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에 ‘착’ 붙은 채 갉아 먹어 육안으로 구별 어려워
흰색 바탕에 붉은색·검정색 줄이 길게 있고
가슴다리 위에는 녹색 조끼 입는 것처럼 착각
참나무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발견됐으나
몇년 새 보이지 않아 이상기후 ‘탓’걱정도
어른벌레도 관찰에 어려움 많아 자료 미비

 

 

사진-1 밤나무재주나방애벌레(2016년 9월10일, 용진산)
사진-2 밤나무재주나방애벌레(2017년 8월1일, 규봉암)
사진-3 밤나무재주나방애벌레(2019년 8월11일, 뱀사골)
사진-4 밤나무재주나방애벌레(2016년 9월10일, 용진산)
사진-5 밤나무재주나방애벌레(2019년 8월11일, 뱀사골)
사진-6 밤나무재주나방(2017년 7월30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과 참나무속에는 어떤 나무들이 있을까?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가 있는데 도토리나무 6형제라 하기도 한다. 밤나무속의 밤나무까지를 갈잎 참나무류로 묶어 나뭇잎의 형태나 각두의 모양 등을 보고 어떤 나무인지 알아 보곤 한다. 요즘같은 계절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과 도토리를 모아 놀다 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다. 참나무들은 대체로 자기 영역을 정해 두고 같은 종류끼리 살아간다.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나 동네 뒷산에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터를 잡는다. 경쟁자는 있어도 땅 힘이 좋고 습기 많은 계곡에는 졸참나무와 갈참나무가 버티고 있다. 사람이나 나무나 악착스럽지 못하면 좋은 자리를 빼앗기기 마련이라 남은 땅은 바람 불고 메마른 산 능선과 산꼭대기밖에 없다. 이런곳에 떡갈나무와 신갈나무가 산다.

흔한 나무인만큼 이런 참나무류를 먹고 사는 애벌레들은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 밤나무, 갈참나무등 참나무류를 먹고 사는 밤나무재주나방을 소개 한다. 녹색, 붉은색 등으로 화려하지만 잎의 주맥에 붙어서 잎을 먹고 있거나 가만히 있으면 잎의 일부분이 마른 것처럼 보여 쉽게 알아 볼 수가 없다.

2016년 9월 10일, 광산구에 위치한 용진산에서 밤나무재주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숲해설가협회의 숲기행에서다. 흰날개큰집명나방 애벌레, 연분홍가지나방 애벌레, 노랑뒷날개저녁나방 애벌레, 연갈색재주나방 애벌레 등 많은 애벌레가 보인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닐 때 이곳 용진산과 왕동저수지로 소풍 왔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 오른다. 같이 한 회원들에게 애벌레들을 소개하고 있던 중 잎의 일부분이 마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애벌레를 발견했다.

밤나무재주나방 애벌레다. 흰색 바탕에 붉은색과 검은색의 줄들이 길게 있고 가슴다리 위에는 녹색의 조끼를 입고 있는 것 같은 애벌레다. 줄기와 잎 사이에 가만히 붙어 있는 녀석은 정말 식별해내기 어렵다. 함께 동행한 회원들도 탄성을 자아내며 눈맞춤하기에 열중이다.

2017년 8월 1일, 규봉암에서 밤나무재주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역시 같은 모습이다. 마치 잎의 일부분인것처럼 붙어서 먹이를 먹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알고 있으면 어디를 가든 찾아 내기 조금 수월하다. 다행스럽게도 밤나무재주나방 애벌레는 중령과 종령의 색상 및 형태의 변화가 없다. 2019년 8월 11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는데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디를 가든 참나무류가 있는 곳에서는 관찰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후로 지금까지 3년여 넘게 녀석을 본 기억이 없다. 개체수가 줄어든 것인지, 그동안 많이 본 녀석이라 신경을 덜 써서 그런지 눈에 띄지 않는다. 혹 이상기후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다.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서 번데기가 된다. 7~8월에 많이 보이는 녀석들은 여름에는 20일 만에 우화하는 것도 있으나 대체로 이듬해 우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날개는 보랏빛이 도는 갈색 바탕이며, 중실 끝부분을 중심으로 흑갈색 타원 또는 원 무늬가 크게 나타난다. 여러 곳에서 자주 관찰되던 애벌레라 어른벌레도 쉽게 봤을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자료를 다 뒤져봐도 없다. 야간등화에서 자주 만났다고 굳게(?) 믿어서 그랬나 보다. 없는 자료도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 말이다. 기꺼이 사진자료를 보내주신 허운홍 선생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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