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냄새 나는 계요등 잎을 돌돌마는 특성 지녀
말린 잎을 먹고 자라며 번데기로 성장
유충 머리 노란색, 몸은 투명한 쑥색
번데기서 9일 뒤 우화…실제로는 6일
주기적 방제작업으로 애벌레 사라져

 

 

사진-1 얼룩들명나방 번데기(2022년 7월28일, 유덕동)
사진-2 얼룩들명나방 번데기(2022년 7월28일, 유덕동)
사진-3 얼룩들명나방애벌레(2022년 7월28일, 유덕동)
사진-4얼룩들명나방 번데기(2022년 8월3일, 동천동)
사진-5 얼룩들명나방(2022년 8월3일, 동천동)
사진-6 노랑무늬들명나방애벌레(2022년 8월 5일, 유덕동)

광주천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덩굴식물이 있다. 잎과 줄기에서 ‘닭의 배설물 냄새가 나는 덩굴식물’이라는 뜻을 가진 계요등이다. 요즘 한창 꽃이 핀다. 가지 끝 또는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원추상꽃차례에 백색의 양성화가 모여 달린다. 9~10월에 광택 나는 황갈색으로 익는 자잘한 열매도 인상적이다.

꼭두서니과의 계요등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어떤 녀석들이 있을까? 단식성으로 벌꼬리박각시, 애벌꼬리박각시 등 박각시애벌레가 있고, 얼룩들명나방 그리고 노랑무늬들명나방, 쌍무늬물결자나방 애벌레 등이 있다.

지금껏 벌꼬리박각시와 애벌꼬리박각시애벌레만 열심히 찾아 다녔다. 애벌꼬리박각시는 이미 소개한 바 있고 벌꼬리박각시애벌레는 용산동에서 발견하여 사육했는데 지난번 장마때 샬레에 물이 들어가 아마도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 따로 따로 두 마리를 길렀는데 이틀 간격으로 번데기가 되었지만 사소한 부주의로 물에 살짝 잠겼다. 지금도 관찰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대로 있어 안타깝다.

하루종일 광주천을 순찰하다 보면 담쟁이덩굴과 계요등이 많이 보인다. 광주천 전체가 고층 아파트로 둘러 쌓여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많은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올들어 정말 애벌레 만나기가 힘들다. 지자체에서 행하는 주기적인 방제작업 그리고 예초작업과 수목정비로 서식지가 사라져 버리니 녀석들도 살아가기가 힘든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년엔 엄청 많이 보이던 미국흰불나방애벌레들이 별로 안 보이더니 장마로 비가 자주 내린 뒤부터 광주천의 가래나무와 뽕나무에서 엄청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몇 그루의 나무에서 관찰되지만 더 자라면 모든 나무와 풀등으로 흩어져 초토화 시킬 것이다. 그러면 민원이 들어올 것이고 대대적인 방제작업은 정해진 수순이다.

같은 광주천이지만 상류쪽인 용산동과 영산강이 만나는 치평동에서 사는 애벌레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용산동쪽의 계요등엔 벌꼬리박각시와 애벌꼬리박각시만 보인다. 녀석들은 잎을 말지 않고 줄기에 메달려 당당하게 먹는다. 심지어 잎자루까지 먹어치워 거의 줄기만 남아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잎을 말고 있는 녀석들은 보이질 않는다.

유덕동 상무교 위쪽 광주천변에도 계요등이 많다. 몇 년째 그 옆을 무심코 지나쳤다. 광주천에서 유일하게 후피향나무가 식재된 곳이라 개화기나 열매가 익어갈 무렵이면 발길을 멈추곤 했다. 2022년 7월 28일, 항상 그랬듯이 그냥 지나치려는데 계요등에 꼬리박각시애벌레가 보인다. 하필이면 거의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 휴대폰으로 한컷 담고 돌아서려는데 잎이 말려 있는게 보인다.

궁금해서 열어보니 노오란 번데기가 들어있다. 놀랐는지 꿈틀거린다. 주변을 보니 말린 잎들이 많이 보인다. 살며시 열어보니 이번에는 애벌레가 있다. 샬레도 없고 해서 위치를 표시해놓고 오후 순찰하면서 번데기와 애벌레를 데려왔다. 혹시 몰라 애벌레 한 마리를 더 체포(?)하여 사육을 시작한다. 유충 머리는 노란색이며 몸은 투명한 쑥색이다. 창나방 유충처럼 잎자루를 약간 잘라 놓고, 잎을 돌돌 말아 그 속에서 말린 잎을 먹는다.

다 자라면 말은 잎 밑을 붙이고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 상태로 데려온 녀석은 8월 3일 우화했고, 애벌레는 같은 날 번데기가 되었다. 도감에는 9일이 지나면 우화한다고 되어 있는데 녀석은 6일만에 우화했다. 얼룩들명나방의 날개는 노란색이며 횡선과 외횡선 바깥쪽은 흑갈색인데, 앞날개와 뒷날개 시정 가까운 곳 외횡선 바깥쪽에는 작고 노란 무늬가 있다.

노랑무늬들명나방 애벌레도 같은 시기에 같은 계요등 잎을 먹는데 잎을 반으로 접거나 붙이고 먹어서 얼룩들명나방 애벌레와 구별할 수 있다. 2022년 8월 5일, 운 좋게 그곳에서 노랑무늬들명나방과 얼룩들명나방이 같이 잎을 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둘둘 말린 잎과 반으로 접힌 잎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항상 지나다니는 길에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던 얼룩들명나방. 지금은 매일 눈도장을 찍는다. 개체수가 상당히 많을 듯 하다. 어딘가에서 우화하여 짝짓기하고 알을 낳을 것이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건강한 광주천이 되었음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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