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잎 먹고 삶 영위
위험땐 도롱이로 ‘쏘∼옥’
애벌레 몇마리 샬레에 담아
관찰 시도했으나 계속 실패
담쟁이덩굴 없어져 애벌레도
점점 소멸 안따까운 마음 가득

 

 

사진-1 검정주머니나방(2020년 6월24일, 광주 용산동)
사진-2 검정주머니나방(2022년 4월29일, 용산동)
사진-3 검정주머니나방애벌레(2022년 4월20일, 용산동)
사진-4 검정주머니바방애벌레(2022년 4월20일, 용산동)
사진-5 검정주머니나방 탈피각(2022년 6월10일, 용산동)
사진-6 검정주머니나방(2008년 6월 14일)

우리가 사는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포도과의 담쟁이덩굴(Parthenocissus tricuspidata)이 있다. 속명 Parthenocissus 는 희랍어에서 ‘처녀’를 의미하는 parthenos와 ‘아이비(ivy)‘를 뜻하는 cissus의 합성어로 담쟁이덩굴이 꽃가루받이 없이 종자를 생산하는 것(처녀생식)을 가리킨다. 종소명 tricuspidata는 ’세군데가 뾰족한‘이라는 뜻으로 잎이 세 갈래로 갈라져 그 끝이 뾰족한 것을 가리킨다. 이렇듯 우리가 도감을 볼 때 속명과 종소명에 관심을 두면 대략의 모습을 알 수가 있다.

담쟁이덩굴은 울타리(담)에 기어오르며 사는 덩굴이란 순수 우리말로 처음부터 당장이→담장이덩클→담장이넝쿨로 불려왔다. 담장이란 이름은 울타리의 ‘담’과 접미사‘장이’의 합성어로 담에 더불어 사는 녀석이란 의미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그 잎새의 주인공도 담쟁이덩굴이다.

담쟁이덩굴이 건축물의 벽면이나, 담장 또는 여러 건축물을 덮음으로써 여름에는 직접적인 직사광선을 막아줘 냉방효과가 있고, 겨울철에는 반대로 단열효과를 낸다. 그 뿐만 아니라 산성비 등 건축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로부터 보호를 하여 건축물의 콘크리트 표면의 균열이나 침식, 탈색 등을 방지해 준다. 또한 여러 곤충들이나 작은 동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생태계 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투박하고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구조물을 감싸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담쟁이덩굴을 자세히 살펴본 기억이 있는지 궁금하다. 무더위가 조금씩 누그러져 가는 9월이면 마른 잎으로 대롱이를 담쟁이에 붙이고 집단으로 있는 것이 자주 보인다. 어린 유충들은 잎의 한쪽 면만 먹는데 겨울이 될 때까지 먹고 그대로 나무 가지 같은 것에 붙어서 겨울을 난다. 이때 많은 개체는 죽음을 맞기도 한다. 봄이 되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분산한다.

2020년 6월 24일, 용산교 부근의 담쟁이덩굴에서 줄기에 메달려 있는 검정주머니나방을 만났다. 녀석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여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지만 참았다. 언젠가는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아마도 이 녀석은 충분히 담쟁이덩굴 잎을 먹고 번데기가 되려는 것 같다.

2022년 4월 20일, 용산교 부근의 같은 장소에서 드디어 검정주머니나방애벌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른잎을 단단히 붙여 만든 도롱이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맛나게 담쟁이덩굴 잎을 먹는다. 위험을 느끼면 잽싸게 도롱이속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녀석은 몹시 배가 고팠나보다. 그저 열심히 먹는다. 마른 잎에 알이 한 개 보이는데 검정주머니나방의 알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오후에 다시 녀석을 만났는데 역시 먹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약간 검붉은 머리와 몸통 그리고 드문드문 털이 솟아 있다. 오래 전 함평에서 녀석이 바위 위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은 적이 있는데 몸을 최대한 앞으로 내밀었다 당기면 도롱이가 딸려 왔다. 언제 가려나 했지만 그래도 상상 이상으로 움직인다.

5월이 되니 더 많은 검정주머니나방애벌레들이 보인다. 그 중 몇 마리를 샬레에 담아 관찰에 들어갔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얼마 가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많이 아쉽다. 다시 시도할까 하다가 이내 포기한다. 소중한 생명을 더 이상 희생시켜서는 안될 것 같다.

많은 개체가 보이는 만큼 어른벌레도 쉽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찾을 수가 없다. 2022년 6월 10일, 어렵게 검정주머니나방의 우화 후 탈피각만 찾아냈다.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날것만 같은데 나의 바람일 뿐이다. 암컷은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니 근방 어딘가에 분명 있을텐데…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검정주머니나방 수컷 사진을 받았다. 흑갈색의 날개가 인상적이다. 애벌레도 약간 흑갈색이고 어른벌레도 흑갈색, 주머니속에서 살아가는 녀석이라 검정주머니나방이라 이름 붙였나보다. 기억하기가 좀 쉽다는 생각이다.

용산교 부근엔 담쟁이덩굴이 많았었는데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장이 있다고 제거해 버린 결과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표면의 균열이나 침식, 탈색을 방지해주는데 왜 힘들여 없애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담쟁이덩굴을 의지해 살아가는 곤충들도 점차 줄어만 간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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