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봉 모양의 다리, 흡사 멋진 곤봉무(舞) 연상
애벌레가 ‘재주’ 잘 부려 붙여진 이름
다리 살짝 건드리면 춤을 추듯 움직여
위협땐 몸 등쪽으로 구부리는 자세 ‘특이’

 

 

사진-1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2017년 7월12일, 접도)
사진-2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2018년 8월16일, 뱀사골)
사진-3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2019년 8월9일, 자연휴양림)
사진-4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2019년 8월9일, 자연휴양림)
사진-5 뒷검은재주나방(2015년 7월 11일, 백양사)

애벌레가 재주를 잘 부린다 해서 재주나방이라 이름 붙여진 재주나방과(Notodontidae) 나방. 우리나라에는 꽃술재주나방을 비롯해 105종 이상이 알려진 큰 무리의 나방이다. 어른벌레는 등불에 잘 날아오고, 날개 편 길이가 24~90mm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크고 대부분 나방 중에서 큰 편이다. 앉아 있을 때 앞날개가 배를 완전히 덮거나 일부만 덮는다. 그 중 애벌레가 곤봉같은 다리를 가진 뒷검은재주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7월 12일, 진도 접도에서다. 허운홍 선생과 함께 한 접도의 나방애벌레 관찰에서 많은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은무늬재주나방애벌레, 점줄재주나방애벌레 그리고 기생재주나방애벌레등 재주나방류 애벌레를 많이 보았다. 특히 곤봉같은 다리를 가진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를 본 순간 오늘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소개한적이 있는 기생재주나방애벌레도 특이 했지만 머리, 가슴과 배 6째마디부터 아래쪽을 향해 늘어뜨리고 가만히 있는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몸은 황갈색이고 배 윗면 가운데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으며 배 끝은 분홍색이다. 가슴 3째마디, 배 1~3, 5째마디 양옆에 노란 무늬가 선명하다.

2018년 8월 16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머리와 꼬리부분을 등쪽으로 구부려 맞대고 가만히 있다. 곤봉같은 다리를 살짝 건드리니 마치 춤을 추듯 곤봉을 움직인다. 꼬리쪽의 곤봉과 어울려 멋진 곤봉무(?)가 펼쳐진다. 녀석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몇 번을 더 시켜봤다. 진도 접도에서 본 녀석보다 색상이 훨씬 화려하다.

2019년 8월 9일, 지리산 자연휴양림에서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를 또 한번 만났다. 15일 동안 몽골의 초원과 사막에서 함께 했던 분들과 남원 산내의 후배 집에서 해단식(?)한 후 찾은 자연휴양림,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 온 분들은 지리산의 나무등 생태에 관심이 많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나방이다. 먹이식물인 개서어나무잎 뒷면에 붙어 있는 애벌레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당겨 자세히 살펴보니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다.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다 위협을 느끼니 몸을 등쪽으로 구부려 특유의 자세를 취한다. 1년여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다. 뒷검은재주나방애벌레는 개서어나무와 돌배나무를 먹이식물로 하는데 돌배나무에서는 아직 본적이 없다.

애벌레의 크기는 35mm 정도이며, 6~7월 그리고 10월 두차례 발생한다. 우화시기는 7월과 이듬해 6월이다. 어른벌레를 본 기억이 있어 데려다 키울 생각은 없었다. 괜히 잘못되어 아까운 생명을 끊어 놓을수 있으니 말이다. 나뭇잎등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는 녀석들은 그런대로 사육할수 있겠으나 흙속으로 들어가는 녀석은 왠지 겁이 난다. 적당히 습도를 유지시켜 줘야 하는데 몇 번의 실수로 실패한 적이 있어 두려움이 앞선다.

뒷검은재주나방을 만난 것은 2015년 7월 11일, 장성 백양사 야등에서다. ‘식물나라 곤충나라’ 회원들의 야간등화 행사에 곁다리로 묻어서 참석했다. 전국에서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여 두 군데에 불을 밝히니 다양한 나방들을 볼 수 있었다. 앞날개는 회백색 바탕이며 중실 끝부분에 횡맥 점무늬가 2개 있고, 아외연부에 점줄무늬가 있다. 대부분의 재주나방이 그렇듯 머리는 거친털로 덮혀 있다.

야간에 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할 때마다 느낀것인데 아무리 조심해도 바닥에 잘 보이지 않는 나방들을 밟는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죽어가는 나방도 그만큼 많다. 가능하면 최소 인원으로 하고 횟수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녀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최근들어 야간등화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즘들어 광주천에서 애벌레들을 만나기가 힘들다.

과거에 자주 보이던 녀석들도 전혀 보이질 않는다. 방역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살아 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만 곤충들이 살수 없는 환경이 더 문제가 아닐까? 같이 살아가는 지혜가 아쉽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