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가지에 거꾸려 메달려 먹이활동하는 애벌레
배 윗면 八자 모양 무늬 선명
줄무늬 주변엔 연보라색 띄어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로 변모
15일 뒤 멋진 나방으로 우화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01]물결박각시나방
 

 

사진-1 물푸레나무(2016년 4월29일, 영원사)
사진-1 물푸레나무(2016년 4월29일, 영원사)
사진-2 물푸레나무(2022년 2월5일, 북한산)
사진-3 물결박각시애벌레(2022년 8월6일, 노고단)
사진-4 물결박각시애벌레(2022년 8월16일, 노고단)
사진-5 물결박각시애벌레(2022년 8월6일, 노고단)
사진-6 물결박각시(2020년 7월 24일, 용산동)

전국 어느 산을 가더라도 흔히 볼수 있는 나무가 있다. 물푸레나무과의 물푸레나무다. 낙엽 교목이며 높이 15m, 지름 60cm정도로 자란다. 겨울눈은 광난형으로 인편은 2쌍인데 바깥쪽의 1쌍이 뒤로 약간 젖혀져 있다. 들메나무에 비해 작은잎의 수가 적고 뒷면의 주맥을 따라 갈색 털이 밀생하는 점과, 겨울눈의 인편이 회색이고 끝이 뒤로 젖혀지며 꽃차례가 새가지에 달리는 점이 다르다.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녹색이 우러나와 물이 푸른빛을 띠어서 ‘물푸레나무’하고 한다.

아름다운 우리 이름의 대표주자인 물푸레나무는 목재의 결이 단단하여 깨지거나 갈라지지 않고 잘 부러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악기나 운동용구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물푸레나무 잿물로 들인 옷은 파르스름한 잿빛인데다 오래도록 퇴색되지 않아서 승려복 염색재료로서는 최상품이었다.

2016년 4월 29일, 지리산 영원사에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개화하는 물푸레나무를 만났다. 생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한눈에 봐도 모든 것이 풍성하다. 우리네 인간이나 식물도 환경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도심의 공원이나 하천변에서 자라는 물푸레나무, 그리고 서식환경이 우수한 숲에서 자라는 물푸레나무들은 때깔도 좋고 수형도 좋다.

그러나 정상 부근의 능선 바위틈에서 자라는 나무는 척박한 토양과 거센 바람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몸집을 줄인다. 2022년 2월 5일, 북한산 백운대 바로 밑에서 만난 물푸레나무가 그렇다. 한껏 자신을 낮추고 힘든 환경에 순응하며 새순을 돋고 꽃을 피워 올린다. 자연의 모든 동,식물 그리고 우리네 인간들도 좀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자기 의지로 그런 생육환경에 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힘들지만 적응하며 어렵게 살아간다.

2022년 8월 6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을 찾았다.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애벌레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둘이서 눈을 부릅뜨고 찾으니 몇몇 애벌레가 보인다. 무성한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물푸레나무 가지에 거꾸로 메달려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애벌레가 눈에 들어온다. 배 윗면에는 八자 모양 무늬가 줄지어 있고, 그 줄무늬의 숨구멍 주위는 보랏빛 도는 흰색을 띤다. 사진을 찍느라 이리 저리 돌려도 그저 열심히 먹는다.

만약 내가 먹이를 찾는 천적이었다면 녀석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대부분의 애벌레들은 열심히 먹다가도 위협을 느끼면 일단은 멈추고 가만히 있는데 아예 무시해 버린다. 정말 배가 고팠던 것인지 아니면 곧 번데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먹어 치우는건지 모르겠다. 둘이서 그 모습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이미 녀석을 사육하여 우화시켜 보신 허운홍 선생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 다 자라면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15일이면 멋진 나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물결박각시 이야기다.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나방과 인연을 맺어오신 전문가와 함께 관찰에 나서니 정말 좋다. 이것 저것 노하우를 알려 주신다. 순천과 광주에 계실때는 자주 같이 했는데 멀리 서울에 계시니 함께 하기가 힘들다.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2020년 8월 5일, 물결박각시를 만났다. 환경지킴이로 근무하면서 거의 매일 다니는 용산동에서다. 이곳에서 물결박각시를 만나지 못했다면 노고단에서 애벌레를 봤을 때 아마도 집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항상 자료를 정리하면서 애벌레만 본 경우와 어른벌레(성충)만 본 상황을 기억해 둔다. 또한 도감을 보면서도 장소와 일시를 기록해 놓는다. 그러면 신경써서 찾아봐야 할 애벌레와 나방들을 선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녀석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용산교에 도착하여 담쟁이 덩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뭔가 보인다. 박각시다. 도감을 보면서 애물결박각시가 아닐까 좀 의심이 들었지만 물결박각시로 이름을 붙인다. 동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항상 있다. 어떻게든 정확한 정보를 제공키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져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껏 관찰되지 않은 녀석들도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더욱 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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