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66명 등 민간인 피해 심각
행불자 불인정 105명 연관성 확인
나흘간 5곳서 71명 집단학살 만행
지만원 등 북한군 개입설 근거 ‘無’

 

송선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대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지난달 29일 4년간의 활동 결과를 담은 개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4년 만에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거나 악의적 왜곡으로 잘못 알려진 사실이 명명백백 밝혀지면서 피해자와 유족들을 포함한 지역사회는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남도일보가 조사위 결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봤다.

◇사망자 166명…사인 81%가 ‘총상’

조사위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사망 166명, 행방불명 179명, 부상 2천617명 등 민간인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는 정부 차원의 결과를 통해 신군부의 만행을 재차 확인시켰다.

조사위는 지난 1980년 5월 당시 일어난 166건의 모든 사망 사건을 각각 개별 사건으로 분석했고, 민간인 피해의 가해 주체가 공권력에 있으며 현재까지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지 못한 105명의 5·18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조사위는 사망자의 개별 사망 경위를 처음으로 확인했고,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에 의미를 부여했다.

주요 사인으로는 총상이 135명으로 81.3%에 달했으며, 구타 등 둔력에 의한 사망 17명, 차량에 의한 사망 12명 등 순이었다.

날짜별로는 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이 40.4%(67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소별로 살펴보면 계엄군이 집중 배치된 전남도청과 금남로 37.3%,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던 주남마을(12.7%)과 송암동(12%)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는 20대 38.6%(64명)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10대 34.9%(58명)로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은 항거 능력이 없거나 시위와 무관한 이들이 계엄군의 폭압에 의해 사망했음을 시사했다.

◇민간인 집단학살 5곳…인권 유린 자행

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 5건 모두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5·18 집단학살은 광주의 주요 보안시설과 도심·외곽지역 등 5곳(광주변전소·광주교도소·주남마을·송암동·국군 광주 통합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남마을에서는 11공수여단에 의한 총격으로 민간인 21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마이크로버스 총격으로 사망한 13명의 사망자 중 일부는 확인 사살까지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상자 2명을 임의 처형하는 등 반인도적 행위가 이뤄진 사실, 작전 지역 내 비무장 민간인에게도 총격을 가한 사실 등이 알려졌다.

광주와 장성을 오가는 길목인 광주변전소에서는 11경비대대에 의한 인명 피해(4명 사망·2명 부상)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보안시설인 광주교도소에서는 기존 3공수여단 외에도 향토사단인 31사단도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피해를 발생시킨 사실이 이번 조사로 새롭게 규명됐다.

이 같은 계엄군의 만행으로 1980년 5월 21일부터 나흘간 71명이 사망했고, 7명 실종되고 208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 인권 유린 사례도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조사위는 대인 조사를 통해 ‘여자들의 상의를 탈의시키라’, ‘죽지 않을 정도로 폭행하라’는 상부 지시와 함께 대검으로 옷을 찢어 벗긴 사실도 확인했다.

여성 연행자들을 트럭에 태워 추행하거나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성폭행한 정황이 나왔고, 집단 성폭행 피해도 파악됐다.

◇북한군 개입은 “근거 없는 낭설”

조사위는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 조작 사건 규명’ 관련한 내용을 총 7개 과제로 나눠 조사해 북한 개입설이 허위 사실임을 명확히 했다.

그간 5·18 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해 온 지만원씨가 주장한 북한군 개입 증거 42개는 근거가 없거나, 5·18 시기 촬영된 사진을 잘못 판독하고 이를 제한된 군사 지식으로 해석한 엉터리인 것으로 판명됐다.

익명의 인터넷 누리꾼 ‘노숙자 담요’가 5·18 시민군의 얼굴을 북한 관련 인물 사진과 비교해 동일인이라 주장한 것을 지씨가 그대로 차용해 시민군을 북한군 ‘광수1’, ‘광수2’ 등으로 지칭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5·18 왜곡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지씨는 2차례에 걸친 대인조사에서 자신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5·18 당시 광주에 북한특수군이 파견됐다는 엉터리 개입설을 동조·전파한 탈북자들의 주장도 모두 허위로 판명됐다.

직접 북한군의 광주 침투를 주장한 정모씨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5·18에 참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결론 내렸고, 정씨 본인도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인정했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책을 집필해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한 다른 탈북자 대부분은 “들은 사람으로부터 들은 것”이라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알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로 근거를 대지 못했다.

다만, 조사위는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 시절에 국가기관에서 이뤄진 은폐·왜곡·조작 사건도 규명과제로 상정해 조사했지만, ‘조사 결과 미진’이라는 일부 위원의 지적으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졌다.
/박정석·김성빈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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