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사육에도 우화엔 결국 실패 ‘아쉬움 가득’
사육통에서 번데기까지만 성공
두 번 모두 ‘폭우’ 장벽 못 넘어
아침·석양 무렵 꽃에서 꿀 흡입
둘둘말린 주둥이 길게 뻗어 흡밀

 

 

사진-1 벌꼬리박각시애벌레(2022년 7월 15일, 용산동)
사진-2 벌꼬리박각시애벌레(2022년 8월 28일, 용산동)
사진-3 벌꼬리박각시번데기(2022년 9월 14일, 용산동)
사진-4 애벌꼬리박각시 번데기(2022년 8월26일, 용산동)
사진-5 벌꼬리박각시(2019년 10월20일, 용산동)

애벌레를 키우다 보면 이상하게 인연이 안 맞는 녀석들이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번데기까지 잘 되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사육통에 물이 차 익사했다면 많은 비난을 받는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계요등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용산동의 광주천변, 예전에 소개한 애벌꼬리박각시 애벌레들이 보인다. 먹는 먹이도 같고 활동하는 시기도 비슷하고 같고 심지어 같이 살기도 하며 생김새도 구별하기 쉽지 않은 애벌레가 있다.

벌꼬리박각시 이야기다. 2022년 7월 6일, 여느 때처럼 용산동 용산교 다리 위쪽에 도착하여 계요등 줄기를 유심히 살핀다. 잎자루까지 먹은 흔적이 많다. 애벌꼬리박각시 애벌레들이 눈에 띈다. 이미 많이 본 녀석들이라 혹 벌꼬리박각시 애벌레가 있나 집중하며 살펴보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다. 더위도 식힐 겸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쉬는데 눈앞에 조그마한 알이 계요등 잎에 붙어 있는게 보인다. 사육통에 담아 알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7월 11일, 드디어 알에서 깨어났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벌꼬리박각시로 보인다. 사육통 안에서 잘 자란다. 4일이 지나니 제법 자랐다. 바로 옆 계요등에 있는 애벌꼬리박각시 애벌레와는 확연히 다르다. 드디어 기다리던 벌꼬리박각시 애벌레를 만난 것이다. 화요일과 토요일 쉬는날 바로 전날은 충분한 먹이를 넣어주고 평상시에는 매일 두 번씩 관찰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싱싱한 먹이를 넣어주니 잘 자란다.

2022년 7월 25일, 엉성하게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었다. 살며시 열어보니 상태는 좋은 것 같다. 안심이다. 이틀 뒤 다시 보니 비가 내려 샬레에 뚫린 숨구멍으로 물이 들어와 흥건하다. 육안상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잘못 된 것 같다. 녀석에게 많이 미안하다. 제대로 키우지 못할거면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렵게 알을 발견하고 어린 녀석부터 키웠는데 너무 허망하다.

2022년 8월 26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거의 다 자란 종령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정성을 다 한다. 샬레에서 키우던 녀석말고 황갈색형 애벌레도 관찰했지만 이미 한 녀석을 사육하고 있어 체포(?)하지는 않았다. 9월 1일, 번데기가 되려는 듯 더 이상 먹이를 먹지않고 색상이 조금 변한다. 몸에서 물을 뺐는지 흥건하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니 마지막 탈피를 하고 번데기가 되었다. 이제는 기다림만 남았다. 우화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때 힌남노 태풍이 올라온단다. 지난번에 빗물로 번데기가 익사한 경험이 있기에 서둘러 물길이 닿지 않는 용산교 교각 사이에 샬레를 옮겨 놓았다. 다행히 이곳은 폭우가 내리지 않아 피해는 없었다. 보통 번데기가 되어 13일이 지나면 우화하는데 소식이 없다. 샬레를 확인해보니 번데기가 새까맣다. 그리고 하얀 곰팡이 같은게 보인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기생벌류 고치같기도 한데 확실치는 않다. 결국 이번에도 우화에 실패한 것이다. 벌꼬리박각시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벌꼬리박각시는 2019년 10월 20일, 이곳 용산동에서 만났다. 이꽃 저꽃 분주히 날아다니는 녀석이라 담기 어려운데 우화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가만히 앉아 있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 애벌꼬리박각시와 마찬가지로 녀석들은 아침이나 해질 무렵 꽃에서 꿀을 먹는다. 둘둘 말린 주둥이를 길게 뻗어 화관속으로 넣어 흡밀하는데 정지비행의 대가다. 2022년 10월 14일, 다시 벌꼬리박각시를 만났다. 고마리꽃에 여러 마리가 날아 다닌다. 두 번의 사육에서 우화를 못 봤지만 녀석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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