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철 유채꽃 주변서 실체 드러난 애벌레
초등학교 대상 생태교육 위해 찾은
장흥 대덕천변서 여러 개체 발견
신기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 ‘생생’
샬레서 우화한 어른벌레 도감서 확인

 

 

사진-1 광주천(2020년 3월27일)
사진-2 배추좀나방애벌레(2022년4월2일, 장흥 대덕초등학교)
사진-3 배추좀나방애벌레(2022년4월7일, 광주 동천동)
사진-4 배추좀나방번데기(2022년4월14일, 광주 동천동)
사진-5 배추좀나방번데기(2022년 4월7일, 동천동)
사진-6 배추좀나방(2022년 4월14일)
사진-7 배추좀나방(2022년 4월14일, 동천동)

여기 저기 벚꽃이 피어나고 노오란 유채꽃이 피어나면 봄이 왔음을 안다. 필자가 사는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광주천이다. 십년이 훨씬 넘게 같은 곳에서 살고 있으며 광주천의 생태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유채꽃은 벚꽃과 어울려 멋진 장관을 빚어낸다. 발길을 멈추고 몸을 낮춰 파릇파릇한 잎을 보면 누군가가 먹은 흔적이 많이 보인다. 수없이 살펴봤지만 아직 범인(?)을 찾지 못했다. 십자화과 식물을 먹는 애벌레들은 많은데도 말이다.

2022년 3월초, 영산강유역환경청 유역계획과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5년째 국가환경교육지원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장흥 대덕초등학교 2학년 대상으로 생태, 환경교육을 할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다. 거리상으로 상당히 멀지만 쉬는 날이어 흔쾌히 승낙한다. 4월 5일 수업을 위해 사전답사는 필수다. 담임교사와 통화한 뒤 4월 2일 오전 대덕초등학교 교정과 학교 옆에 있는 대덕천을 둘러 보았다.

시기적으로 곤충이나 애벌레가 많이 나올때도 아니어 난감하다. 그래도 뭔가를 찾아야 한다. 주변에 유채꽃이 제법 피었다. 납작 엎드려 수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없나 한참을 돌아다니니 그래도 수확은 있다. 서너마리의 애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샬레에 담아 데려올까 하다 이내 마음을 고쳐 먹는다. 수업하는 날 아이들과 함께 찾아 보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사진으로만 담고 다른 곤충들을 찾아 보는데 거의 없다. 소리쟁이잎에 간간히 보이는 좀남색잎벌레의 노란 알이 몇 개 보일 뿐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집으로 돌아와 도감을 펼치고 대덕천에서 보았던 애벌레를 찾아 보았다. 눈에 익은 녀석이어서 쉽게 동정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알 수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허운홍 선생께 사진을 보내 물어 보았으나 잘 모르겠다 하신다.

2022년 4월 5일, 드디어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애벌레가 있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대덕천을 먼저 찾았다. 다행히 여러 개체가 보인다. 위치를 확인해두고 학교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 부득히 1학년 아이들도 함께 수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조금 힘들었지만 담임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대덕천으로 향해 애벌레를 찾아 볼수 있게 하였다.

샬레에 담아 루페로 관찰하도록 하니 너무 신기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애벌레의 이름은 알수 없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선생님께 사육법을 설명하고 몇 개체를 건네고 나도 몇 개체를 데려와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광주천에도 유채가 많아 먹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4월 7일, 그중 한 녀석이 잎에 그물망과 같은 실을 치고 번데기가 되었다. 여러 마리를 데려왔는데 계속 번데기가 된다. 언제쯤 우화할지, 어떤 녀석이 나올지 궁금하다.

2022년 4월 14일, 아침을 먹으려는데 샬레안에 뭔가가 날아 다닌다. 날개 길이가 12mm 내외 정도이니 아주 작은 녀석이다. 앞날개의 뒤쪽으로 파도 같은 무늬가 독특하다. 더듬이는 정지해 있을 때 앞으로 쭉 뻗어 있는 점도 재미있다. 어른벌레를 자세히 관찰한 후 한국나방도감을 찾아보니 집나방과에 속하는 배추좀나방이다.

드디어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어 너무 좋다. 이름을 알고서 나방애벌레도감을 뒤져 보니 고치를 튼 사진과 어른벌레 사진이 있다. 애벌레 사진이 없어 찾지를 못한 것이다. 유채, 배추, 무, 케일 등 십자화과 식물의 해충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 저기 작은 구멍을 내며 먹는다. 집나방과(Yponomeutidae)의 나방은 우리나라에 24종이 알려져 있는데 몇몇 종 어른벌레는 꿀을 빨며 낮에 활동하고, 등불에도 자주 날아온다. 가는나방과와 달리 쉴 때 다리를 세우지 않는다.

광주천에도 유채가 많은데 왜 지금껏 한번도 보질 못했을까?

봄철 새잎이 돋을때마다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못 만났던 녀석을 대덕천에서 만난 행운을 얻어 정말 좋다. 대덕초 담임교사께 녀석의 이름을 알려 드림은 당연하다. 배추좀나방의 우화시기는 먹이만 있으면 연중이라는데 계속 찾아봐야겠다. 출근하면서 녀석을 광주천에 날려주니 조금 날다 풀잎에 앉는다. 잘 살아가길 빈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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