가 숨을 막히게 한다. 동광주 톨게이트를 들어서면 구교도소 자리에서 부터 시작한 고층 아파트 단지 때문에 도시 전체가 꽉 막힌 기분이 든다. 광주에 들어서면서 부터 뭔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남평에서 광주로 진입하는 곳에는 효천단지의 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화순에서 진입하는 곳에도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주의 상징 무등산은 이제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는다.

예전에는 조금은 저층으로 된 구도심 계림동도 마찬가지로 초고층 아파트로 도시의 모든 조망을 가리고, 임동 지역도 마찬가지다. 상무지구, 금남로 등의 다운타운이 아니어도 주요 도로 전후 좌우는 고층아파트로 둘러 쌓여져 있어 조망은 물론이고 답답하기 그지 없는 도시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만해도 무등산 조망권을 광주 도시계획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 어디에서 건 그놈의 고층 아파트 때문에 무등산은 커녕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아파트 도시가 되고 말았다.

건축학자들은 살고 있는 공간이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사유의 틀을 좌우한다고 한다. 아파트 숲으로 꽉 막힌 곳에서 살다보면 생각과 마음이 꽉 막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동체의 삶 보다는 개인의 삶 가치에 치중할 수 밖에 없고, 마음도 옹졸하고 개인화될 수밖에 없다. 삶의 질이 살고 있는 공간의 구성에 좌우 될 수밖에 없다.

브라질 남부의 계획 예술도시 쿠리찌바의 별명은 ‘웃는 도시’이다. 이 도시의 표어는 ‘우리 도시(A Cidade da Gente)’이다.

광주처럼 거창한 일동도시, 첨단AI 도시가 아닌 함께 살아간다는 ‘우리 도시’인 것이다. 쿠리찌바의 기본 교통체제는 대중교통이다. 대중교통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주요 가로에는 급행 간선버스 노선(bus rapid transit, BRT)이 있다. 시내 다운타운은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 많다.

무분별한 도시 확장을 막기 위해 시가지에 교통량을 줄이며, 쿠리찌바의 사적(史跡) 지역을 보존하고 편리하고도 값싼 대중교통 체계를 도입했다. 주요 도로와 멀리 떨어진 지역은 저밀도 개발 지역으로 구획해 주요 도로 교통량을 줄이게끔 했다.

꾸리찌바 사람들이 행복하게 함께 살아 간다는 ‘우리 도시’인 것이다.

우리나라 시·도별 건축물 면적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세종시 84.9%, 광주시가 75.3%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행정계획도시 세종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건축물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광주가 제일 높다고 볼 수 있다.

광주지역 공동주택 주거 비율도 1990년 32.9%에서 2000년 68.8%, 2020년에는 83.9%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광주 주택보급률 추정치는 109.5%이며, 2030년 이면119.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축 중인 주택의 대부분이 아파트임을 생각하면 광주는 가히 ‘아파트 도시’라 불릴만 하다.

이럼에도 광주시 곳곳에서는 아파트가 계속 지어져 올해 1만1천559세대를 포함해 2030년까지 11만7천773세대가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공원 일몰제에 따른 광주의 주요 공원에 시민의 휴식공간대신 고층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고 있다. 광주의 대규모 고층 아파트 건축은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 지구단위계획은 도시개발이 시행사업자가 주관하기 때문에 광주시의 입장에서는 관리가 용이하고 기능과 미관을 높일 수 있지만, 도시계획의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고 건축물이 획일적이고 건축물 각각의 공간 특징과 개성 표출이 어려운 점이 있다.

주택 보급률이 120%에 육박한 지금, 광주시는 도시계획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점차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광주시를 생각한다면 20년 후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 빈공간의 슬럼화 된 아파트 단지가 속출할 것이 우려된다.

평생을 광주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탁 트인 공간에서 숨 좀 쉬고 살고 싶다. 헌법에 보장된 인간답게 살 행복 추구권을 청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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