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슴다리 접고 거꾸로 매달린 모습 ‘체조 선수’ 연상
앞날개 황갈색 바탕에 기부 쪽은 회백색 띄워
외모는 재주나방과 거의 흡사 · 습성도 비슷
윗면에 노란줄 2개와 노란 점 한 쌍으로 구별
분명 장마철인데 비다운 비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예전 같으면 몇 번 넘쳤을 광주천도 평상시 수준이다. 쉬는 날이면 애벌레가 있을 법 한 산으로 돌아다며 보지만 자주 보이던 녀석들마저도 개체수가 줄고 심지어는 구경하기도 힘들다. 소나무 재선충 등 방제작업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것 같다.
7~8월 무더운 여름날 산길을 걷다보면 산딸기, 줄딸기, 국수나무 등 장미과 식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빨간 색으로 곱게 익은 산딸기나 줄딸기를 마주하면 어릴적으로 돌아가 몇 개씩 따먹곤 한다. 입맛이 고급화해진 탓으로 그 시절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콤달콤 맛있다.
지난 6월 소개한 적이 있는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와 같이 앞다리와 뒷 꼬리에 곤봉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애벌레가 있다. 꽃무늬재주나방과 재주나방이 있는데 이번엔 꽃무늬재주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산딸기, 줄딸기, 국수나무등 장미과 식물을 먹고 사는 꽃무늬재주나방애벌레. 긴 가슴다리를 접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기계체조 선수를 연상케 한다.
2016년 7월 28일, 광주시 서구 백마산에서 꽃무늬재주나방애벌레를 처음 만났다. 재주를 잘 부려 재주나방인데 아마도 이것을 보고 그런것일까?
사실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와 재주나방애벌레 그리고 꽃무늬재주나방애벌레를 구별하기는 쉽지않다. 재주나방과는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며 습성도 같다. 그러나 윗면에 노란 줄 2개와 노란 점 1쌍이 있어 구별하며 크기는 재주나방보다 작다.
2016년 8월 10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는데 여러마리가 산딸기의 모든 잎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35㎜정도의 애벌레인데 먹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배가 부르면 재주를 부릴까 한참을 지켜보았지만 별 반응이 없다. 아직은 배가 고픈지 부지런히 다른 가지로 이동해 간다.
2021년 8월 26일, 곡성 오곡면에서 꽃무늬재주나방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헌데 한 녀석은 하얀 고치를 무더기로 뒤집어쓰고 있다. 기생벌에 기생당해 이미 생을 다한 녀석이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어른벌레로 성장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천적들에게 잡아 먹히고, 어딘가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기생벌이 녀석의 몸에 알을 낳기위해 덤벼들 것이다. 녀석의 몸속에서 충분히 몸을 불린 기생벌 애벌레가 밖으로 나와 하얗게 번데기를 틀어 목화꽃을 만들었다. 언젠가 남원 뱀사골에서 청띠신선나비애벌레를 봤는데 바로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생벌을 본 적이 있다. 조용한 것 같지만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꽃무늬재주나방은 2012년 7월 28일 함양 오도재에서 처음 만났다. 애벌레를 만나기 4년여 전이다. 앞날개는 황갈색 바탕에 기부 쪽은 회백색을 띤다. 내횡선은 적갈색을 띠고 뚜렷한 톱니무늬를 이룬다. 밤에 불빛을 찾아온 나방들을 보면 각각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꽃무늬재주나방은 거의 움직임이 없다. 웅크린 자세로 딱 붙어 있다. 사진으로 담기 정말 좋다. 고마운 녀석이다.
어른벌레를 보면서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하며 찾아나서고, 애벌레를 보고 어른벌레를 찾아내 한 살이를 매듭짓는다.
아직 찾아야 할 녀석들이 많다. 기후 온난화로 새로운 녀석들이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많지만 갈수록 관찰하기가 어려워진다. 좀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할 이유가 아닐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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