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날개 검은띠무늬 수수·단아한 모습 ‘인상적’
정원·공원 등 회양목에서 흔하게 발견
머리 검고 몸은 녹색·배 양쪽 검은 점
회양목 잎에서 번데기 6·10월 우화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98]회양목명나방
 

 

사진-1 회양목(2022년 2월26일, 불곡산)
사진-2 회양목(2022년 2월6일, 불곡산)
사진-3 회양목나방애벌레(2015년 4월24일, 경주)
사진-4 회양목명나방애벌레(2019년 4월19일, 백운산 자연휴양림)
사진-5 회양목명나방(2015년 8월9일, 동천동)
사진-6 회양목명나방(2015년 8월14일, 백양사)

조경수로서 강전정(强剪定)에도 잘 견뎌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 흔히 볼수 있는 나무가 있다. 회양목과의 회양목이다. 영명은 Korean Box Tree, 학명은 Buxus microphylla var. koreana다. 속명 Buxus는 ‘상자’라는 뜻으로 서양에서 이 나무로 작은 상자를 만든 데에서 온 말이다.

종소명 koreana는 한국이 원산지임을 가리킨다. 재질이 치밀하고 균일하며 광택이 있어 예로부터 목판활자, 호패, 얼레빗, 도장, 조각재, 목관악기, 현악기의 줄받이, 장기알, 지팡이 등을 만드는데 쓰였다. 석회암지대인 강원도 회양 지방에 많이 자라서 회양목, 나무 속 색깔이 황색이어서 황양목(黃揚木)으로도 불렸던 나무다. 이른 봄에 꽃을 피워 겨울을 지낸 나비와 벌에게 꼭 필요한 꿀을 제공하고 치열한 경쟁없이 수분하는 부지런한 나무가 바로 회양목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회양목은 아주 낮은 높이로 잘 다듬어져 있다. 그래서 원래 이렇게 자라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이며 높이 2~3m인데 큰 나무는 9m까지 자라기도 한단다. 지름은 50cm정도라니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강전정(强剪定)에도 잘 견딘다는 이유로 인간의 입맛에 맞게 싹뚝 잘라버렸으니 제대로 자란 회양목을 볼 수가 없다.

선조들은 회양목으로 얼레빗을 만들어 썼는데 목질이 단단하여 잘 부러지지 않고 부드러워 잘 빗겨지고 머리카락을 상하는 일도 없어 단연 최고였다. 그러나 호패법으로 회양목으로 호패를 만들면서 회양목이 부족하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아 얼레빗을 만들수가 없게 되었고, 심지어는 관아에 회양목을 바쳐야하는 회양목계까지 생기게 되어 회양목은 더욱 귀한 나무가 되었고 오래된 회양목을 발견하기 힘든 이유가 된것인지도 모르겠다.

2022년 2월 6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불곡산을 찾았다. 서울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딴 세상을 온 것 같다. 사패산 줄기를 따라 도봉산 그리고 북한산이 아련히 보인다. 암봉들 사이에서 회양목을 만날 수 있었다. 흔히 보는 낮은 수형의 회양목이 아닌 제법 크고 지름도 상당하다. 오래된 자생지 같다. 같이 동행했던 숲해설가 후배와 함께 대단한 발견이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회양목의 잎에는 유독 성분이 있어 다량 섭취했을 경우 구토와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것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머리는 검고 몸은 녹색이며 검은 점들이 배 윗면 양쪽으로 줄 지어 있는 회양목명나방애벌레다. 2015년 4월 24일, 경주 불국사 밑에서 녀석을 처음 만났다. 숲해설가협회 전국 워크숍에 참석한 숙소의 앞마당에서 첫 상견례를 한 이후 웬만한 회양목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관찰되는데 5월, 9월 두차례 나타난다. 여러 마리가 잎 여러 장을 실로 묶어 큰 덩어리를 만들고 실에 똥과 잡다한 찌꺼기들도 붙여놓기 때문에 회양목은 지저분해 보인다.

2019년 4월 19일, 광양 백운산에서 회양목명나방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검은색 머리에 있는 八자 무늬가 인상적이다. 인가의 정원, 공원 등 회양목은 흔히 볼수 있어 조금만 신경쓰고 찾아 보면 회양목명나방애벌레를 만날 수 있다. 회양목 입장에선 정말 귀찮은 해충이 아닐 수 없다. 지저분한 회양목 잎에서 번데기가 되어 6월, 10월에 우화한다.

회양목명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5년 8월 9일,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 오는데 계단에 나방이 보인다. 회양목명나방이다. 급히 카메라를 챙겨 나와 녀석을 담는다. 앞날개 전연, 후연에 검은 띠무니가 있고, 중실 중앙부와 끝부분에 은백색 무늬가 있다. 뒷날개 외연에도 검은 띠무늬가 있어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2015년 8월 14일, 장성 백양사 야등에서도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흔한 녀석이라 자주 눈에 보인다.

옛날에는 도장을 자주 쓰고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싸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한다. 도장나무라 불리우던 회양목나무에서 한번 쯤 애벌레를 찾아 보는것도 머리를 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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