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우화까지 13일간 일정 '오롯이' 체험
난생 처음 직접 키워낸 경험 ‘만족’
다른 나방도 이같은 기회 주어지길
벌써 100회째 연재…‘뿌듯 · 설렘’

 

 

사진-1 치자나무꽃(2013년 9월14일, 의신계곡)
사진-2 치자나무(2022년 7월2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사진-3 녹색박각시알(2022년 7월2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사진-4 줄녹색박각시알(2022년 7월3일, 동천동)
사진-5 줄녹색박각시애벌레(2022년 7월5일, 동천동)
사진-6 줄녹색박각시애벌레(2022년 7월16일, 동천동)
사진-7 줄녹색박각시애벌레(2022년 7월18일, 동천동)
사진-8 줄녹색박각시(2022년 7월31일, 동천동)
사진-9 줄녹색박각시(2022년 7월31일, 동천동)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잘 할수 있을려나 걱정이 정말 많았는데 어언 100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글을 작성하여 보내고 나면 조금은 홀가분한데 잠시 뿐이다. 또 다음 회를 걱정해야 한다. 정말 시간의 빠름을 뼈저리게 느끼며 덕분에 더욱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 그리고 이상기후로 갈수록 나방의 애벌레나 어른벌레를 보기가 힘들어 진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찾아 나서볼 생각이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보지 못할 녀석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하순의 어느 날이다. 광양에서 활동하는 숲해설가 한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치자나무에 조그마한 알들이 많고 꼬리가 달린 애벌레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남부지방에서 재배하거나 관상수로 심는 치자나무. 낙엽 관모이며 높이 1~3m 정도로 자란다. 수피는 회갈색, 어린 가지는 녹색-회색이 돌고 미세한 털이 밀생한다. 꽃은 6~7월 가지 끝에 백색의 양성화가 1개씩 달린다. 열매는 황적색으로 익는데 염료용으로 사용한다.

어릴적 기억에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어디에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옷감에 물들일 때 사용한 것을 본적이 있다. 주변에 치자나무가 있는지 찾아 봤지만 어릴적 살던 고향집 주위에서는 볼수가 없었다. 2013년 9월 14일, 지리산 의신계곡에서 멋진 치자나무를 봤다. 좀 늦은 시기였지만 꽃도 볼수 있어서 좋았다. 꽃에서는 강한 향기가 난다.

2022년 7월 2일, 광양에서 지인을 만나 알과 애벌레를 보았다는 순천으로 갔다.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이었다. 꽃을 보니 겹치자나무다. 천엽치자라고도 불리는데 겹꽃이 피는 변종이다. 자세히 잎을 살펴보니 조그마한 알들이 많다. 알을 하나씩 또는 한 잎에 여러 개를 낳기도 한다. 그 중 다섯 개의 알이 있는 가지 하나를 가져왔다. 한 두 개의 알 만으로는 부화하지 않고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주 어린 초령부터 중령까지 다양한 애벌레들이 보인다. 줄녹색박각시 애벌레다. 내가 사는 광주에는 치자나무가 흔치 않다. 그래서 넉넉하게 먹이를 챙겨서 하루를 마감한다.

2022년 7월 3일, 다섯 개의 알중 하나가 깨어났다. 정말 어린 녀석이다. 그래도 꼬리는 선명하다. 이틀후 한 마리가 더 깨어났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설마 먼저 깨어난 녀석이 먹어 치운것일까? 나머지 세 개의 알은 끝내 애벌레로 나오지 못하고 말라 버렸다. 안타깝다. 결국 한 마리만 남았는데 참 잘 먹고 잘 자란다. 초령때는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중령이 되니 모습이 변한다. 잔 털이 없어졌다. 중령 앞가슴에는 작은 돌기가 있고, 몸 양쪽에 흰줄이 있으며 둥근 청색무늬가 배마디마다 있다.

2022년 7월 16일, 종령이 된다. 배 윗면 흰 줄이 붉은색으로변하는 개체도 있고, 사각무늬가 나타나는 개체도 있는 등 변이가 많으나 기문 주위는 붉은색과 둥글고 흰 무늬로 이루어진다. 내가 키운 녀석은 사각무늬가 선명하다. 앞가슴에 작은 돌기가 있고 방해를 받으면 가슴 속으로 머리를 넣는다. 거의 종령인데 계속 먹는다. 먹이는 다 떨어져 가는데 속이 탄다.

가까운 나주산림자원연구소에 가면 치자나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기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본다. 없다는 답이 온다. 다행히 자기가 사는 동네에 많단다. 부탁했더니 한 봉다리를 준다. 헌데 이틀 뒤인 2022년 7월 18일, 색이 검붉게 변하며 먹질 않는다. 부지런히 흙을 준비해 넣어주니 파고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싱싱한 많은 먹이가 아깝다. 그래도 무사히 번데기가 되어 주니 고맙다. 이젠 기다림의 시간이다.

2022년 7월 31일, 매일 일찍 일어나 혹 우화한 녀석이 없나 샬레를 살펴보는게 일과의 시작이다. 혹 우화하여 날개짓을 하다 날개가 상할까봐 주변에 흔하게 굴러 다니는 아이스커피 포장 용기를 잘 씻어 샬레를 대신했다. 공간이 넉넉하니 마음이 놓인다. 투명해서 속이 훤이 보인다. 멋진 녀석이 날 반긴다. 드디어 우화한 것이다. 13일만에 새 생명이 탄생했다. 막 우화했을땐 날개에 노란 액체 비슷한게 많이 붙어 있어 투명하지 않았는데 오후가 되니 날개가 투명해졌다. 몸은 녹두색 털로 덮였고 4배마디에 붉은 줄무늬가 있는 줄녹색박각시다. 정말 멋지다.

알을 가져와 키워 보기는 처음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방들도 이렇게 해 보고 싶다. 더 생생한 녀석들의 생활사를 알아보기 위해서…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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