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다시 국민에게 정치적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국민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경제는 물론 국격까지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나라가 정상궤도를 벗어나고 있다면 정치행위자로서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무엇을 했는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못한 정치 체제다. 또한 선거제도는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다. 불량제품을 속아서 산 것처럼 뽑고 보니 씁쓸한 기분일 때도 있다. 민주국가의 선거제도는 다수결에 의해 한 표라도 많이 얻는 사람이 권력을 획득하게 된다. 당락은 자질과 무관하며 꼭 훌륭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이렇듯 현행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선택 실수까지 막을 수는 없다. 특히 선거라는 집단적 의사결정에서 나의 몫은 극히 일부이지만 그럼에도 선택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뽑기 전에 세심히 살펴야 하고, 뽑고 난 후에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우리는 괜찮은 정치제도를 가질만한 자격이 있는가 되돌아보자. 일반적으로 평등한 1인 1표를 통해 국가를 운영할 공직자를 공정하게 선출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가 잘못된 정치지식이나 편향된 기준을 바탕으로 투표하게 되면 수준 이하의 정치인을 선출하게 되고 우리 사회는 퇴보한다. 정치는 가치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즐기는 스포츠게임이 아니다. 나의 정치적 선택이 우리 가족은 물론 국가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 민주시민이라면 시민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권리를 능동적으로 행사하여야 하며, 공평한 민주주의 운영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민주주의는 불안전하지만 ‘시민 다수의 의사로 합법적인 권력 교체가 가능한 제도’(칼 포퍼)라는 핵심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의 살만한 나라 대부분은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는 경쟁력 있는 정치 체제이며 문명의 대세이다. 현재의 정치 상황이 매우 실망스럽지만 민주주의 사용법을 제대로 익혀 올바른 선택으로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되돌려야 한다.

세 번째로 우리의 선별 기준은 옳았는가 점검해 보자. 4년마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을, 5년에 한 번 대통령을 뽑는다. 그런데도 아직 익숙하지 못해 사탕발림에 속고 화려한 이력에 눈이 어두워져 좋은 정치대리인을 찾지 못한다면 분명 유권자인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 정치인은 일을 잘 해내는 능력자이어야 하지만 먼저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며 정의감을 가지고 소외된 사람을 안아줄 품격을 지녀야 한다. 과거 살아온 이력을 잘 검증하여 얼마나 남을 위해 살아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거기서 좋은 대학, 고시 패스, 대단한 경력은 기능적으로 똑똑하다는 증명은 될지 몰라도 도덕적이고 공익을 위해 봉사할 사람인가 와는 무관하다. 시민이 불의한 정치인과 야합하면 정치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네 번째로 우리가 정치인에게 요구할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를 점검해 보자. 우선 심각한 위기에 빠진 민생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IMF 시절보다 더 절망적인 서민의 삶부터 챙겨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중화 현상을 해소하여야 한다. 이중화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 이념적으로 격차가 커져 양극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이중화는 사회를 분열시켜 급기야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유독 한국의 이중화 현상이 이렇게 심각한 것은 정치권이 양극화를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현상 정도로 간과하고 무관심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치 개입으로 격차를 줄이는 새로운 사회모델의 구축이 요청된다. 이것이 새로 뽑을 정치인들에게 요구할 시대적 소명이다.

끝으로 우리의 각오를 다져보자. 우리는 모진 풍파를 헤치고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온 자랑스런 시민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당당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내세울 것은 없지만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인격과 인권을 가진 존재, 바로 시민이다. 지금까지 역사가 그렇듯 한국의 현대사도 우리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창조해 가야 한다. 시민은 진정한 심판관이다. 이를 깊이 인식하고 자각해야 한다. 비록 잠시 어두운 터널에서 신음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시민이 힘을 모아 어둠의 장막을 걷어낸다면 우리 시민의 역량은 다시 빛을 발하리라.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시민이여, 그대들이 역사의 주역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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