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날개 접으면 마치 낙엽처럼 보이는 애벌레
나방은 황갈색, 중실 끝에 검은 점 2개 있어
태극나방과 비슷, 좀처럼 구별 쉽지 않아
올들어 긴 가뭄 지속 탓 벌레 관찰도 애로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87]금빛갈고리큰나방
 

 

사진-1 금빛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4년 5월6일, 추월산)
사진-2 금빛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5년 5월17일, 추월산)
사진-3 금빛갈고리큰나방애벌레(2015년 5월17일, 추월산)
사진-4 길앞잡이(2015년 5월 17일, 견양동)
사진-5 금빛갈고리큰나방(2014년 8월9일, 오도재)

처음 나방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밤나방과(Noctuidae)였는데 지금은 태극나방과(Erebidae)로 바뀐 나방들이 많이 있다. 그 중 금빛 날개를 가진, 그러나 날개를 접고 있으면 낙옆같은 금빛갈고리큰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이름도 금빛갈고리밤나방에서 금빛갈고리큰나방으로 바뀌어 자료들을 다 바꾸려니 상당히 번잡하다.

2014년 5월 6일, 추월산 견양동으로 애벌레를 찾아 나섰다. 계곡을 따라 금낭화가 멋지게 피고 애벌레들도 여러 종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동네다. 담양댐 상류쪽인데 추월산 정상으로 향하는 골짜기마다 각기 다른 애벌레들이 얼굴을 내민다. 꿩의 다리로 보이는 식물의 줄기에 특이한 자세로 붙어 있는 애벌레.

회백색의 몸통, 마디마다 양쪽으로 검은 점이 있고 노란색의 머리에도 역시 검은 점이 있는 애벌레가 1, 2배마디를 들고 있다. 금빛갈고리큰나방 4령 애벌레다. 주위에 분명 종령 애벌레가 있을텐데 발견할 수 없었다. 많이 아쉽다.

종령 애벌레를 꼭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다시 견양동을 찾았다. 2015년 5월 17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반가운 녀석이 마중을 나왔다. 마치 길을 안내하려는 듯 분주히 왔다 갔다 한다. 색상도 고운 길앞잡이다. 멀리 도망가지는 않았지만 이리 저리 움직여 겨우 랜즈에 담을 수 있었다. 작은 곤충 및 거미류를 먹고 사는 녀석인데 금속성 광택이 나는 화려한 색상이 인상적이다. 금빛갈고리나방애벌레가 있는 곳으로 길 안내를 할 줄 기대했건만 이름이 길앞잡이 일 뿐이다. 빠르게 달아나 버린다.

기억을 되살려 작년에 4령 애벌레를 보았던 곳을 찾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애벌레들이 보이질 않는다. 어른벌레는 종종 보이는데 털겨울가지나방애벌레 이외의 몇 종이 보일 뿐이다. 먹이식물인 눈괴불주머니가 여기 저기 보인다. 갑자기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노랑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머리 그리고 노란색의 배다리. 몸통은 검정색의 애벌레가 눈에 확 들어온다.

드디어 금빛갈고리큰나방 종령 애벌레를 찾은 것이다. 녀석의 주 특기인 1, 2배마디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년에 보았던 4령 애벌레는 눈괴불주머니가 아닌 꿩의 다리에서 본 것으로 기억되어 북방갈고리큰나방애벌레로 동정했었다. 확신이 없어 허운홍 선생께 물어보니 금빛갈고리큰나방이 맞는 것 같다 하여 이름을 바꿨다. 눈괴불주머니는 현호색과이고 꿩의다리는 미나리아제비과로 먹이식물이 확연히 다르다.

종령 애벌레도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금빛갈고리큰나방은 배 각 마디의 반에 가는 줄무늬가 여러 개 있고, 북방갈고리큰나방 애벌레는 등의 회색 물결무늬가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있어 구분할 수 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구별하기 쉽지않아 참으로 까다로운 녀석들이다. 북방갈고리큰나방은 적당한 기회에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종령 애벌레는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24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금빛갈고리큰나방 어른벌레를 만난 것은 2014년 8월 9일 함양 오도재에서다. 지리산 제일문 위에 올라서면 지리산 주 능선과 함양 쪽이 뻥 뚫려 있다. 밤새 환하게 등이 켜져 있어 불빛을 보고 나방들이 많이 날아든다. 주변의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새벽이 되면 숲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죽은 나방들이 수북하다.

덕분에 들고양이나 새들은 먹이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어 좋겠으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여 함양군에 민원을 제기하니 일정시간이 지나면 소등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른벌레는 날개를 접고 있으면 마치 낙옆처럼 보이는데 태극나방과에 비슷한 나방들이 많아 구별이 쉽지 않다. 금빛갈고리큰나방은 색이 황갈색이고 중실 끝에 검은 점이 2개 있는 것으로 구분한다.

5월은 물론 6월 들어서도 좀처럼 비가 오지 않다가 지난 주말인 4일에서야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하지만 밭작물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인지 올핸 애벌레 뿐 만 아니라 어른벌레도 보기가 쉽지 않다. 나방을 쫓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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