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유충 연두색이나 성충은 검정색
여느 애벌레와 달리 보호색 띄우지 않아
시야에 ‘확’ 들어오는 특징 갖고 있어
잎말이 나방류 애벌레 잎 채로 따서
샬레 담고 관찰해야 실패확률 제로

 

 

사진-1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3년 7월20일, 가마골)
사진-2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3년 7월20일, 가마골)
사진-3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4년 5월6일, 추월산)
사진-4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5년 5월9일, 추월산 견양동)
사진-5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8년 7월14일, 입암산성)
사진-6 북방갈고리큰나방(2015년 8월14일, 백양사)

7~8월이면 줄기 끝의 원추꽃차례의 가지가 갈라져 커다란 꽃을 피우는 ‘금꿩의다리’ 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이 있다. 주로 중부 이북의 계곡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80~120cm 높이로 자라는 줄기는 가지가 갈라지며 자주색을 띤다. 작은 잎은 거꾸로 된 달걀형으로 밑 부분은 둥글거나 얕은 심장저이며 끝 부분에 둔한 톱니가 있다. 가지 끝마다 보라색 꽃이 달리는데 이름 만큼이나 멋지다.

이런 멋진 금꿩의다리를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2013년 7월 20일, 영산강의 발원지인 담양 가마골을 찾았다. 자생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멋지게 꽃이 피고 있었다. 헌데 노랑 머리에 검은 몸통을 가진 녀석이 1, 2배마디를 들어 올리고 있는게 보인다. 여느 애벌레들은 보호색을 많이 띄는데 녀석은 눈에 확 들어온다. 가지의 잎을 다 먹어 치우고 다른 가지로 이동중인 것 같다. 한참을 배마디를 들어 올린채 그대로 있다. 덕분에 멋지게 담을수 있어 좋다.

잎말이나방이나 자나방 종류들은 위협을 느끼면 엄청 빨리 움직인다. 잎말이나방류의 애벌레들은 관찰하기 위해 말고 있는 잎을 벌리면 순간적으로 튀어 올라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맨땅에 떨어지면 찾을 수 있으나 풀밭에 떨어지면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처음엔 많이 실패했으나 지금은 요령이 생겨 일단 말고 있는 잎을 따서 샬레에 담고 열어 본다. 녀석에게 조금은 미안하지만 성공 확률은 100%다. 자나방류도 상상 이상의 속도로 움직인다. 앵글을 대고 초점을 맞추려면 벌써 저만치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가만히 있는 애벌레들이 참으로 고맙다.

나방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밤 곤충도감’을 구입해 나방에 몰두하다보니 잘 알고 지내던 숲해설가들이 생일 선물로 ‘나방 애벌레 도감’을 줘 본격적으로 애벌레까지 알아가기 시작한다. 도감을 보면서 만나고 싶었던 애벌레라 열심히 뒤져 녀석의 이름을 알아 냈다.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다. 2013년때는 밤나방과 짤름나방아과의 북방갈고리밤나방이었는데 태극나방과(Erebidae)로 분류체계가 바뀌었다. 2014년 5월 추월산과 견양동 계곡에서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중령과 종령애벌레를 3일 간격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어린 유충은 연두색이나 다 자라면 검게 변한다.

2018년 7월 14일, 장성 입암산성 가는 길에서 녀석들을 다시 볼수 있었는데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있다. 중령 애벌레 한 마리와 종령 애벌레 3마리가 모든 잎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금꿩의다리가 안쓰럽지만 이것이 자연인 것이다.

한없이 먹어 치우면 결코 금꿩의다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지만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가 다 자라서 잎을 여러장 붙이고 번데기가 되면 금꿩의다리도 잽싸게 다시 잎을 돋우고 꽃을 피운다. 15일이 지나면 다시 우화하여 짝짓기를 하고 거기에 알을 낳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집단으로 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금꿩의 다리가 수난을 당하는 해도 있지만 숲은 조화를 이루며 숨쉬고 있다. 눈괴불주머니를 먹고 사는 금빛갈고리큰나방애벌레와 아주 비슷한데 각 배마디의 반에 가는 줄무늬가 여러 개 있다.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는 등의 회색 물결무늬가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있어 구별한다.

북방갈고리큰나방을 장성 백양사에서 만났다. 2015년 8월 14일, 밤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백양사 주차장에 불을 밝혔다. 불빛을 보고 찾아와 모기장에 붙어 있는데 날개를 접고 있으니 꼭 낙엽같다. 앞서 언급한 금빛갈고리큰나방이나 우묵갈고리큰나방 등도 아주 비슷하게 생겨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북방갈고리큰나방은 자세히 보면 앞날개 외연부에 짙은 갈색과 분홍빛 없는 누런 줄무늬가 있고 굵은 띠무늬도 누런빛이 돈다.

오래 가뭄 끝에 종종 비가 내리니 조금씩 애벌레도 보이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개체수가 줄어서 그런지 기생당한 경우가 많다. 기생벌도 살아야 하니 어디선가 기회만 엿보고 있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자연은 신비롭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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