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인류에 의해 탄생되었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벌어지는 환경 문제의 책임도 인류에게 있다. 특히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데, 세계 물의 날이 있는 3월과 세계 환경의 날인 6월에 대해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하루 일과 중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고 세안을 한 뒤 로션을 바른다. 아직 날씨가 쌀쌀해 옷을 단단히 갖춰 입고 신발을 신는다. 우리가 흔히 하는 모습을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를 찍는다. 직장 근처 커피숍에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한다. 대체로 비슷한 도시의 출근길 모습인데,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바로 플라스틱이다.

이른바 ‘현대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할 정도로 우리 삶에는 언제나 플라스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 하면 연상되는 비닐봉지, 용기, 빨대 등을 넘어 의류, 바닥재, 가전제품 등에도 플라스틱이 숨어 있다. 무게는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빠르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 산업적 경쟁력까지 갖춘 플라스틱은 현대 인류의 짝꿍으로 거듭났다.

게다가 재활용의 이점도 있었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경우, 잘게 쪼갠 뒤 다시 제품을 만들어야 해서 이 과정이 거듭되면 품질이 떨어져 대부분 폐기된다. 이마저도 실제 선별이 되어 재활용된 경우는 약 25%에 불과하다. 플라스틱은 결국 쓰레기가 될 운명이었던 셈일까.

그러나 그 쓰레기가 언제까지나 우리 집 밖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에도 1,000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불청객이 나타난다. 바로 미세플라스틱이다. 즉, 그대로 미세한 크기 즉,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에서 5㎜의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실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800만 톤의 어마어마한 수치로 바다에 유입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자연스럽게 해양 생물의 몸에 축적된다. 먹이사슬에 따라 해양 생물이 올라오는 곳은 우리의 식탁. 애초에 어패류를 먹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중에도 떠다녀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과 대기는 물론 토양, 극지방과 심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피하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가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무게만큼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물론 90%는 흡수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축적된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에 따라 혈관벽을 통과하거나 세포벽으로 침투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쓰레기가 없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대한 다회용품을 사용하고,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기업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원해야 기업도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친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정부와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선행해야 할 것은 플라스틱의 생산단계부터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규제해야 이 제품이 폐기되고 나서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생산한 제품의 유통, 운반, 소비, 폐기, 처리 등 제품의 전 과정에서 최대한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생산·폐기· 재활용 단계에서의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쓰레기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불필요한 포장재는 제거하는 등 생산단계부터의 감축이다. 또한, 폐기 이후에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폐기된 자원이 다시 새로운 자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쓰레기를 생산하고, 쓰레기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남기는 만큼,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더 이상 미래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빙하를 녹이는 정도도 아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든 환경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전 세계적인 과제이며 이제는 기후 위기라고 부르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이다. 언제 지구가 쓰레기의 바다에 잠길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10년, 아니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더 신중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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