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소아청소년과 없어 광주 등지로 ‘원정길’
응급병원 있지만 성인 환자 중심으로 운영돼
고향사랑 기부제와 주 2회 방문 진료로 돌파구 마련

 

현재 지역 내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와 주 2회 진행되는 대도시 소아과 병원의 방문 진료로 의료공백 최소화에 나선다. 사진은 양현영 첨단메디케어 의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진료를 진행하는 모습. /곡성군 SNS 제공
현재 지역 내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와 주 2회 진행되는 대도시 소아과 병원의 방문 진료로 의료공백 최소화에 나선다. 사진은 양현영 첨단메디케어 의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진료를 진행하는 모습. /곡성군 SNS 제공

“아이가 아프면 상태도 상태지만 병원까지 가는 길이 걱정입니다.”

전남 곡성군으로 귀농해 축산업에 종사하는 세 아이의 부모 김보라 씨 부부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아픈것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곡성군 내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과 진료가 필요하다면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대도시까지 나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 씨는 “때로는 아이가 아픈 것보다 병원 갈 일이 더 막막하다. 곡성군이 좋아서 귀농했지만 아이들이 아플때만큼은 부모로서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 내에 아동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1곳도 없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어린이들의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원과 응급지정 병원이 지역 내 있긴 하지만 아동을 위한 전문적인 의료 시설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으며 곡성군 이외에도 구례군 역시 전남 동부권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없는 곳으로 파악됐다.

이에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소아과 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기부 사업을 구상하고 이달부터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광주광역시 소재 병원의 협조로 방문 진료를 추진하는 등 관내 소아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 아프면 병원 가는데만 ‘한나절’

지역 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만큼 곡성군에 거주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면 광주광역시나 순천시로 이른바 ‘원정’을 떠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곡성군 지역주민은 “아이 엄마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광주나 순천 등 대도시 소재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아간다고 들었다. 타 지역 병원을 가기위해 왕복으로 오가는 시간에 진료대기하는 시간 등을 다 고려하다 보면 그날 하루 날 잡고 가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곡성군에서 광주시까지의 거리는 약 50㎞로 승용차로 1시간을 넘게 달려야 하는 거리다.

더불어 병원을 가기위해 아이들을 챙기고 짐을 챙기다보면 1시간이 가고, 병원까지 가는 데에만 1시간이 또 훌쩍, 병원에서 접수하고 진료 대기하다보면 또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타 도시에서 병원 진료를 받기위해선 3시간은 기본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지역 내 소아청소년 전문 병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곡성군 연간 출생아 숫자가 40명에 불과한점 등 지역소멸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아과 전문병원이 들어서기엔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현재 국내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총 56곳으로 전남 동부권 지역에선 곡성군과 더불어 구례군 등도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곡성군 관계자는 “수익성만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곡성에 민간 소아과 병원이 생겨날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역 내 아이들의 건강을 수익성만 놓고 계산기 두드리듯 처리할 일은 아니다. 현재 곡성군에는 엄연히 약 1천800명의 아이들(0세~15세 기준)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소아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물론 관내 응급지정병원과 보건의료원이 있긴하지만 성인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아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진료가 이뤄지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현영 첨단메디케어병원 원장 역시 “소아는 작은 성인이 아니다. 소아는 같은 질병이더라도 질병의 표현이나 경과가 개인마다 많이 다르다”고 소아과 전문 진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곡성군 고향사랑기부제 ‘곡성군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홍보물./곡성군 제공

◇고향사랑기부제·방문 진료로 돌파구 마련

곡성군은 소아과 진료 공백이 젊은층이 농촌을 떠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지난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지정기부 사업을 구상, 이달부터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 모금액은 8천만 원으로 곡성군 고향사랑기부 1인당 평균 기부액이 18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445명 이상의 참여가 필요하다.

군은 기부금을 활용해 ▲소아과 전문의가 1주일에 2회 곡성군에 방문해 진료하는 데에 필요한 경비 ▲소아과 진료실를 만들고 진료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 ▲주민들의 소아과 진료비 등 농촌 소아과 진료 체계 개선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곡성군 고향사랑기부제 이용 시 주의할 점은 기부 답례품으로 반드시 ‘소아과 지정기부자용’이라고 써있는 답례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고향사랑e음 시스템상 기부자가 어떤 사업에 기부하는지 확인이 불가능함에 따라 곡성군이 생각해 낸 방안이다.

곡성군은 ‘소아과 지정기부자용’이라고 쓰여진 답례품을 선택한 기부 건에 대해서만 해당 기부금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일반 답례품을 선택할 경우엔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일반 기부금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심청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선택하고 싶다면 ‘소아과 지정기부자용’이라고 쓰여진 심청상품권을 주문해야 한다. 답례품의 내용물 자체는 동일하다.

또 소아과 전문의 방문진료를 통해 의료공백 최소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광주광역시 등에 소재한 여러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첨단메디케어의원 소아청소년과에서 농촌 소아과 진료 공백 문제에 공감하고 방문 진료를 약속했다.

국내 최대 아동복지전문 NGO인 초록우산어린이 재단 전남지역본부도 효과적인 모금 활동과 캠페인 확산을 위해 곡성군과 협약을 맺고 직간접적인 기반과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초록우산어린이 재단 측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부가 아니라 투자다. 소아과 진료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어린이들에게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고 어른들에게는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곡성군 행복정책관 고향이음 TF팀 관계자는“십시일반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들께서 소아과 공백 문제 해결에 함께 참여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소아과 문제에 공감하고 도움을 보태려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늘어야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며 “현재는 주 2회 방문 진료가 목표지만 참여하시는 병원들이 많아진다면 점차 방문 진료 횟수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양준혁 기자 y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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