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수상 연설 중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였다. 이같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 관심거리가 될 만큼 심각하다. 저출산이란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2.1명)을 밑돌게 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며,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인구감소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위기의식은 결여되어 있으며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대응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 대한 반성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100조 원에 가까운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그럼에도 출산율은 지속 하락하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고령화연구팀 리슨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비록 일부 국가에서 베이비 보너스가 약간의 효과를 거두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완전한 돈 낭비’라고 지적한다.(BBC 월드서비스, 2020.1.25)

이처럼 장려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효과가 미미하므로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청장년층 중심의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여성을 배려하는 직장문화를 제도화하고, ‘독박육아’라고까지 불리는 가사노동의 역할을 분담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출산을 원하는 부부가 부담 없이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제도화하고, 자녀 출산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능가하는 인구 데드크로스를 경험하기 시작하였으며, 본격적인 인구 오너스(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 시대에 돌입하였다. 이에 정부도 이제는 더 이상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였다.(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2021) 따라서 인구감소로 초래될 지역소멸, 초고령화, 축소화 등 사회구조의 변화에 적응하는 제도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인구 과소지역의 압축 도시화, 거점도시 육성, 여성의 노동참여 촉진,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한 제도 마련을 대책으로 제시하였다. 이제는 근본부터 재검토하여 출산에 대한 실효적 지원과 더불어 축소사회로 이행을 유도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기성세대의 반성이 필요하다. 자녀 출산에 관한한 부모 세대들은 자식들의 모델이 되지 못한 듯하다. 딸들은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부모의 살아가는 모습이 힘들고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출산을 주저하지 않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또한 당사자인 청장년층의 관점에서 아이 낳기를 바라는가를 되돌아보자. 부모의 관습과 사회의 필요를 위해서 젊은 세대를 압박한 것은 아니었는가? 결혼, 출산, 교육 모두가 장애물인데 거기다가 살인적 경쟁사회까지 물려주면서 손자를 원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세 번째로 저출산을 보는 시각에 대한 반성이 요청된다. 인구감소가 국민의 행복과 같은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인가’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이 부족하여 경제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마침내 국력이 쇠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양적 성장 중심 사고의 산물이다. 지금은 하드웨어 시대가 아닌 소프트웨어 시대이며, 과잉 노동력이 짐이 되는 AI(인공지능)시대에 과거의 기준으로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것이 시대변화에 맞는 적절한 판단인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당장 청년세대의 일자리도 마련해 주지 못하면서 미래의 노동력 부족을 걱정한다면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현존하는 세대가 풍요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런 행복을 물려주고 싶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

필자도 우리 젊은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 양육의 기쁨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그것이 사랑의 대물림이라 믿고 살아왔으며 인류 공동번영의 기초라고 여겨서다. 그렇지만 새로운 세대에게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는데 낡은 시대감각으로 의무를 지우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인지 재고해 봐야 한다. 다가올 시대는 다음 세대의 몫이므로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하되 그들이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고루한 고정관념과 윤리관이 새로운 세대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급기야 가족관계까지 소원해져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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