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말이 어눌해지고 손발이 마비되는 등 뇌졸중 증상을 보인 한 중년 여성이 전남대병원을 찾아 김준태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전남대병원 제공
뇌졸중-시간이 뇌를 살린다
매년 세계적으로 1천500만명 환자 발생해 600만명 사망
늦어도 6시간 안에 응급실 도착해야 급성기 치료 가능
뇌혈관 막혀 세포가 이미 사망한 경우 기능 회복 안돼

인구의 노령화가 되면서 뇌졸중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뇌졸중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지난 2010년 세계뇌졸중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세계적으로 1천500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해 이들 중 6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 꼴로 자신의 일생 중에 뇌졸중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가 되는 요즘 뇌졸중으로 고통받는 환자는 갈수록 늘 수 있어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뇌졸중은 혈관이 폐색돼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로 구분할 수 있다. 전체 뇌졸중 중에서 뇌경색이 약 75~80%, 뇌출혈이 20~25% 정도 차지하고 있다. 뇌경색과 뇌출혈의 치료는 완전히 다르지만 증상은 비슷할 수 있어 일단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할 경우 응급실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발생시 응급실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 이유는 뇌경색의 경우 급성기 치료에 의해 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 신경과 김준태 교수의 도움말로 뇌졸중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뇌경색의 급성기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뇌경색 급성기 치료
현재까지 뇌경색의 치료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짧은 시간 내에 뇌 세포는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뇌혈관 폐색으로 인한 세포의 기능저하는 혈관의 재개통을 통해서 회복시킬 수 있지만, 세포가 이미 사망한 경색의 중심부는 혈관을 재개통 하더라도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

뇌경색의 중심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커지게 되므로 폐색된 뇌혈관을 최대한 빨리 재개통 하는 것이 뇌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러가지 잘못된 방법을 통해 뇌경색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아 급성기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아직까지 매우 제한적이다.

뇌졸중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가능하면 3시간 이내에, 늦더라도 6시간 이내에 뇌혈관센터가 있는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해야 급성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급성기에 혈관을 재개통 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지고 정맥 내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혈전용해제(tissue plasminogen activator, tPA)다. 이것은 1995년 NINDS tPA trial 의 결과에서 뇌경색이 발생한 후 3시간 이내의 환자에서 사용했을 때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3개월째 기능회복이 크게 높다는 점이 증명됐다. 또한 이후 많은 연구에서 정맥내 혈전용해제의 유효성이 증명됐다. 정맥내 혈전용해제 사용에서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한가지는 증상 발생 후 약제를 투여한 시간이다. 이는 가능한 빨리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동맥내 혈전용해시술이다. 이 시술은 뇌의 큰 동맥이 막힌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신경중재술 전문의가 있고 중재술을 시행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대규모 병원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인 방법이다. 대신 정맥내 혈전용해제 투여보다 좀더 선택적으로 폐색된 혈관에 접근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재혈관화의 가능성이 더 높다. 최근에는 동맥내 혈전용해시술을 위한 기구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어 좀더 재혈관화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혈관화로 인한 기능회복은 정맥내 혈전용해제 사용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대상 선정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 시술 역시 빠른 시간에 시행해 빨리 재혈관화를 이루는 것이 예후에 중요하다.

전남대병원 신경과 김준태 교수는 "급성기 뇌경색 치료는 얼마나 빠른 시간에 치료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뇌혈관센터에서 뇌경색 의심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때 시간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시간지연 노력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수분에서 수십분에 불과하므로 환자가 스스로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재발방지 '이차예방' 중요
급성기 혈전용해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시간은 초기 수시간 이내(일반적으로 정맥내 혈전용해치료는 4,5시간, 동맥내 혈전용해치료는 6시간)로 한정돼 있으므로 이후에 시행하는 치료는 초기 뇌경색의 악화나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를 이차예방이라고 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러 위험인자를 조절하거나 몰랐던 위험인자를 찾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항혈전제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은 혈관의 협착이나 폐색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해서 증상의 악화나 재발을 방지하게 된다. 항혈전제는 아스피린 같은 혈소판을 억제하는 제제와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가 있다. 심방세동 같은 심장성 색전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는 와파린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항혈소판제(아스피린 등)를 사용하게 된다. 위험인자의 조절과 항혈전제의 사용은 이차예방을 위해 중요하므로 지속적인 투약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위험인자가 잘 관리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동맥의 심한 협착이 있는 경우는 위험인자 관리와 항혈전제 사용만으로 이차예방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는 경동맥 내막절제술이나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뇌졸중은 사회가 노령화 될수록 더욱 증가될 것이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손실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차예방을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발생했을 경우는 치료가 가능하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에 뇌혈관센터에 도착하는 것이 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전남대병원 김준태 교수는 "혈전용해제 사용이나 혈전용해시술이 모든 뇌경색 환자를 회복시키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치료도 해보지 못하고 회복을 기대하는 것과 치료를 시도하고 회복을 기다리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며 "일반인에게 시간은 금과 같지만, 뇌경색 환자에게 시간은 뇌를 살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도움말>전남대병원 신경과 김준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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