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4섬’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 공무원 80여 명이 최근 5년간 공직을 그만뒀다. 공복(公僕)이란 사명감만으론 버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박봉도 문제지만 사직 행렬에 따른 인력 부족 등으로 고단한 근무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열악한 출퇴근 여건과 낡은 관사, 고립된 삶 등이 공직자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처럼 떠나는 공무원들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없어 재공고를 반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단 신안군만의 사정은 아니다. 전남도내 도서벽지 최일선 지자체들의 공통된 문제다. 지방소멸을 막고 행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남도일보 현장 취재 결과, 광주에서 신안군 신의면사무소로 출퇴근하려면 배로 약 2시간, 육상 이동까지 합치면 꼬박 5시간가량 걸린다. 금요일 퇴근길이나 일요일 복귀길에 배가 끊기면 발이 묶이기 일쑤다. 여가나 문화시설이 전혀 없어 퇴근 후엔 휴대전화만 보다 잠드는 게 일상이다. 대부분의 관사가 오래된 민박집을 개조한 탓에 여름철엔 벌레가 들끓고 장마철엔 곰팡이 냄새로 가득하다. 공직생활을 이어가기가 사실상 힘든 여건에 놓인 셈이다.
결국, 신안군에서만 최근 5년간 80여 명이 공직을 떠났다. 특히, 섬으로 발령받은 지 1개월 이내에 사직한 공무원도 15명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최고위원도 지난 9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섬 지역 등 격오지의 신규 임용 공무원 조기 퇴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정부의 보수체계 개선과 특수지 근무수당 인상 등을 촉구했다.
섬 지역 공무원들이 임용 1개월도 안 돼 그만두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