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된 AI…새해도 본격 확산세
강진서 H5형 항원 검출…고병원성 확진시 8곳으로 늘어
살처분 65만 마리 돌파…전방위 차단 방역 속수무책

618tue@newsis.com
전남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남도와 해당 시·군은 ‘방역 총력전’에 돌입했지만 최근 수년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 겨울철 AI 창궐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일단 발병하면 그 피해는 재앙 수준으로 커지는 AI에 대한 방역 시스템 강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달새 고병원성 AI 7건 발생= 4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진군 한 종오리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오리 40마리가량이 폐사하고 알 생산량은 평소 1만개에서 9천500개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동물위생시험소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고병원성 여부 판단에는 2∼3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다솔에 종란을 납품하는 농장으로 오리 2만1천700마리를 사육 중이었다.
방역 당국은 농장에서 키우던 오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3㎞ 이내 오리 농가에 대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500m 이내 가금류 사육 농가는 없으며 3㎞ 안에서는 두 농가가 오리 3만2천마리를 키우고 있다.
고병원성 AI로 확인되면 이번 겨울 들어 도내 8번째다.
전남에서는 이날 현재 영암, 나주, 고흥 등 3개 시·군 오리농장에서 7건의 고병원성 AI가 확인돼 6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에서도 ‘AI 초비상’이다. 이날 전국 최대 닭 산지인 경기도 포천에 있는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이 고병원성 AI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더욱이 포천이 강원도 인접 지역인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으므로 지역적·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이번 겨울에는 고병원성 AI가 현재까지 전남·북 오리농가에서 제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지만,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점도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해마다 ‘죽이고 키우는 악순환’ 반복=현재까지 피해 규모나 살처분 가금류는 많지 않지만, 의심 신고가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 방역당국은 초긴장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확산 속도라면 피해 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는 국내에서 2003년 최초로 발생했으며, 2014년부터는 매년,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추세다.
AI 상시 발생국인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던 철새가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AI 유입 가능성이 커졌고, 가금류 밀집 사육단지가 철새 이동 경로인 서해안에 집중돼 방역에 취약한 상황이다.
여기에 AI 발생국을 오가는 국내외 출입국자도 매년 늘고 있는 데다 AI의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AI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 보면 AI가 세계 곳곳에서 지난해보다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입국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바이러스 유입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AI 방역 시스템 강화 방안 마련해야”=전문가들은 철새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AI가 갈수록 강해지고 변이가 이뤄지면서 가금류 몸이나 분변에 잠복해 있다가 기온과 환경에 따라 언제든 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AI가 발생한 데다, 지난 2014년 여름에 이어 지난해 초여름 AI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방역체계만으로 AI 확산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휴업보상제와 이동제한조치, 상시 방역체계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