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윗면 흰색·검은색 무늬 선명
배 마디 숨구멍에는 검은색 무늬
애벌레, 번데기 25일만에 우화
애벌레 · 어른벌레 채집 달라
허운홍 선생께 물어 매번 확인

 

 

사진-1 짝자래나무(2022년 3월15일, 교원연수원)
사진-2 짝자래나무(2015년 10월 25일, 추월산)
사진-3 다리무늬침노린재(2018년 4월25일, 용추폭포)
사진-4 큰담흑물결자나방애벌레(2018년 4월25일, 용추폭포)
사진-5 큰담흑물결자나방애벌레(2018년 4월25일, 용추폭포)
사진-6 큰담흑물결자나방(2018년 5월20일)

잔가지는 회갈색이며 약간의 광택이 있고 간 가지 끝은 가시로 변하여 짧은 가지가 발달하는 갈매나무과의 나무가 있다. 2장씩 짝지은 잎이 번갈아 달려 짝자래라 이름이 붙여진 짝자래나무다. 자래는 강원도 방언으로 한 쌍으로 된 생선의 알상자가 2개란 뜻이란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산지에 분포하는 짝자래나무는 잎이 어긋나며 작고 도란형인 것이 갈매나무와 다른 점이다. 서, 남해 도서지역에서 강원도의 아고산대 능선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생육지에 따라 잎 모양의 변화가 다양한 편이다. 수피는 회갈색~황갈색이며 피목이 발달한다.

긴가지 끝은 흔히 가시로 변하고, 겨울눈은 장난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인편 가장자리에는 털이 약간 있다. 열매는 9~10월 흑색으로 익는다. 열매자루가 잎자루보다 훨씬 긴 특징도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보며 비교해 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남부지방 곳곳에서 짝자래나무를 볼수 있는데 이것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어떤 녀석이 있을까?

2018년 4월 25일, 생명의 보고인 용추계곡을 찾았다.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열한 생존의 전쟁터다. 오늘은 어떤 녀석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리무늬침노린재의 먹이사냥 장면이다. 제법 큰 잎벌류 애벌레를 잡아 침을 꽂았다. 흐물흐물해지면 빨아 먹고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치열하지만 건강한 숲의 모습이다.

슬렁슬렁 발길을 옮기다 보니 여기 저기 짝자래나무가 보인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도 겨울눈으로 동정하곤 했던 짝자래나무도 싱그런 잎들이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나뭇가지에 뭔가 보인다.

애벌레다. 머리는 검으나 가슴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배 윗면에는 흰색과 검은색 줄이 있고, 가슴과 배 끝에는 노란색 줄무늬가 선명하다. 배마디마다 숨구멍 위에는 검은색 무늬가 2개씩 있다. 자나방과 물결자나방아과의 큰담흑물결자나방애벌레다. 녀석의 이름을 몰라 허운홍 선생께 물어 동정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방애벌레도감 3권에 내 사진이 실리는 영광을 얻었다.

항상 애벌레나 어른벌레의 사진을 보내 물어 보곤 한다. 매일 사육하고 있는 애벌레들을 관리하고 또 채집나가고 정신없을 것인데도 자세히 알려 주신다.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덕분에 나방의 생활사가 이정도나마 밝혀진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4월에 보이는 애벌레들은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25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애벌레가 있으면 어른벌레도 분명 보일텐데 자료를 아무리 뒤져도 어른벌레 사진이 없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이곳 용추계곡에서 채집해 우화시킨 큰담흑물결자나방의 사진을 받았다. 날개는 회색이며 희미한 물결무늬가 여럿 있는데 앞날개 전연 부분은 색이 짙다. 날개 중간에도 흑갈색 무늬가 있다. 내횡선대와 아외연선대 후연 근처, 뒷날개 후연 끝부분에 주홍색 부분이 있다. 날개 길이는 48mm정도이며 여름을 동굴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수만 있다면 알을 채집하여 애벌레부터 번데기 그리고 우화하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인데 요원할 뿐이다. 극히 일부 종은 알을 가져다 초령부터 관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을 보기도 어렵고 어떤 나방의 알인지도 알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가져 올수 없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자료를 보니 4년여 전과 상당히 비교가 된다. 조금만 들어가도 수 많은 곤충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날파리, 벌 등 눈앞에 어른거리던 것들이 거의 없다. 뭔가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활기넘치고 치열한 생존의 경쟁이 펼쳐지는 건강한 자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이 아닐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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