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겨울이 찾아왔지만 방랑의 길을 떠나는 ‘겨울 나그네’처럼 마음이 스산하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올겨울은 예년의 기온을 유지하겠지만 한파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다. 금년 1월 말경 아열대 기후대인 대만에서 북극발 한파로 146명이 사망했으며, 그 며칠 뒤인 2월 5일에는 미국 북동부지역이 체감온도 영하 78도의 추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 예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예고하고 준비해왔던 1회용 종이컵 등의 규제를 철회했다. 1회용품 규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추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소박한 출발이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뀌자 시작도 하지 못하고 중단되는 현실을 보면서 기후 위기 대응은 결코 쉽지않은 문제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작고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대로 가면 기후 위기는 지구촌의 대재앙이 되어 지구는 거주가 불가능한 행성이 될 것이므로 ‘지구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와 더불어 선각자들은 지구를 구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여 왔다. 먼저 대안경제학자 허먼 데일리는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정성과 환경 보전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세계적 사상가 노엄 촘스키는 ‘지구를 구하는 정치적 행동’을 역설했고, 일본의 젊은 학자 사이토 고헤이는 ‘공동체 중심 사회모델’을, 빌 게이츠는 기술 기업인답게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여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한편 옥스팜 출신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경제적 발전과 환경의 한계를 균형 있게 고려 하는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해결책이라 보았고, 프랑스 경제학자 루카 상셀은 ‘사회불평등과 환경불평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며 사회와 경제의 구조변화를 주장했다.

이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정책의 주요 내용은 ①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 ②조세 등 사회 개혁 ③정부와 기업의 책임 강화 ④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증진 ⑤지속 가능한 소비와 투자 ⑥시민사회의 주도적 참여 ⑦세계적 공조와 국제 협력 강화 ⑧지역 자립과 자원 공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위의 정책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비판은 이렇다. ①구체적 정책대안이 부족하다 ②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이 부재하다 ③비용과 자금 충당 문제가 비현실적이다 ④일자리 및 소비감소로 인해 경제가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도 우려된다 ⑤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이념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⑥기술혁신의 유용성이 간과되고 있다 ⑦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이 우려된다 ⑧국제공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등이다.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적극 추진을 주장하는 측의 정책들은 다소 이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시급한 세계인의 공통적 위기를 상호 이해와 협력으로 풀어나가자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불평등과 분배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신중론자들은 기후위기 현상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심스럽게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처럼 논의는 분분하나 아직 행동은 더디고 성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더 이상 파국을 방치할 시간이 없으므로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한 시민사회, 정부, 기업 간의 대타협이 시급하다.

또한 세계인과 머리를 맞대고 지구를 살리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대응 전략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협약을 체결하고 법제화를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함부로 후퇴시킬 수 없도록 공고히 해야 한다. 지난 11월 24일 환경운동연합의 발표에 의하면 국민의 81.4%가 1회용품 규제정책 도입을 찬성한다고 했다. 또한 경기도는 1회용품 규제 철회 이후 다회용품 지원사업을 시범 운영하며 지방 정부 차원의 환경보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 지구를 살리는 정책에 적극 동참할 의지가 있으며, 지역단위 사업도 역시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어떤 선택은 개인이나 조직의 운명을 가르기도 한다. 기후 문제가 바로 그러하다. 단 한 번뿐인 우리의 생명처럼 두 번째 지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늑장 대응은 당장에는 편리해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공멸의 대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기후문제는 지혜를 모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현존 인류의 엄중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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