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보호색 띄워 여간해서 발견할 수 없는 애벌레
머리 양 편에 나 있는 뿔, 안테나 연상
살구색 머리·백록색 몸통에 검은줄
먹이식물 감소·잦은 방역 탓 개체 감소

 

 

사진-1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2022년 6월11일, 용추계곡)
사진-2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2022년 6월11일, 용추계곡)
사진-3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2022년 6월18일, 상상수목원)
사진-4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2022년6월18일, 상상수목원)
사진-5 흰제비가지나방(2017년 10월 9일, 수인산성)
사진-6 흰제비가지나방(2021년 9월25일, 백양사)

무등산에는 개비자나무가 많다. 늘푸른바늘잎나무로 높이는 2~3m 정도 자란다. 개비자나무과의 개비자나무는 음지에 견디는 힘이 아주 강하다. 주목과의 비자나무와 유사하지만 개비자나무의 잎이 보다 부드러워 피부를 찔러도 아프지 않으며, 주맥이 도드러져 있고 잎 뒷면의 기공선이 비자나무보다 넓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열매는 이듬해 9~10월에 익는데 개비자나무 가종피는 적갈색이고, 비자나무는 녹색으로 익어 두 나무를 식별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어릴적 구충제가 귀할 때 열매를 먹어 구충제로 대신한 기억이 난다. 애벌레를 찾아 산속을 다니며 궁금하게 생각했던게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개비자나무잎을 먹은 흔적이다. 분명 누군가가 먹은 흔적인데 쉽게 보이질 않아 궁금증만 더해 간다.

2021년 5월, 허운홍 선생의 나방애벌레 도감 3권이 출시되었는데 무등산 용추계곡에서 데려다 키운 녀석이 나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다. 생김새와 출현시기를 알았으니 금방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올해 들어 어디를 가든 애벌레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용산교 부근은 광주천에서 가장 많은 애벌레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기후변화와 오랜 가뭄 등의 요인도 있겠으나 먹이식물의 감소 그리고 잦은 방역 등으로 점차 곤충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22년 6월 11일, 용추계곡을 다시 찾았다. 예년 같으면 들어서자마자 여러 종류의 애벌레를 만날 수 있었는데 한참을 가도 맹탕이다. 흔한 자나방류도 아예 보이질 않는다. 마음 편하게 먹고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첫 번째 개비자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나뭇가지를 들춰본다. 역시 헛탕이다. 그래도 중간에 사발무늬독나방애벌레 한 마리를 만나서 다행으로 생각하며 두 번째 개비자나무와 마주했다. 앞쪽으로 뻗은 가지엔 흔적도 보이지 않아 돌아서려다 반대편 가지를 잡아 당겨 뒷면을 보니 꽤 큰 애벌레가 눈에 들어온다. 살구색 머리, 몸은 백록색이며 약간 꾸불꾸불한 검은 줄이 배 뒷면 중앙에 2개, 양 가장자리에 3개씩 있는 애벌레. 분명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다. 꼭 만나보고 싶었던 녀석을 이렇게 눈 앞에 두고 있다. 한참을 보다 또 다른 녀석이 있는지 찾아 보았지만 더 이상은 없다. 보호색을 띠고 있어 대충 보면 그냥 지나치고 말 것이다.

2022년 6월 18일, 상상수목원에서 규봉암으로 가는 길에서 흰제비가지나방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용추계곡에서 처음 봤던 녀석보다 조금 작았다. 머리쪽을 자세히 보니 양 옆으로 뿔이 나 있다. 안테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비자나무 한그루에 역시 한 마리만 있었다. 먹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종령 애벌레의 크기는 58mm정도이니 꽤 큰 편이다. 유충시기는 5~6월이며 연한 잎을 먹고 살다가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17일 뒤 우화한다. 여기 저기서 흰제비가지나방이 많이 보인다. 낮에 나뭇잎이나 가지 등에 붙어 가만히 있다.

2017년 10월 9일, 장흥의 수인산성으로 처진 물봉선을 담으러 갔다가 흰제비가지나방을 만났다. 마치 꽃인 듯 잎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참 멋지다. 연노랑제비가지나방과 비슷하지만 머리 앞쪽이 노란색을 띠고 앞날개 횡선이 전연에서 약간 굽는다. 연노랑제비가지나방은 얼굴이 오렌지색이어 구별된다.

나방에 관심을 갖은 이후 수 많은 자료를 축적했지만 애벌레만 있는 종, 어른벌레만 있는 종 그리고 아직도 이름을 붙여주지 못해 소환하지 못하고 있는 녀석들이 엄청 많다. 출현하는 시기를 보고 목표를 정하지만 요즘은 어찌된일인지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른벌레가 관찰되고 먹이식물이 있으면 분명 애벌레가 있기 마련인데 적절한 시기에 녀석들을 찾아 나선다는게 참 힘들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 어떤 녀석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또 다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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