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나방과 헷갈려 수 차례 수정 끝에 찾은 이름표
애벌레도 어른벌레도 구분이 안돼
‘오류의 연속’이었지만 작업 완료
누런 · 넓은띠큰가지나방과 흡사
8월 우화 시기 틈타 구별 방법 완수

 

 

사진-1 비목나무(2015년 9월12일, 거망산)
사진-2 흰띠왕가지나방애벌레(2018년 9월16일, 시무지기폭포)
사진-3 흰띠왕가지나방애벌레(2018년 9월16일, 시무지기폭포)
사진-4 넓은띠큰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17일, 불태산). 흰띠왕가지나방애벌레와 쉽게 구별이 가지 않는다.
사진-5 흰띠왕가지나방(2016년 7월23일, 형제봉)

우리나라에 알려진 나방의 숫자만해도 4천여종에 이른다. 이름도 어렵지만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구분하여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여러 학자들과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 조금씩 그 생태가 밝혀 지고 있어 다행이다.

지난 2월 녹나무과 비목나무잎을 먹는 각시자나방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아직 기억하고 있는 독자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봄의 한 가운데에 접어든 요즘 비목나무에도 멋진 꽃이 활짝 피었다. 가까운 산을 찾아 옹기 종기 밑을 향해 피어 있는 비목나무의 꽃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지역은 어디를 가든 쉽게 볼수 있는 나무다. 파릇 파릇 새 순이 돋고 꽃도 피어나니 숲에 들어가면 눈이 호강한다. 여기에 애벌레라도 한 마리 만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오늘은 흰띠왕가지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2018년 9월 16일, 무등산의 폭포중 장마철에만 볼수 있는 시무지기폭포 주변으로 애벌레를 보러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지 제법 많은 애벌레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거의 다른 곳에서 본 녀석들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좋다. 조금씩 가을이 깊어가며 비목나무 열매도 붉은빛이 더 짙어져 간다. 얼핏보면 봄에 생강나무에서 보이던 넓은띠큰가지나방애벌레와 비슷하게 생긴 애벌레가 눈에 들어온다.

생김새가 너무 비슷한데다 같은 녹나무과에 있어 ‘왜 가을에 이 녀석이 보이지?’ 의아해 하며 자세히 살펴본다. 유충시기가 다르니 분명 넓은띠큰가지나방애벌레는 아니다. 그 녀석은 그동안 많이 봐서 기능이 썩 좋은 편이 아닌 나의 뇌도 기억하고 있다. 가슴이 심하게 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녀석이 분명하다.

집에 오자마자 도감을 펴놓고 확인작업에 들어갔지만 찾을수가 없다. 출간된 여느 도감에도 비슷한 녀석이 없다. 결국 미동정 애벌레 폴더로 보내진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줄어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도 허운홍 선생께서 도감을 내실때마다 이름표를 달아주는 녀석들이 있어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2021년 5월, 드디어 나방애벌레 도감 3권이 출시 되었다. 친필로 감사의 말씀을 적어 등기로 보내 주시니 너무도 고맙다. 미동정 애벌레 폴더에 있는 녀석들을 열심히 찾는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찾을수 있게 수록해 놓아서 쉽게 찾을수 있었다.

흰띠왕가지나방애벌레다. 드디어 녀석의 이름표를 달아준다. 머리는 백록색이며 적자색 띠로 둘렀다. 앞가슴 앞쪽 양옆에 붉은 무늬가 있고 몸은 녹색, 아주 작고 검은 점이 흩어져 있다. 숨구멍은 적자색으로 둥글고 크다. 종종 몸을 아치 모양으로 만들고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외형으로 넓은띠큰가지나방과 구별하긴 정말 어렵다. 차이점이라면 숨구멍위의 줄무늬와 몸통 위의 작고 검은점이 줄무늬형태냐 흩어져 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7월과 9월 두 번 출현하며 여름형은 흙 속에 들어가 보름 만에 우화하고, 가을형은 이듬해 6월 우화한다.

어른벌레는 2016년 7월 23일 하동의 형제봉에서 만났다. 허운홍 선생, 김상수 저자등과 함께 칠불사 계곡에서 애벌레 관찰후 형제봉에 올라 불을 밝혔다. 여러 나방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온 흰띠왕가지나방. 앞날개는 갈색이고, 횡선은 검은색이며 굵고 중간에서 끊긴다. 넓고 흰 띠무늬가 정연 중간에서 외연쪽에 걸쳐 있다.

누런큰가지나방, 넓은띠큰가지나방과 흡사하여 구별이 쉽지않아 여러번 이름표를 수정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껏 넓은띠큰가지나방으로 알고 흰띠왕가지나방과 비교 설명하려 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누런큰가지나방이었다. 늦었지만 오류를 잡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넓은띠큰가지나방은 어른벌레 사진이 없어져 버렸다. 8월이면 우화하니 올핸 꼭 녀석을 만나봐야겠다.

애벌레도 어른벌레도 정말 헷갈리는 흰띠왕가지나방, 넓은띠큰가지나방, 누런큰가지나방. 넓은띠큰가지나방은 어른벌레를 아직 못 봤고, 누런큰가지나방은 애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올해가 가기 전 녀석들을 만나 독자 여러분께 소개드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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