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으로 위장 … 육안 관찰 불가능할 정도 ‘감쪽’
몸에 작은 돌기 이용, 꽃잎 붙여 몸 보호
머리 아래로 둥글게 말아 꽃잎으로 착각
꽃봉오리 파먹은 뒤 위장한 채 번데기로

 

 

사진-1 붉은무늬푸른자나방애벌레(2016년 7월 23일, 형제봉)
사진-2 붉은무늬푸른자나방애벌레(2021년 7월31일, 통명산)
사진-3 붉은무늬푸른자나방(2014년7월23일,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사진-4 붉은무늬푸른자나방(2018년 9월6일, 함평 자연생태공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콩과에 속하는 싸리나무가 있다. 갈잎떨기나무로 1.5~3m 정도로 자라는데 잎은 어긋나며 3출옆으로 작은잎은 넓은 달걀형이며 끝이 둥글면서 약간 들어가기도 한다. 7~8월에 꽃이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총상꽃차례에 홍자색 양성화가 달린다.

싸리를 먹이 식물로 하는 애벌레는 협식성으로 붉은무늬푸른자나방, 날개둥근푸른자나방, 배얼룩재주나방, 세줄점가지나방, 사랑밤나방애벌레등이 있고, 단식성으로는 시베리아뿔나방, 싸리굴뿔나방, 앞붉은명나방애벌레등이 있다. 광식성은 연회색가지나방, 사과잎말이나방, 창나방, 연회색가지나방애벌레등이 있는데 이 중 붉은무늬푸른자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싸리나무는 곧게 크는데다 탄력이 좋아 자녀나 제자들의 훈육을 위한 회초리로 제격이었다. 매질을 하다보면 금방 끝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체벌하는 이가 매를 바꾸어드는 사이에 훈육의 당초 목적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종종 과거시험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던 선비나 임지로 가던 원님이 길가의 싸리나무를 발견하고는 말에서 내려 공손하게 절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데, 스승과 부모가 회초리로 자신을 질타해 준 은공을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이었다.

서당문화 중에는 부모가 훈장에게 회초리 한 다발을 전하던 소위 ‘초달문화(楚撻文化)’ 풍습도 있었는데, 이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근,현대의 교육 현장에 까지 이어졌다. 오늘 날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찌 될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

붉은무늬푸른자나방애벌레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7월 23일, 하동의 형제봉에서다. 허운홍 선생, 김상수 저자 등과 함께 오전 일찍부터 칠불사 계곡에서 애벌레를 관찰한 후 야간에 불을 밝히고 그곳의 나방들을 보기 위해 형제봉 올랐다.

이른 저녁을 먹고 형제봉에 도착하여 한창 저녁을 먹는 애벌레들을 보고 있는데 꽃잎을 잔뜩 붙이고 조금씩 움직이는 녀석이 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도저히 찾아 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위장을 하고 있다. 갈색이고 몸에 작은 돌기들이 있으며 꽃잎이나 시든 꽃잎을 붙여서 자신을 숨긴다. 머리를 아래로 둥글게 말고 있기 때문에 마치 꽃이 핀 모양이거나 시든 꽃잎 조각으로 보인다. 주로 꽃봉오리를 파먹고, 위장한 채 번데기가 된다.

2021년 7월 31일, 곡성의 통명산에서 붉은무늬푸른자나방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시든 꽃잎 조각을 둘러 쓰고 꽃봉오리를 찾아 간다. 항문다리만 보일 뿐 몸통을 완벽하게 감췄다. 동영상 촬영을 해 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빠르진 않지만 쉬지 않고 움직여 꽃봉오리에 무사히 닿는다. 둘러 쓴 시든 꽃잎을 벗겨 녀석의 진면목을 보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지만 그냥 참는다. 유충시기는 5월, 7월, 9~10월이며 유충길이는 18mm정도다. 위장한 채 번데기가 되며, 여름 것은 7일이면 우화한다.

붉은무늬푸른자나방을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7월 23일, 경북의 안동 호반자연휴양림에서다. 제2회 경북 숲해설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전국 대표 모임과 실무자 회의가 이곳에서 함께 있었다. 1박2일 일정으로 심사위원의 중책(?)까지 맡았다.

먼 이곳까지 나방을 보기 위해 일부러라도 와야 하는데 밤새 이곳 휴양림에 있는 나방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수많은 나방 중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이 있다. 앞날개 횡선은 흰색을 띠며 후연각 부근에 큰 무늬가 붉은색을 하고 있어 붉은무늬푸른자나방이라 이름 붙였나보다. 자나방과 푸른자나방아과의 나방을 볼때마다 오묘한 색에 놀라곤 한다. 활짝 편 빗살무늬의 더듬이가 환상적이다.

2018년 9월 6일, 함평 자연생태공원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낮엔 어디서 꼭꼭 숨어 있는지 볼 수가 없고 밤에만 나타나는 붉은무늬푸른자나방.

완도수목원이나 장흥 천관산 동백숲 임도에 가면 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많은데 이것을 먹고 사는 멋쟁이푸른자나방이 있다. 아직 본 적이 없는데 9~10월이면 만날 수 있단다. 정말 보고 싶은 녀석이다. 올핸 꼭 녀석을 만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으면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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