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남도일보 경제부장·국장대우)

 

김경태 남도일보 경제부장·국장대우
김경태 남도일보 경제부장·국장대우

동네방네 골목길마다 개구쟁이 아이들로 북적였다. 집집마다 형제자매 7~8명이 부대끼며 사는 게 보통이었다. 형제자매가 10명 이상인 집도 적지 않았다. 초가집 좁디좁은 골방에서 아웅다웅 사는 게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많았다. 한 반이 보통 60명, 많으면 70명까지 됐다. 도회지에는 아예 1,2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학교가 생길 정도였다. 정말 숫자로만 친다면 아이들 세상이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오늘, 동네 떠나갈 듯이 시끄럽게 했던 아이 울음소리는 사라졌다. 10남매라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됐다.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특히 광주지역 합계출산율은 0.66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1년 전보다 0.10명 줄었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4분기엔 0.6명대로 떨어지게 된다. 광주지역 합계출산율은 이미 0.66명으로 하락했다. 광주 출생아 수는 지난 2019년 6천395명(-10.3%p), 2020년 5천613명(-12.2%p), 2021년 6천217명(10.8%p), 지난해 5천742명(-7.6%p)으로 2021년을 제외하고는 내림세가 이어졌다. 광주지역 출생아 수 감소세는 전국에서 제일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합계출산율 0.7명은 인구학자들도 상상해본 적 없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전세계적으로도 경계심을 자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소개하면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67년 한국 인구가 3천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를 인용하며 “이것만으로도 한국 사회는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외부에서도 얼마나 심각히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일례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출산율을 높이지 못할 경우 2050년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2070년께는 총인구가 4천만명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출산 영향으로 2017년생인 내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요란한 위기 경보음이 계속 울리고 있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마이너스 성장이나 국력의 쇠퇴를 가져오게 된다. 또 연금제도 등 여러 제도의 작동을 삐걱거리게 하고 내부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3천만~4천여만원에 달하는 결혼비용부터 집 구입, 보육과 사교육비까지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들 하소연이다. 청년층의 낮은 고용률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높은 집값과 양육비용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정확한 진단과 해법이 중요하다. 그동안 내놓은 수많은 대책이 왜 효과를 보지 못하는지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2005년 관련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난 18년간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 만큼 나라의 장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도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등을 가장 중요한 저출산 대책으로 꼽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앞으로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할 수 있는 저출산 해법 추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집집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마을 골목길에 아이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국민은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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