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연수 호남대학교 교수

광주광역시 다운타운의 도로명은 금남로와 충장로이다 금남로는 1576년 광주목에서 출생한 금남공 정충신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려 따온 도로명이고, 충장로는 1568년 광주 무등산 자락 석저촌(현 충효동)에서 태어난 김덕령 장군의 시호에서 따온 것이다

대부분의 도시 도로명이 그 고장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에서 따온다. 다른 고장,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 도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남로와 충장로 뿐만 아니라 광주의 다른 도로명도 우리 고장의 예술인이거나 외적의 침입에 대항하여 고장과 나라를 구한 인물들로부터 많이 따왔다. 제봉로는 의병장 고경명 장군의 호였고, 회재로는 임진왜란 공신 박광옥 장군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모두 우리 나라를 지킨 의로운 사람들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도로명의 주인공인 두 사람 모두 이 나라를 외적의 침입에서 막아낸 의로운 의병장이다. 그래서 광주가 5·18 또는 광주학생운동과 연계지어 ‘의(義), 정의(正義)의 고장’으로 불린다. 외적 또는 독재에 항거한 의로운 정신이 광주정신(光州精神)일 것이다. 금남공 정충신, 충장공 김덕령, 회재 박광옥 장군, 제봉 고경명 장군 등은 모두 임진왜란 때 활동했던 의병장들이었다. 관군들이 왜군들에게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선조가 의주까지 도망칠 때 우리지역 의병들은 나라를 지켰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치전투는 전주로 진입하려는 왜군을 동복현감(同福縣監) 황진(黃進)이 임시 도절도사 권율과 함께 치열한 전투 끝에 일본군을 패퇴시킨 전투다. ‘이치대첩(梨峙大捷)’은 임진왜란 당시 육전에서 거둔 최초의 대승이었다. 이치대첩으로 왜군의 호남진입을 막을 수 있어 곡창지대인 전라도 지역에서 병력과 물자를 계속 조달해 임란 7년의 장기 항전을 벌일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전라 좌수영의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운 조선수군의 대부분이 전라도 출신임을 감안하면 430년전 왜의 식민(植民)이 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전라도 사람들의 義정신 때문이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 始無國家)라 하지 않았는가?

충장공 김덕령 장군에 비해 금남공 정충신 장군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정충신 장군은 1576년 광주목에서 태어났다. 당시 중인 신분이었던(양반이 아니었던) 장군은 임진왜란 때는 일개 병사로 군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권율이나 이항복 같은 위인들에게 사랑받는 제자가 되었으며, 보편적으로 존경을 받은 대표적인 지장이자 덕장이었다. 1627년 정묘호란이 발생하자 부원수에 임명되었다. 정묘호란 때는 무난하게 수비를 했으나, 이후 이괄의 난에 연루되어 고초를 격기도 하였다. 광해군 시절부터 그가 없으면 업무가 중단될 정도로 유능했으며, 인조 시절에는 ‘그를 조금만 더 중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사관들의 평가가 있다. 정충신에게 내려진 시호는 이순신, 김시민 장군과 같은 ‘충무공’이다.

동학혁명 때의 기치도 척왜양이(斥倭洋夷). 당시 동학군의 대부분은 전라도 농민들이었고 왜군의 주 토벌 대상이었다. 한말 호남의병은 1907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1909년까지 전국의 반일의병전쟁을 주도했다. 1909년의 경우 전국에서 벌어진 1천738회의 일본군경과 전투 중 47.3%인 820회의 전투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에서 벌어졌다. 교전의병 숫자도 3만8천593명 가운데 2만3천155명으로 전국 의병의 60.1%를 차지했다. 이러한 전라도 사람들의 의병정신(義兵精神)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독재에 항거한 5·18 정신으로 이어졌다. 자랑스런 우리 고장의 역사이지 않은가? 이런 호남정신은 다른 지역에 빼앗길 수 없는 우리 지역의 자랑스런 유산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최근 KBS 2TV에서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방송되고 있다. 2차 거란 침입 시 현종은 개경을 버리고 나주로 몽진을 하게 된다. 나주까지 오는 도중 수많은 지방호족들의 배신과 친위 군사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아직 왕권이 강화되기 전인 고려 초기 현종이 가장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 전라도 나주뿐이었다. 그럼에도 후세 조작으로 밝혀진 훈요십조에 의해 우리 지역은 배역의 땅으로 탈바꿈하여 조선시대 이 지역의 인재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광주에 인물이 없다 물갈이를 해야 한다 등 공천을 앞두고 많은 정치적 수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義로운 고장답게 크고 義롭고 正義로운 인재를 키워나가야 한다. 서로 물고 헐뜯는 것은 의로운 고장에 어울리지 않는다. 광주답게 크게 될 인물을 크게 키우는 고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광주정신을 확산하는 본질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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