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십년 독점 폐해 만연
현안 제대로 안챙겨 민심 이반
중앙무대서 무기력 지역 정치
존재감 보여줄 인물 투표 필요
당 공천보다 유권자 선택권 실현

 

“호남을 ‘민주당의 심장 또는 텃밭’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5·18 등 행사나 각종 선거 때만 되면 열심히 찾아올 뿐 평소에는 그만큼의 배려는 부족한 것 같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은 선거가 닥쳐야 얼굴을 볼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서운함을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여 앞두고 있지만 호남 민심은 싸늘하다. 수도권 정당으로 변모를 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의존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호남 역할론’을 되짚어봐야 할 때다. 일당 독점으로 굳어버린 현재의 정치 구조를 광주·전남 시도민 스스로 해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깃발만 꽂으면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 정치의 문제점은 민주당 일당 독점에서 원인을 찾는다.

정치 독점은 유권자 선택의 폭을 좁히면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게 된다. 결국 기득권이 고착화하면서 지역은 점차 고립되고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독점 체제에 대한 불만은 호남 유권자들이 대부분이 갖고 있다.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건 분명했다. 그래서 누구를 찍어도 민주당 후보가 되는 구조는 깨져야 한다고 말한다. 호남은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무조건 당선이다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의원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굳이 민심을 살피거나 공부하거나 지역을 위한 정책 발굴에 게으름을 핀다고 지적한다.

호남 정치 부활과 지역의 실리를 찾기위해서는 입을 모아 ‘일당독점 타파’를 외친다. 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도록 정치적 선택지를 늘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좀 손해인 것 같아도 유권자 선택의 폭을 넓혀 더 나은 길로 가야한다.

24년 동안 민주당에 몸 담았다 최근 탈당하고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이낙연 전 대표는 이점을 파고 들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도, 다양성도 죽었다. 이런 분위기로는 민주당이 제대로 발전할 수도 없고, 제 기능을 다 할 수도 없다. 이런 상태로는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기도 어렵다”면서 “호남정치에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론 민주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도 호남에 절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진보정당 등을 지지하지 않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무기력한 호남 정치

호남 대표 정치인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당의 정책과 예산편성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중량급 의원이 없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호남의 정치적 대표성을 실현해야 하는데 의석수만 채울 뿐이다. 지역 정치인들이 대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능력 자질 부족이라기보다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느라 의원들 스스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앙정치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역이 외면 당하는 악순환을 자초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당의 전폭적 지원이나 주요 당직 임명 등만 기다리기보다 나서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역량을 발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남 지역에 대한 예산과 정책도 중앙당에서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직도 21대 국회에서 이개호 의원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서삼석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광주·전남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고 있다. 호남을 볼모로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DJ 이후 호남정치 복원 다짐은 공염불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꼼꼼하게 검증해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않고 국가와 지역발전을 견인할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 스스로 호남정치의 변방화를 막을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주섭 사무처장은 “의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며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더 공부하고 토론하는 등 노력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는 구조는 결국 광주·전남지역에서 큰 정치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지역에서는 그저 금배지만 달려고 하는 목적만 가진 정치인들만 있게 되고 지역사회는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큰 인물이 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먹고사는 문제 관심을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 현상 원인으로 ‘지역 현안 및 민생 외면’을 꼽는다. 지역 경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민주당 정치인들이 보살피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즉 총선의 향방을 가르는 표심은 민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의해 가장 크게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의 공약이나 경력 등을 살펴보고 ‘내가 가장 잘 살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 쪽으로 표심이 기울게 된다.

지역 현안이 담긴 발전적 정책 공약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유권자들의 건강한 의식이 정치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말은 진부하긴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후보들은 공허한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더 낮은 자세로 시도민의 눈높이에서 지혜롭게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유권자는 지역색을 배척하고 잘못된 온정주의를 멀리하며 끼리끼리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리를 챙기는 투표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에 광주지역시민사회단체는 광주·전남을 위해서 이번 총선은 ▲지역을 위한 정책 발표 ▲정치의 다양성 확보 등 두가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오주섭 사무처장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에 와서 발언을 했지만 실제로 광주·전남을 위한 정책적인 발언들은 전혀 없었다”며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여야를 떠나 모든 정당들이 광주·전남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인 부분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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