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활동하는 몇 안되는 나방 ‘눈에 쏘∼옥’
뒷노랑얼룩나방애벌레와 비슷 구분 쉽지 않아
자신몸에 위협 느낄땐 입에서 방어물질 내뿜어
잎을 많이 먹어치우는 습성 때문에 이동 잦아

 

 

사진-1 머루(2012년7월28일, 오도재)
사진-2 애기얼룩나방애벌레(2016년 6월11일, 옹성산)
사진-3 애기얼룩나방애벌레(2014년 7월12일, 심원계곡)
사진-4 애기얼룩나방애벌레(2013년 6월30일, 용추계곡)
사진-5 애기얼룩나방(2015년 5월5일, 용추폭포)
사진-6 애기얼룩나방(2013년 8월17일, 용추계곡)

예부터 산 속 깊숙이 자라는 야생 과일로 사랑을 받은 머루와 다래가 있다. 그 중 머루는 복숭아나 자두, 살구처럼 집 앞에 심어놓고 따 먹는 양반들의 과일이 아니라 산에만 가면 아무나 먼저 본 사람이 임자로 양반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서민의 과일이다.

우리가 흔히 머루라고 부르는 포도속 나무는 식용할 수 있는 머루, 왕머루, 포도, 까마귀머루, 새머루가 있고, 먹을 수 없는 개머루가 있다. 머루는 산머루 또는 산포도라 불렸다. 한글 창제 후 악장가사에 실린 고려의 청산별곡에는 멀위로 기록되어 있어 멀위가 머루로 변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와 포도는 생김새에서 나타나듯이 친형제나 다름없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인 포도는 유럽에서 개량하여 기원전 3천 년부터 심기 시작한 인류 최초의 재배과일이다. 우리나라에 포도가 들어온 시기는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신라의 와당(瓦當)이나 전(塼)에 포도 무늬가 사용된 것을 보아 중국을 통해 삼국시대 이전에 벌써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머루와 왕머루는 아주 흡사하여 구별하기 어렵다. 잎의 뒷면에 황갈색 털이 있으면 머루이고 없으면 왕머루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이들을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머루나 왕머루의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어떤 녀석들이 있을까? 협식성으로 애기얼룩나방, 머루박각시, 털보꼬리박각시, 포도유리날개알락나방등이 있는데 이번엔 애기얼룩나방을 소개한다.

2013년 6월 30일, 용추계곡에서 애기얼룩나방애벌레를 처음 만났다. 검은 바탕에 흰색과 주황색이 가로, 세로로 뒤섞여 있다.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뒷노랑얼룩나방애벌레와 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애기얼룩나방은 마디마다 엷은 주황색 줄무늬가 있고 뒷노랑얼룩나방은 배 옆의 주황색 무늬가 더 넓으며 등쪽에 가로 줄무늬가 없어 구별할 수 있다. 머루인지 왕머루인지 먹이식물을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무에 대해 큰 관심을 안 두었기 때문에 구분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구분했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대부분 왕머루일 가능성이 많다.

2014년 7월 12일, 심원계곡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뒷노랑얼룩나방애벌레처럼 위협을 느끼면 입에서 방어물질을 내뿜는다. 잎의 뒷면에 황갈색 털이 없는걸로 봐선 왕머루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충시기는 6월, 8월이며 크기는 40~45mm정도다.

2016년 6월 11일, 화순 옹성산에서도 녀석을 만났는데 한 가지에 있는 잎을 다 먹어 치우고 부지런히 다른 나뭇잎을 찾아 옮겨 가고 있다. 아직 어린 녀석이라 몸집을 불리기 위해선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 부디 잘 자라서 멋진 어른벌레로 우화하기를 빌어본다.

애기얼룩나방을 만난 것은 2013년 8월 17일, 용추계곡에서다.

낮에 활동하는 몇 안되는 나방이라 눈에 확 들어온다. 나중에 소개할 얼룩나방과 비슷하나 앞날개의 흰 무늬가 다르고 뒷날개의 가장자리가 검은색이어서 얼룩나방과 구분된다. 앞날개는 검은바탕에 흰색 무늬가 얼룩 얼룩 있고 뒷날개는 노랑무늬를 검은색 무늬가 둘러 싸고 있다. 녀석은 7월에 우화한 것이다.

2015년 5월 5일, 용추계곡에서 애기얼룩나방을 다시 만났는데 고추나무꽃에서 꿀을 빨고 있었다. 8월에 출현하는 애벌레는 이듬해 4월 우화한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6월쯤 다시 애벌레를 볼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숲에서 함께 같이 살아가는 좋은 세상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