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의 세상만사
전남 동·서부권에 의대가 각각 필요한 이유
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의료 사각지대’나 다름없던 전남에도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들어서게 됐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당정회의를 갖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해 사실상 전남에 의대가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 가운데 의대가 없는 곳은 전남(세종시 제외) 뿐이다.

이같은 결정이 알려지면서 200만 도민과 자치단체, 사회시민단체, 정치권 등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넘어할 산’은 여전하다. 그동안 순천 중심의 동부권과 목포 중심의 서부권이 의대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탓에 아직도 소지역 이기주의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원 규모를 80~100명 가량을 배정한다면 원하는 대로 2곳에 설치가 가능하겠지만 만에 하나 그보다 수치가 적을 경우 또다른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

이런 갈등 조짐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느낌이다. 목포시와 순천시는 각각 환영 논평을 내고 유치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유리한 고지를 위한 선점 전략에 나선 모양새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전남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섬을 가장 많이 관할하는 서남권에 의대가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석 순천시장은 의대 부지선정에 착수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적극 행보를 펼쳤다. 허 시장은 한 발 더나아가 “시 소유 땅 가운데 2곳을 대학병원 부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 전국 최악 ‘의료 여건’집중 부각

양 지자체가 이처럼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정원 규모 때문이다. 전남도가 정부에 전남에 의대 2곳을 요청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의대가 있는 15개 시·도 중에 인구와 지역 면적이 작은 울산과 제주를 제외하고는 의대가 2개 이상이다. 의대 중 가장 적은 정원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정원 40명 규모로 의전원을 포함해서 모두 10개에 달한다. 49명 정원으로 운영되는 대학도 7개 대학으로 전체 의대 40개 가운데 절반에 달할 정도다. 얼마든지 40~49명 정원의 의대 운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운명을 가를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되지만 교육부가 도내 대학의 의대 설립 신청을 받아 올 연말께나 정확한 규모가 나올 전망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전남도가 정부에 의대 2곳 설립 요청이 결코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더군다나 전남도는 노령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전국 섬의 2/3가량을 점유하고 있어 섬 지역 의료 상황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서부권의 경우 신안, 진도, 완도 중심 연안의 군집된 섬과 흑산도, 가거도 같은 고립된 섬이 다수 산재해 있어 중증 질환자나 응급환자의 의료 접근성은 최악에 달한다. 지난 2018년 통계청 자료 결과 수술이 불가할 정도의 응급환자 비율이 3.1%로 전국 평균 1.6%에 비해 2배 수준이다. 동부권은 여수 국가산단과 광양제철 등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어 의료시설 확충이 절대 필요한 실정이다.

# 道·정치권 논리개발 시급

이같은 지리적 여건에다가 지금까지 나타난 각종 의료수치는 전라남도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최악의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남의 1인당 연평균 의료비 역시 218만 6천 원으로 최저 수준인 경기도의 142만 3천 원에 비해 1.5배가량이 더 들고 있다. 연간 80만 명이 치료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나가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도 무려 1조 3천억 원(총 의료비 35%)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2016년에 발표한 전국 시·도별 지역보건 취약지역 보고서 결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고인 서울(39.7점)과 최하위인 전남(56.7점)의 차이가 17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도 전남은 80.7세로 최하위인 반면 서울은 83.3세로 2년 6개월 차이가 날 정도로 열악하다.

그래서 전남도가 정부를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논리 개발과 함께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역량 결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의대 유치는 정치권의 이해 소산물이 아닌 200만 도민의 ‘의료혜택’이라는 큰 그림에서 접근해야 이에따른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동·서가 더이상 싸울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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