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모양으로 개옻나무잎 접고 서식하는 귀염둥이
애벌레 머리, 가슴, 배 모두 노란색
몸집이 너무 작아 ‘앙증맞은’ 녀석
둘둘 만 잎 붙인 채 땅에서 겨울 보내
이듬해 봄 어른벌레로 드디어 ‘우화’

 

 

사진-1 개옻나무(2022년 1월 2일, 남한산성)
사진-2 개옻나무(2015년 5월2일, 옹성산)
사진-2 개옻나무(2015년 5월2일, 옹성산)
사진-3 개옻나무(2014년 10월11일, 신선봉)
사진-4 개옻나무(2022년 1월2일, 남한산성)
사진-5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애벌레(2018년 8월21일, 뱀사골)
사진-6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2021년 7월31일, 통명산)

전국의 숲에서 자생하고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개옻나무가 있다. 옻나무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어 재배하여 옻칠의 원료와 약용으로 사용되었으므로 일반 산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옻나무의 이름은 한자 칠(漆:옻나무 칠)에서 유래되었는데, 옻나무 수액으로 칠을 하면 검게 변하므로 오(烏:까마귀 오)자가 첨가되어 오칠(烏漆)이 됐다. 다시 된소리의 옻칠에서 옻으로 분리되어 옻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해진다. 옻나무는 큰키나무이지만 개옻나무는 떨기나무로 작고 옻의 효용도 떨어져 참옻나무와 차별화하기 위해 개옻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니 접두어 ‘개’의 의미가 다시금 와 닿는다. 개복숭아, 개살구등 주위에서 찾아 보면 제법 있는 것 같다.

옻나무과에는 옻나무, 개옻나무, 검양옻나무, 산검양옻나무 등이 있는데 개옻나무는 가시털이 밀생한 납작한 구형의 열매, 잎 가장자리에 2~3개의 결각상의 톱니 그리고 붉은색의 엽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가을이면 노란색 단풍이 들어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 준다. 옻에는 휘발성 우루시올이 들어 있어 피부에 닿거나 복용했을 때 알레르기를 불러 일으켜 피부가 가렵거나 붉어지는 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로부터 약용과 옻칠의 원료로 사용된 옻나무류의 잎을 깔때기 모양으로 붙이고 그 속에서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창나방과의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 이야기다.

2018년 8월 21일, 지리산 뱀사골로 애벌레를 만나기 위해 나섰다. 허운홍 선생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을 벗삼아 야생동물 흔적을 찾아 다니는 닉네임이 애벌레인 하정옥 동생과 함께 동행한 뜻깊은 탐사다. 훗날 밝혀졌지만 알락굴벌레나방 애벌레를 처음 발견한 바로 그날이다. 물푸레나무의 줄기속에서 사는 녀석을 발견하여 너무 흥분한 상태라 그날 다른 녀석들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 애벌레도 그런 것 같다. 평상시엔 말린 잎을 열어보기 전에 사진으로 먼저 담는데 그 사진이 없다. 개옻나무잎을 깔때기 모양으로 접고 그 속에서 먹고 있는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 애벌레는 머리, 가슴, 배 모두 노란색이다. 조그마한 녀석이 너무 귀엽다. 깔때기 속의 잎을 먹고 다 자라면 만 잎을 완전히 붙이고 땅으로 떨어져 겨울을 난다. 비슷한 시기에 점무늬큰창나방 애벌레도 개옻나무 잎을 말고 먹기 때문에 잘 확인해야 한다. 추운 겨울을 난 애벌레는 이듬해 봄 어른벌레로 우화한다.

이런 애벌레의 생활사를 현장에서 직접 전문가에게서 들으며 관찰하니 정말 좋다. 채집과정도 배우고, 사육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들도 꼼꼼히 챙겨 주신다. 역시 전문가는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애벌레를 봤을 때 잘 모르는 녀석은 일단 채집을 해야 하는데 난 사진으로 담는게 우선이다. 사진을 정리하여 허운홍선생께 물으면 처음 보는 녀석이라며 채집했느냐 물으신 경우가 꽤 있다. 몸에 베인 습관이 무섭긴 무섭다.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2021년 7월 31일, 곡성의 통명산을 찾았다.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지만 여기엔 어떤 애벌레들이 기대하며 숲길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멋진 나방을 만났다. 집에 돌아와 도감을 뒤져보니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이다. 날개나 무늬를 보면 창나방과의 일종인 것은 짐작이 가는데 왜 이름에 상수리가 들어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항상 스스로 느끼고 있기도 하지만 “이름도 어려운데 상수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땐 그저 말문이 막혀 버린다. 국명을 지을 때 특징과 먹이식물을 잘 파악하여 명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모처럼 세종대왕 할아버지 덕분에 연휴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속에 많은 생명들이 몸을 의탁하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숲에 들어가면 개옻나무도 멋진 옷으로 갈아 입고 겨울을 준비할 시기다. 혹시 발밑에 흰점무늬상수리창나방 애벌레가 겨울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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