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모에 벌새처럼 정지비행 하며 꿀을 먹는 모습 우아
머리줄 노란색 띠어 유사 애벌레 비해 컬러풀
한 꽃에 머무는 시간 짧아 앵글 담기 ‘역부족’
앵글 속 애벌레 모습은 실제보다 더욱 멋져

 

 

사진-1 작은검은꼬리박각시애벌레(2019년 8월11일, 뱀사골)
사진-2 작은검은꼬리박각시애벌레(2019년 8월11일, 뱀사골)
사진-3 작은검은꼬리박각시(2016년 8월20일, 노고단)
사진-4 작은검은꼬리박각시(2016년 8월20일, 노고단)
사진-5 작은검은꼬리박각시(2016년 8월20일, 노고단)

나방애벌레들을 열심히 쫓아다닌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무 그리고 풀 등 식물의 이름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하지만 유독 쉽게 이름이 떠 오르지 않은 식물이 있다. 바로 꼭두서니다.

숲가에서 자라는 덩굴지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매번 이름이 가물가물한다. 눈으로는 쉽게 들어오는데 이름은 한참이 지나야 겨우 생각난다. 1m 정도 길이로 벋는 네모진 줄기에 갈고리 같은 짧은 가시가 나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달라붙는다. 심장형 또는 긴 달걀형 잎은 잎자루가 길며 줄기의 마디마다 4장씩 돌려난다. 잎자루와 뒷면의 잎맥에도 잔가시가 나 있으며 7~8월에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대에 자잘한 연노란색 꽃이 모여 핀다.

황적색을 띠는 굵은 수염뿌리로 빨간색 물감을 만들기도 하는 꼭두서니를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애벌레다.

유충 머리는 청록색이고 회백색 줄이 4개 있다. 몸은 연두색이고 흰색줄무늬가 4개 있으며 양쪽 가에 있는 것은 굵다. 작고 흰 돌기가 있고 양쪽에 있는 돌기는 길다. 꼬리돌기는 청색이나, 끝부분은 녹색과 주황색으로 화려하다. 주요 먹이식물은 꼭두서니이나 없으면 다른 식물을 먹기도 한다.

2019년 8월 19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한 지리산 뱀사골에서 작은검은꼬리박각시애벌레를 만났다. 이 녀석은 머리의 줄이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지금껏 본 여느 박각시애벌레들보다 훨씬 다양한 색상을 뽐낸다. 얼핏보면 평범한 애벌레같지만 집에 와 사진으로 보니 정말 멋진 녀석이다.

허운홍 선생과 함께 하는 애벌레와의 만남은 항상 즐겁다. 애벌레를 대하는 자세부터 어떻게 접근하는지 많은 것을 배우며 궁금한 것들은 바로 바로 물어볼 수 있어 너무 좋다. 광주에 계속 계셨음 좋을텐데 이곳의 나방들은 어느 정도 관찰한 관계로 서울로 가셔서 지금은 중부지방에 있는 애벌레들을 열심히 찾고 계신다. 하지만 올 들어서 애벌레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하신 듯 하다.

8~9월에 관찰되는 작은검은꼬리박각시 애벌레는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16~18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박각시과 꼬리박각시아과의 꼬리박각시들은 낮에 날아다니며 흡밀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앵글에 담기가 정말 힘들다. 기다란 더듬이를 쭈욱 내밀어 흡밀하고 잽싸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수 십컷을 날려도 쓸만한 사진은 거의 없다.

2016년 8월 20일, 노고단 대피소에서 작은검은꼬리박각시를 만났다. 계단사이에 피어난 작은 꽃들을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흡밀하고 있었다. 계단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앵글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숨을 죽이며 셔터를 누르려 하면 옆으로 간다.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꼭 담아 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멀리 달아나지 않은걸로 보아 다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한참을 그대로 있으니 드디어 앵글 안으로 들어온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몇컷을 날렸다. 머리와 가슴이 황록색을 띠고, 뒷날개 전연과 내연부에 나타나는 등황색 부분이 매우 좁다. 벌꼬리박각시와 비슷하나 뒷날개 기저에만 노란색 부분이 조금 있어 구별한다.

어렵게 담은 작은검은꼬리박각시는 벌새처럼 정지비행을 하며 흡밀한다. 하지만 하나의 꽃에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다. 전에 소개한적이 있는 애벌꼬리박각시와 벌꼬리박각시 그리고 작은검은꼬리박각시를 구별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편하게 꼬리박각시아과로 동정하고 확실한 사진을 확보하면 그때 이름을 붙이려 한다. 완도수목원에 가면 굴거리나무가 많은데 이것을 먹고 사는 검은꼬리박각시애벌레도 있단다.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지만 이 녀석도 한번 찾아볼 생각이다. 도감을 보면서 눈에 익혀 둔다. 얼마나 기억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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