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노바티스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보건당국이 노바티스의 생산 의약품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적극 고려중이다. 하지만 행정처분 대상 중 항암제를 비롯한 희귀 의약품들도 상당수 포함, 논란이 예상된다.

건강보험 급여정지가 결정될 경우 이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게 되면 내성이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등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노바티스의 의약품 42개 품목 가운데 비급여 1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41개 품목에 대한 행정처분을 고려중이다.

노바티스는 의약전문지나 학술지 등을 통해 의사들에게 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25억9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바티스의 가브스정50밀리그램(빌다글립틴), 글리벡필름코팅정100밀리그램(이매티닙메실산염) 등 33개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대신해 과징금 2억원을 부과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나 대체의약품이 없는 등 환자의 치료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판매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다. 식약처는 또 엑셀론캡술1.5밀리그램(리바스티그민타르타르산염) 등 9개 품목에 대해서는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식약처의 판매업무정지 처분은 제약사가 제품을 사전에 유통업체에 공급해 두면 되기 때문에 처벌력이 약하다. 만약 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할 경우 해당 의약품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건강보험에서 약 값의 70% 정도를 지원하고 나머지 30%를 환자가 부담하는데 건강보험 급여가 정지될 경우 약값 부담이 늘어 의사들이 처방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노바티스에 대해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적용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로 문제가 된 의약품에 대해 1년 범위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하는 제도다. 이 경우에도 희귀의약품이나 퇴장방지의약품, 대체의약품이 없는 의약품 등의 경우 급여 정지에서 제외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고려중인 41개 품목 가운데 23개 품목은 요양급여 적용 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대체할 의약품이 없다. 이들 23개 품목은 과징금 처분으로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머지 18개 품목은 대체 의약품이 있어 원칙적으로 요양급여 적용 정지 처분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들 의약품이 비급여로 전환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투약하고 있는 환자들이 약값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비급여 전환을 놓고 백혈병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글리벡'은 표적 항암제로 현재 시중에 30여개의 복제약이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5000여명 가운데 3000명이 '글리벡'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글리벡의 출시로 골수 이식을 받지 않으면 5~6년 내 대부분 사망했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생존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연장됐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이와 관련 "글리벡의 요양급여가 정지되면 환자들은 매달 130만원~260만원의 비급여 약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약값 부담 때문에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등의 다른 대체 신약으로 교체 시 드물지만 돌연변이 유전자 발생으로 내성이 생기는 환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글리벡 치료 시 없었던 부작용이 발생해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노바티스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의한 행정처분으로 귀책사유 없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불편과 생명의 위험을 주는 것은 치료적으로나, 인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이번 사안은 약제를 요양급여에서 적용 정지할 경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경우 급여 정지에서 제외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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