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연수 호남대학교 교수

바야흐로 지금은 팬덤의 시대이다. 팬덤이란 VIP, VVIP 고객이나 로얄 고객층을 뛰어 넘는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주고객층을 위한 판매에서 벗어나 이제는 팬덤을 만들어 그들을 식민으로 삼는다. 스타벅스가 그렇고 아이폰이 그렇다. 스타벅스나 아이폰 팬덤들은 불편해도 그 제품만 구매한다. 스타벅스의 그냥 그런 가방 하나를 타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고, 새로 출시된 아이폰을 빨리 사려고 홍콩이나 일본까지 원정을 서슴지 않는다. 충성스런 고객이나 팬의 등장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이다. 그들의 제품이나 연예인에 대한 충성은 열광적이고 집요하고 충성스럽고 국경을 뛰어 넘는다. 사실 오늘날 한류 열풍을 몰고 온 BTS가 그렇게 성장한 가수이다. BTS의 팬덤인 아미들은 BTS가 오늘날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전세계적인 K컬처 열풍의 바탕이 되었다. 하이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현상인 것이다.

하이퍼 디지털 시대 팬덤 문화는 여론형성이나 정치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팬덤들은 지난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지자 불법선거라며 미국 의회를 점령하여 의회를 마비시켰다. 그들의 극단적이고 열광적인 트럼프 지지는 250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양당 정치를 위협하고 있다. 전세계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극렬 지지층 때문에(팬덤) 오히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극렬 지지층의 극단적 행동들이 여론을 왜곡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SNS를 통한 열렬 지지층의 등장은 노무현 대통령 출마 당시의 ‘노사모’일 것이다. 당시 이들은 SNS의 초기 단계인 단체 문자를 통하여 그들 간의 결속을 다지고 노 대통령을 지지하였다. 초기 팬덤의 등장인 것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 이재명 대표 지지 모임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세력을 확장하고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당연히 보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극우 집단에서도 극렬 지지층이 등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방송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름으로 포장된 양 정치집단의 팬덤들의 주장은 과격해지고 극단을 치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중도를 표방하는 여론층의 설 자리를 없게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인 것이다.

두 집단 간의 증오와 혈투가 일반 여론을 왜곡시키고 한국의 정치를 희한하고 비상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백주 테러가 다중이 모인 공개 된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도 두 집단 간 극한의 세 대결의 장이 될 것 같다. 지난, 지지난 선거도 다르지 않았다. 제3지대를 표방하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표방하는 집단을 이들은 야수가 먹이를 공격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또 다른 테러가 우려스럽다.

이들은 오늘도 유튜브에 그들의 허위 가짜 정보로 상대 진영을 거친 언어로 공격한다. 그 강도가 쎌수록 영상의 구독자와 좋아요는 늘어난다. 양 집단의 영상 조회수는 30만∼ 80만에 달한다. 수입도 상당하다. 그래서 더 자극적인 언어, 더 허위 뉴스를 만들어 내지만 양 극단의 팬덤들은 가짜 뉴스의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에코 챔버 현상은 에스컬레이팅되고 있다.(echo chamber 효과=뉴스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이 닫힌 체계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 강화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 수용하는 현상). 이용자의 선호만 따지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러한 확증편향을 더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발생한 여론 형성과정의 부작용인 것이다.

사람이라면 무릇 인(仁)·의(義)·예(禮)·지(智)에 신(信)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맹자는 말하였다. 사람이 항상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道理(도리) 즉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롭고 신의가 있어야 된다는 맹자의 오륜(五倫) 사상은 유교 윤리의 근본을 이뤘고 우리 사회의 불변의 가치가 되었다.

고객이 왕인, 유권자가 주인인 디지털 플렛폼 시대에 유저와 미디어 생산자들이 서로 공감하는 능력을 갖는 건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자 필수 능력이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디지털 문명의 본질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배려할 줄 알고, 세심하고, 무례하지 않으며, 친절하고, 과학적이며 또 능력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것도 가식이 아닌 본성이 그래서 언제나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람일 것이다. 2300여년 전에 맹자가 말한 인의예지신의 덕목과 다르지 않다.

디지털 문명시대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었을 뿐 사회를 이루는 중추는 ‘호모 사피엔스’ 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디지털 문명시대 최고의 인재상은 전통의 가치인 ‘인의예지신’을 갖춘 인물이 아닐까?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