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마이산 무궁화꽃 단지에서 만난 애벌레
자나방처럼 부지런한 몸놀림 덕 빠른 속도로 이동
종령은 회색 탓에 나뭇가지 달라붙어 발견 ‘애로’
이날 산행서 4령·종령 한꺼번에 관찰 ‘운수대통’

 

 

사진-1 왕붉은잎큰나방애벌레(2019년 8월23일, 마이산)
사진-2 왕붉은잎큰나방애벌레(2019년 8월23일, 마이산)
사진-3 왕붉은잎큰나방애벌레(2019년 8월23일, 마이산)
사진-4 붉은잎큰나방(2015년 7월11일, 백양사)
사진-5 왕붉은잎큰나방(2008년 8월 21일)
사진-6 왕붉은잎큰나방(2008년 8월22일)

우리나라 국화(國花)가 무궁화(無窮花)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은 없을 것이다. 우리말 이름 무궁화는 수많은 꽃송이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약 100일 동안 줄기차게 피고 지는 꽃이다. 무궁화의 한자명은 환화(桓化), 목근화(木槿花)등으로 쓰이다가 고려시대 이규본의 ‘동국이상국집’에 최초로 무궁화(無窮花)로 기록되어 있으며, 한글명은 조선시대 세종 25년 훈민정음 창제 이후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나라꽃의 유래를 살펴보면,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는 의식에서 애국가의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나라꽃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1949년 정부수립 후부터 대통령 휘장과 행정, 입법, 사법 3부의 휘장을 모두 무궁화로 도안하여 제정하였고 태극기 깃봉도 무궁화 꽃봉오리로 제정하였다.

이렇듯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제정된 이유는 모든 백성이 민중의 꽃으로 여길 만큼 큰 사랑을 받아왔으며, 무궁화가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며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이 일제 강점기에서도 일본에 굴하지 않는 우리 민족정신과 맥을 같이 하며 겨레의 얼로 확고히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무궁화는 국가가 정한 꽃이 아니라 백성들이 스스로 인정한 나라꽃이라 할수 있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 은근과 끈기이며, 추위에 강하고 소나무, 자작나무, 버드나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양수이다. 아침 일찍 피었다가 황혼 무렵이 되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새로 난 가지의 밑에서 위로 향하면서 차례차례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아욱과에 속하는 무궁화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누구일까?

단식성으로 왕붉은잎큰나방과 점노랑들명나방이 있고, 광식성으로는 목화명나방 등이 있는데 왕붉은잎큰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2019년 8월 23일, 전북 진안의 마이산을 찾았다. 으름난초의 자생지를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한동안 야생화에 심취하여 때맞춰 피는 꽃들의 대략적인 위치를 거의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일반인들이 거의 찾지 않는 한적한 숲으로 들어서는데 무궁화꽃이 보인다. 혹 무슨 애벌레가 있을려나 하고 몸을 낮추니 반가운 녀석이 보인다. 어렸을 때는 녹색이고 양 옆으로 가는 노란색이 있으며 작은 점이 있는데 주로 잎 뒤 주맥에 딱 붙어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운 좋게 왕붉은잎큰나방 애벌레를 만날 수 있었다. 첫째, 두 번째 배마디가 짧아 마치 자나방처럼 부지런히 다른 가지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 폈다한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꽤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아직 종령은 아니고 4령쯤으로 보인다.

다 자란 종령애벌레는 회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는 나뭇가지에 딱 붙어 있어서 나뭇가지로 착각하게 된다. 그만큼 발견하기가 힘들다. 빠르게 이동하는 4령 애벌레 덕분에 종령 애벌레도 만날 수 있었으니 오늘은 계 탄 날인 듯 싶다. 나뭇가지의 색과 아주 비슷하고 거의 움직임이 없으니 모르고 지나칠뻔 했는데 종령애벌레가 가는 길을 막고 있으니 녀석이 돌아서 내려왔다. 다른 가지로 가기 위해서다. 한그루의 나무에서 중령과 종령을 볼수 있어서 너무 좋다.

7~8월을 유충으로 지내고 번데기가 되어 8월 우화한다. 어른벌레가 아주 비슷한 녀석이 있는데 바로 붉은잎큰나방이다. 찰피나무를 먹고 사는 녀석으로 애벌레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어른벌레는 너무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정말 어렵다.

2015년 7월 11일, 백양사 야등에서 여러 나방들을 만난 후 동정을 하면서 왕붉은잎큰밤나방으로 이름을 붙인 녀석이 있다. 글을 쓰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뭔가 미심적은 느낌이 들어 돋보기로 보면서 다시 들여다 보니 왕붉은잎큰나방이 아니다. 급히 허운홍 선생께 연락하여 어른벌레 사진을 받았다. 애벌레를 채집하여 사육하고 어른벌레를 봤으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 많이 아쉽다.

그래도 이런 기회로 왕붉은잎큰나방과 붉은잎큰나방을 구분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중령 애벌레가 왕붉은잎큰나방 애벌레와 비슷하다고 산딸기를 식초로 하는 나방을 무궁화잎큰나방이라 국명을 붙인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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